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쁠 게 전혀 없다. 국민 입장에선 이래도 좋고 저래도 나쁠 것 없는 '꽃놀이패'다.
행여 한나라당 일각의 주장이 관철돼 세법이 개정되면 재원이 확보된다. 끝없이 분출되는 복지 요구의 재원을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다. 그 뿐인가. 눈곱만치가 될지 손톱만치가 될지 모르지만 경제정의도 조금은 개선된다. 더 많이 버는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조세정의의 지수가 최소한 지금보다는 올라간다. 그래서 좋다.
혹여 한나라당 일각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실체가 거듭 확인된다. 한나라당의 계급적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가 재차 확인되고 '부자정당'의 이미지는 더욱 고착된다. 그 뿐인가. 한나라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쇄신안의 정체도 밝혀진다. 중앙당사를 없애고, 비례대표 후보의 절반을 공개 오디션으로 뽑고, 주요 당직에 외부 인사를 임명하고, '당민협의회'를 꾸려 정책 추진단계부터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쇄신안이 '눈가림쇼'라는 사실도 자연스레 드러난다. '위민'한다면서 줄기는 차버리고 지엽만 만지작거리는 모양새가 부각되면서 쇄신안의 정체가 착시 유발용임이 확인된다. 그래서 나쁘지 않다.
▲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장면 ⓒ뉴시스 |
일단 기류는 후자 쪽 같다. '버핏세' 도입 주장이 탄력을 받기는커녕 쐐기가 박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잘랐다. "개인의 아이디어 차원이지 정책위 공식 의제로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준표 대표도 나섰다. "세제는 국가 전체의 운영계획인데 재보선에서 졌다고 기조를 확 바꾸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기류가 이렇다면 '버핏세' 도입 주장은 자해수가 된다. '부자정당' 이미지를 개선하자고 내놓은 방안이 '부자정당'의 실체를 유감없이 확인시키는 매개가 된다.
거기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자해수가 한나라당을 넘어 박근혜 의원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박근혜 의원의 정책통인 이한구 의원도 가세했다. '버핏세' 도입 주장에 제동을 거는 대열에 합류해 한마디 했다. "경제 활력을 높여줘도 모자랄 판에 선거에서 졌다고 부유세를 도입하자는 것은 대국민 쇼"라고 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에 이어 국민행복지수 등을 주장하며 민생정책 행보를 강화하는 박근혜 의원이다. '747' 타고 하늘에 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해 '낮은 데'로 임하려 하는 박근혜 의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한나라당의 '부장 정당' 이미지가 자신에세 덧씌워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박근혜 의원이다. 이런 박근혜 의원에게 '버핏세'는 곤욕이다. 이한구 의원과 같은 입장을 보이면 서민 위한다면서 부자 감싸는 이중 행태를 드러낸다.
국민에겐 '꽃놀이패'이지만 한나라당과 박근혜 의원에겐 '자해수'인 게 '버핏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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