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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서 성정체성은 선거에 영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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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서 성정체성은 선거에 영향 없다

[LGBT 차별을 넘어] 성소수자 후보 바라보는 미국의 변화

15. 게이 후보를 바라보는 미국 유권자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로 미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았던 미국의 14개 주에서도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되었고, 동성 커플이 전통적 부부가 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받게 됐다.

미국의 이런 변화가 선거에 후보로 출마한 성소수자 정치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를 측정하기 위한 연구가 2016년 12월 미국 민주당 예비 선거에 입후보한 남성 게이 후보를 통해 실시됐다. 연구 결과, LGBTQ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장애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승리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음이 확인됐다.

미 오하이오 주 프랭클린 카운티의 민주당 예비선거에 출마한 생물학적 남성 테리 브라운 후보는 게이 정치인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재선을 노리고 출마했다. 그의 선거구에서 두 후보가 출마했는데, 브라운 후보의 상대는 이성애자였다. 브라운 후보는 자신의 성적 지향이 게이임을 밝히면서 동성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붙여놓았고, 동성애자 권리 향상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미 신시내티 대학 데이비드 니벤 조교수는 성적 소수자라는 사실이 유권자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브라운 후보의 선거전단을 통해 연구한 결과를 2016년 9월 과학전문지에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

후보의 성적 정체성 등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해당 선거구 30개 지역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민주당원 유권자 절반에게 3가지 종류의 전단을 발송했다.

첫째 전단에는 브라운 후보의 사진과 함께 성소수자 관련 내용은 제외한 정치적 이슈만이 기록됐다. 둘째 전단에는 첫째 전단의 내용과 함께 브라운 후보와 그의 남편 사진이 실렸다. 셋째 전단에는 위의 두 가지 내용과 함께 게이의 권익 증진 등을 공약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들 3개 전단은 30개 선거구 절반의 유권자에게 발송됐고, 나머지 절반인 15개 선거구에는 이들 3개 전단이 전혀 발송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들 두 개 그룹 실험 대상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를 비교해 분석했다.

그 결과, 첫 번째 전단을 받은 유권자들은 전단을 받지 않은 유권자보다 브라운 후보에게 찬성투표를 더 적게 찍었다. 게이 남편의 사진을 담은 두 번째 전단을 받은 지역구 유권자들의 경우, 지지표가 그 전단을 받지 않은 유권자들보다 많았다. 세 번째 전단을 받은 유권자들은 그렇지 않은 유권자보다 브라운 후보를 4% 더 많이 지지했다.

브라운 후보는 선거 결과 패배했는데, 성적 지향이나 게이 권익 옹호 공약 때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후보가 단순히 게이라는 사실만으로 유권자 표심에 이렇다 할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게이라는 사실과 게이 권리 증진과 같은 정치적 공약이 후보자 지지를 높인 측면도 있었다. 이는 과거 학자들이 게이 후보의 출마와 그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던 것이 비현실적이었음을 드러냈다.

당시 선거 양상은 과열 상태가 아니었고, 현지 언론은 브라운 후보가 게이라는 사실을 부각해 보도하지도 않았다. 이 연구는 민주당 예비선거가 실시된 한 지역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등의 한계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선거에서 유권자 표심이 LGBT 후보를 더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최소 10여 년 전까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성적 소수자 권익 증진이 추진되어오면서 게이와 레즈비언 정치인을 향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과거 선거 전문가들은 성적 소수자 후보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크게 드러내지 않아야 당선된다고 조언해왔다. 하지만, 이제 미국에서 LGBT 정치인은 정치가 일반인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뼈아프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공직에 선출된 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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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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