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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파-삼성맨'이 주 베트남 대사?

"삼성전자의 베트남 노동자 인권에 관심 없다는 메시지" 비판

삼성전자 상무가 주 베트남 한국 대사로 임명됐다. 이른바 '자주파' 외교관 출신이다. 동시에 삼성 수뇌부를 자랑스러워하는 '삼성맨' 출신이다. 그리고 베트남에는 삼성 스마트폰 생산 공장이 대규모로 가동 중이다. '자주파-삼성맨' 출신 대사가 공직자 이해 상충 문제에 걸리게 됐다. 아울러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역시 논란거리다.

삼성 임원이 된 '자주파' 외교관, 주 베트남 대사 임명"외부의 추천"


신임 주 베트남 한국 대사는 김도현 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구주·CIS 수출그룹 담당 상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부 서기관으로 근무하며 청와대에 투서를 보냈다. 당시 외교부 북미국 관계자가 노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비난했다는 내용이다. 투서를 받고 조사를 지휘했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윤영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물러났다. 아울러 이른바 (대미) 동맹파로 분류된 외교관들이 교체됐다. 투서를 보낸 김 대사 등은 이른바 '자주파'로 분류됐다. 이후 김 대사는 기획재정부로 옮겼고, 지난 2013년 9월 삼성전자에 영입됐다.

지난달 29일 김 대사 임명 발표가 나자마자, 공직자 업무상 이해 상충 문제가 거론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외부의 추천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해 상충 우려에 대해 "오해의 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런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공직자가 지녀야 할 책임감이라든가 외교부 내 시스템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를 기업 주재원으로 생각해주세요"라는 주 베트남 대사

하지만 김 대사의 최근 인터뷰는 이런 해명을 무색하게 했다. 김 대사는 지난달 30일 <파이낸셜뉴스> 인터뷰에서 "기업인의 시각으로 기여하는 공관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김 대사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에게 특별한 존경의 마음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김 대사는 "미래와 꿈,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글로벌 초현실주의가 삼성의 기업 문화"라고도 했다. 삼성전자에 사표를 냈지만,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유착해있다는 방증이다.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선 "저를 세금 내고 쓰는 기업 주재원으로 생각해주세요"라고도 했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노동자 인권 유린

'기업 친화적인 외교 활동'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가 있다. 삼성은 베트남에서 16만 명을 고용한다. 외국 기업으론 최대 투자 규모다. 동시에 노동자 인권 유린 역시 심각하다.

국제환경보건단체 국제환경보건단체 IPEN과 베트남 시민단체 CGFED가 지난해 11월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선 임신한 여성 노동자가 과로로 유산한 사례가 흔하다. 또 지나친 초과근무 끝에 기절한 사례도 종종 있다. 게다가 제조과정에서 사용하는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제공 및 교육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 공장에서 벌어진 안전 및 보건 문제가 베트남에서 반복된 셈이다. 이런 문제를 제기한 측을 겁박하는 행태 역시 그대로다. 유엔(UN) 유해물질 특별 보고관 및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은 올해 3월 삼성 및 베트남 정부에 대해 "유해하고 부적절한 노동조건에 대해 보고한 연구자와 노동자들을 겁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익법센터 어필, 국제민주연대, 민주노총 등이 참가하는 기업인권네트워크(KTNC Watch)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반올림) 등은 지난달 30일 긴급 성명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 때, 최순실 씨가 면접 봤던 삼성 임원 출신 류재경 씨가 미얀마 대사에 임명되었다가 결국 사임했던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당시 최 씨는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사익에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공관장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임원이 매개 고리였다.


반올림 등은 "외교마저 삼성의 이익을 위해 이용당한 이 부끄러운 사건이 알려진 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현직 삼성 임원이 베트남 대사에 임명되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경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올림 등은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벌어진 노동자 안전 및 보건 문제를 거론하며, "(주 베트남 한국 대사로는) 삼성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베트남 노동자 인권 문제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비판도 곁들였다.

"삼성의 횡포,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속"

이어 반올림 등은 "법원이 결정한 (삼성 공장의) 유해물질 사용에 대한 국민들의 알 권리를 막으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는 삼성의 횡포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 역시 '삼성' 문제에 있어서는 이전 정부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김 대사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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