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홍준표 대표와 줄줄이 거리를 두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유정복 인천시장·박성효 전 대전시장·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홍 대표의 남북관계 인식에 어깃장을 놨다.
남경필 지사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자유한국당의 슬로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슬로건부터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보수가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진다"고 밝혔다.
그는 "자유한국당 선거 슬로건을 다시 만들자"며 "(보수는) 평화의 길이 열린 남북관계의 더 큰 진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답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남 지사는 "지금 국민은 보수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통해 균형 잡힌 시대정신을 구현할 능력이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부터 (자유한국당이) 지향하는 가치관과 언행의 양식을 바꾸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성효 전 대전시장도 전날 '대전시장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홍준표 대표 발언에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온 국민이 희망과 기대를 하고 있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어떤 지역에서는 홍 대표가 좀 오지 말게 해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저희는 큰 걱정이다. (홍 대표는) 제발 말 좀 조심하라"라고 쏘아붙였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서 "당 지도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며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국민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 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무책임하게 발언하며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그의)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 시장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후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남았지만, 판문점 선언이 이뤄진 것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실향민 2세로서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가 조속히 이행되고 교류협력 방안이 시행되는 가운데, 시장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여 인천발전과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도 29일 블로그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일성 국방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환영한다"며 "우리 당을 포함한 야당도 무조건 비판만 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위한 다시 오기 힘든 기회를 살리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1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홍준표 대표가) 너무 나가셨다는 느낌도 든다"며 "한반도 평화문제는 여야가 따로 없고 보수와 진보도 따로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홍 대표에 대한 지방선거 후보들의 반발과 관련해 "(당 지도부가 후보자와) 서로 조율하지 않고 (의견을 내다보니) 국민의 우려를 낳을 수 있다"며 "좀 더 후보자와 당 지도부 간에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반발에도 홍준표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홍 대표는 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경남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며 "포악한 독재자가 한 번 웃었다고 (여론조사에서) 신뢰도가 77%까지 올라가고,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 되려고 하나보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경남을 내주면 나라를 내주는 것이다. 좌파 천국이 된다"며 "경남만큼은 내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요즘 홍준표가 북한과 남한에서 집중표적이 되서 공격받고 있다"며 "남과 북에서 현재로서 홍준표가 제일 유명한 인물이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홍 대표가 연설한 무대에는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이 여전히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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