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를 만나 손을 맞잡고 허리를 감쌌다. 27일 남북 정상의 영부인이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만나 서로를 환대한 순간이었다.
이날 오후 6시 17분, 만찬 참석차 방남한 리 여사가 검은색 세단에서 내리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김 여사가 먼저 다가가 악수했다.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김 여사는 한 손으로 리 여사의 허리를 감쌌고, 살구빛 투피스를 입은 리 여사는 검은색 클러치를 다른 한 손으로 들었다.
두 영부인은 평화의집 레드카펫을 지나 안으로 걸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집 안에서 영부인들을 기다렸다. 김 여사는 김 국무위원장에게 다가가 악수했고, 리 여사는 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으나 남북 정상 부부가 만난 일은 사상 최초다.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방북했지만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부인이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에 방문했을 때도 권양숙 여사와 함께 갔지만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걷는 빨간 카펫이 아니라 옆에서 따로 걸었다.
리 여사는 문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 만나 뵈니 반갑습니다"라고 먼저 말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둘이 인사 나눴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김 여사가 "인사했습니다"라고 말하자, 리 여사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두 여사에게 "오늘 우리가 하루 만에 아주 많이 친해졌습니다"라고 자랑하자, 그 말을 들은 리 여사가 "아침에 저희 남편께서 반갑다고 해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회담도 다 잘 되었다고 해서 정말 기뻤습니다"라며 웃었다.
이에 질세라 김 여사도 "아까 다리 건너시고 하며 두 분이 걷는 모습을 봤습니다"라며 "얼마나 평화롭던지. 무슨 말씀 오가는지"라고 말했고, 그 순간 김 위원장이 불쑥 말을 자르며 "벌써 나왔습니까?"라고 물었다. 김 여사는 "오면서 봤습니다. 무슨 말씀 하시는지"라고 웃으며 답했다.
김 위원장은 김 여사에게 농담을 던졌다. 그는 "우리는 (기자들) 전부 다 피해서 멀리 갔는데 그게 나왔구만요"라고 말했고 김 여사는 "(국민들이)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미래에는 번영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그렇게 보였다면 성공한 거로"라고 대화를 잇자, 김 여사는 "아, 그럼요"라고 동의를 표했다.
남북 정상 부부는 대화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위해 한 걸음 더 평화의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남북 수행원들이 영부인들을 맞이하고자 기다리고 있었다. 리설주 여사는 남측 수행원과 인사하고 악수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모습을 한 발짝 빠져서 지켜봤다. 이후, 김정숙 여사가 북측 수행단과 악수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 번 만나 본 적 있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도 김 여사는 다시 재회했다.
리설주 여사의 방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리 여사는 지난 2005년 9월 인천 아시아 육상대회에 응원단 일원으로 남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90여 명 북한 응원단 중 한 명이었던 리 여사는 나이키 모자를 쓰고 '우리는 하나다' 구호를 외치며 응원했다. 북한 응원단은 당시 만찬자리에서 인천지역 대학생과 함께 춤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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