친박계 핵심인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선긋기'를 주장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쇄신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계파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유 최고위원은 1일 쇄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진행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과정에서 "당이 이제는 이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할 때가 됐다"면서 "당이 살고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최고위원은 회의에 앞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쇄신 방안 마련을 위한) 회의에서 공천 문제, 이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와 관계, 당의 노선, 계파 해체 등의 부분에 대해 이런 부분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전략통인 유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6월 3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회동을 한 이후 조성된 '평화 무드'를 깰 시점이 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시장 재보선 패배, 한미FTA 처리 등 굵직한 정치 일정에서 이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던 박 전 대표가 당 쇄신을 계기로 이 대통령과 본격적인 차별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유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쇄신파인 남경필 최고위원은 "지금부터 이 대통령과 차별화한다고 말하지 말고 일단 서로 반성문부터 쓰고 대화를 하면서 같이 갈 수 있는 공감대를 마련해 보고, 그래도 도저히 같이 못 간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파 역시 온도차는 있지만 유 최고위원의 발언에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야 협상에 실패한 이 대통령의 한미FTA '밀어붙이기'에 적극 동조한 박 전 대표가 '선긋기'를 한들 큰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비공개로 100여 분간 진행했다. 당청관계 설정, 당 정체성 정립, 인재 영입, 공천 개혁 등 물갈이론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도부는 휴일인 오는 4일 비공개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쇄신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특히 최대 관심사인 공천과 관련해 영남, 강남 지역 물갈이, 고령 다선 의원 퇴진 등과 관련해 홍준표 대표와 지도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전여옥 "박근혜 조기 등판이고 뭐고 달라질 게 없다"
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는 와중에 비주류로 전락한 친이계 의원들의 '박근혜 비판' 수위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친이계이고 정몽준 전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이고 뭐고 박 전 대표가 나온들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어 "박 전 대표가 '선거의 여왕', '천막당사의 추억' 등 과거형으로 박제돼 있는데 현재 진행형을 보여 줘야 한다"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미 링에 올라 벌처럼 쏘고 나비처럼 날아다니는데, 박근혜 전 대표는 식물처럼 붙박이로 있으면서 온실 속에서 친박(박근혜)계에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다"고 박 전 대표를 '식물'에 비유하는 등 독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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