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후 입주할 사저 부지로 내곡동 땅을 굉장히 복잡하게 사들였다. 아들 집에 얹혀 살고 싶어했을런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찌됐든 아들 시형 씨는 김윤옥 여사 명의의 논현동 자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6억 원을 빌렸다. (불법 논란은 일단 제외하자.) 시형 씨는 차용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친인척에게 6억원을 더 빌렸다고 한다. 그리고 청와대와 함께 공동으로 땅을 사들였다. (시형 씨가 벌써 15억 원을 이익 봤다, 8억 원이 국고에서 시형 씨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논란도 일단 제외하자.) 이 과정에서 시형 씨의 지분이 높게 책정됐다. 청와대는 손해를 봤고, 시형 씨는 이득을 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살겠다고 한 집인데, 아들과 청와대가 이런 복잡한 거래를 해 국고 손실까지 예상되는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시형 씨는 자신의 월급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약 500만 원 가량의 대출 이자를 내고 있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시형 씨 생활비는 어디에서 나오나. 왜 이런 걱정을 하고 있어야 하나.
간단한 문제였다.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내곡동 땅을 샀으면 됐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 민주당이 공개한 내곡동 사저 부지 건물의 철거 전 모습 사진 |
이 대통령은 이런 복잡한 거래를 이전에도 했다. 천신일 씨가 떠오른 것은 그래서다. 한때 시끄러웠던 이명박 대통령 30억 특별당비 대납 의혹이다. 2008년 '박연차 사건' 당시 검찰과 천신일 씨가 밝힌 데 따르면 내용은 이렇다.
대선을 40여 일 앞둔 2007년 11월 8일, 이명박 당시 후보의 고려대 61학번 동기인 천신일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세중나모여행사의 주식 36만주를 '시간외 매매' 형식으로 처분했다. 46억 원이 생겼다.
이 중 30억 원을 제2금융권인 HK저축은행에 5개월 만기(2008년 4월30일) 정기예금으로 넣었다. 11월 30일이었다. 천 씨는 정기예금을 담보로 30억 원을 빌려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시 빌려줬다. 이와 함께 천 회장은 11월 30일 이 대통령의 영일빌딩에 30억 원으로 추정되는(실제 채권최고액은 39억 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12월 3일 천 회장에게 빌린 돈으로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30억 원의 특별 당비를 냈다. 이후 이 대통령이 돈을 상환한 것은 추측으로 알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상환했다고 설명했고, 상환 시점에 이 대통령이 서초동 건물을 담보로 30억 여 원을 따로 빌린 흔적도 있다. 또 천 씨에게 채무가 없는 것을 보면 청와대 설명이 맞을 수 있다.
갚았다고 치자. 정리하면 이렇다. 천신일 씨가 돈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이명박 대통령에게 빌려줬다. 뭘 믿고? 이 대통령의 강남 노른자위 건물을 저당잡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복잡한 세금, 근저당비, 추가 이자 등으로 이 대통령과 천신일 씨는 약 5000만 원 가량을 허공에 날렸다.
간단한 문제였다. 천신일 씨에게 차용증을 써 주고 돈을 빌렸으면 됐다. 근 50년 지기 친구 사이라면 그 정도 신용은 있는 것 아닌가.
▲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 천신일 씨 ⓒ뉴시스 |
아무도 몰랐다면 어땠을까?
내곡동 땅, 천신일 씨와 돈거래,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두 사건이 익명의 제보, 혹은 공직자 재산 공개 때 드러나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됐다면 어땠을까. 아무도 몰랐다면?
땅값이 오른 '자신의' 내곡동 땅을 담보로 이시형 씨가 대출을 받아 부모님께 빌린 돈을 갚았을까? 만약 이 대통령이 돈을 상환하지 않았다면, 천신일 씨의 '빌려서 빌린 돈' 30억 원만 은행에 떼이고 이 대통령은 깨끗하게 손을 털었을까? 애초에 천신일 씨가 '절친'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30억 원을 그냥 주고 싶어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불필요한 가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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