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공시 가격이 절반 가까이 급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세금을 덜 냈고, 추가 납부를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20일 서울시 부동산 종합정보에 따르면 대지면적 1023㎡, 건물 연면적 327.58㎡인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 공시 가격이 지난해 39억 8000만 원에서 올해 19억 6000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에게 부과된 재산세 등 세금도 지난해 1257만 600원에서, 올해 654만 2840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강남구청 측은 "담당 공무원의 단순한 행정착오로 공시가격을 잘못 산정하는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자택이 논현동 29번지(673.4㎡)와 29-13번지(349.6㎡)를 합쳐 1023㎡인데 행정적 실수로 일부가 누락돼 대지면적을 562.34㎡로 잘못 계산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은 이날 부동산심의위원회를 열어 정정 공시를 하고, 적게 산정된 세금에 대해 고지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올해 공시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되며, 이 대통령은 약 602만 6410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세청장, 건설교통부장관을 지낸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어떻게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일들은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처리되는지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며 "재산세 등이 작년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도 대통령은 국정에 바쁘니까 이해할 수 있지만 참모들이 이를 몰랐다는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정부와 지자체는 '단순한 행정 착오'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왠지 찜찜하기만 하다. 현직 대통령 사저의 공시가격을 산정하는데 대지면적 1023㎡를 562.34㎡로 축소하고, 건물연면적 327.58㎡를 180.08㎡로 축소하는 단순착오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공시가격은 매년 산정하는 것이고 그 동안 면적변동이 없는데도 이런 사태가 발생하니 시중에서는 대통령이 퇴임 후 내곡동 사저로 옮긴 후 자녀들에게 증여하기 위해 공시가격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정부를 향해서도 "이렇게 공시지가가 엉망진창어서 청와대는 대통령 퇴임 후 사저 부지를 공시가격의 3.9배나 주고 내곡동에서 구입했나. 아니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당국의 배려와 공직자들의 충성심 때문인가. 만약 고의적으로 공시가격을 낮췄다면 참으로 슬픈 일"이라며 "대통령께 부탁드린다. 공직자들이 올바르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고, 이 사안의 정확한 원인과 대책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도 "대통령 사저 공시가격은 특별히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해 책정하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 이유도 없이 공시가격이 하루아침에 35억8000만 원에서 19억6000만 원으로 수직으로 급강하할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임 대변인은 "정권 출범 때부터 '그건 오해야'를 연발하더니, 아직도 오해란 말인가. 유독 대통령 사저와 관련해서만 실수와 오해와 착오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가 국민은 정말 궁금하다. 실수 전문, 오해 투성이, 착오 정부라서 그런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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