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없었다. 해명도 없었다. 단지 누굴 향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유감'과 애먼 경호처장의 사임 그리고 내곡동 사저 건립 계획의 취소가 있었을 뿐이다. "시끄러운 나라"에서 명의이전을 거쳐 내곡동 사저이전의 백지화로 이어진 MB의 변화조차 MB의 자의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임박한 서울시장선거와 내년에 치러질 선거 결과를 염려한 것일 가능성이 짙다.
'정면돌파'와 '자화자찬'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MB나 한나라당의 평가와는 달리 기실 내곡동 사저터 매입사건은 임기를 2년 가까이 담겨 둔 현직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국고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충격적 사건이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리더십이 송두리째 붕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매입사건에 관련된 당사자들은 대통령을 포함해 형사소추의 대상이 된다.
과거의 BBK사건과는 달리 비교적 사실관계가 간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내곡동 사저 터 매입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궁색하기 그지 없고 조리에 닿지 않는다. 속출하는 증거와 정황들을 보면 사저 터 매입을 대통령 내외가 몰랐을 리 없고, 누가 보더라도 내곡동 사저 터 매입계약을 통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막대한 이득을 본 것이 명확해 보이며, 매입이 완료된 마당에 사저를 내곡동이 아니라 논현동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허물이 치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곡동 사저 터 매입사건이 국기를 흔들만큼 중대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기관과 국가예산의 사유화, 다른 하나는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이 법률을 모조리 위반했다는 사실. 국가 원수이며 집행부의 수반인 동시에 제1의 공인(公人)이라 할 대통령이 국가기관과 예산을 사유화해 사적 이익을 도모했고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법률들을 위반했다면 그 나라의 기강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내곡동 사저 터 매입사건에 대처하는 MB의 태도다. 그는 조중동과 공중파 방송의 엄호하에 이 위기를 악의적 무시(malign neglect)전략으로 돌파할 작정인 듯 싶다. 하긴 MB는 언제나 그래왔다. MB는 윤리와 도덕과 법률을 항상 혹은 자주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여기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곤 했다.
내곡동 사저 터 매입사건은 MB식 멘털리티의 백미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민주화 이후 윤리의식과 준법정신이 가장 낮은 대통령을 둔 대한민국 국민들의 신세가 처량하다. 도덕과 윤리에 눈 감은 유권자들의 선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순간이다. 부디 대한민국 국민들이 MB의 정신과 행태를 본받지 말기를, 윤리와 도덕이 돌이킬 수 없이 황폐해지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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