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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정부는 서울정부…혁신도시라고 남아나겠나"

[재보선 현장-음성·진천·괴산·증평] "세종시 '개판'"…술렁이는 충청 민심

굵직한 '중앙' 이슈는 충북을 비켜가지 않았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충북 진천.음성.괴산.증평 지역 시민들은 술렁였다.

오는 28일 있을 이곳의 국회의원 재선거는 충청 민심의 향방을 알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꼽힌다. 일부 보수언론이 '정책과 현안에서 멀어진 소(小)지역주의 선거'로 좁게 프레임을 짰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충청 민심은 적지 않게 달라져 있었다.

한나라당 경대수, 민주당 정범구, 두 후보는 휴일인 24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경 후보는 음성, 증평 지역의 노인복지회관을 방문하는 등 바닥 민심 다지기에 나섰고, 정 후보는 음성군 금왕면 지역을 중심으로 유세전을 폈다. 이날에는 경 후보 지원을 위해 영화 제작자 심형래 씨가 음성을 찾았다. 정 후보 진영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가 음성을 방문, 지지를 호소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함께 한 경대수 후보 ⓒ경대수 후보 선거 사무소

지역발전론을 내건 경 후보는 증평에 "증평을 세계적인 인삼 도시로 키우겠다"는 플래카드를, 음성에는 "용산 산업단지를 조속히 추진하겠다" 플래카드를 각각 걸었다. 반면 정범구 후보의 플래카드 문구는 모두 "그려, 정범구여"라는 감탄사였다. 인물론, 여당 견제론 등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이다.

4개군별로 출신 지역 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있다. 7월 기준으로 가장 인구가 많은 음성(8만9645명, 40.7%)에서는 이 지역 출신임을 자임하는 정범구 후보가 지지율 면에서 돋보인다. 세 번째로 큰 괴산(3만6753명, 16.7%)에서는 이 지역 출신 경대수 후보 지지율이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두 번째로 큰 진천(6만1188명, 27.8%)에서는 한나라당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나온 진천 군수 출신, 김경회 후보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이다. 마지막으로 증평(3만2784명, 14.9%)은 지역색을 보일 이유가 딱히 없는 곳이지만, 괴산군이 최근 증평군과 재통합 의사를 일방 타진해 괴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게 특색이다.

세종시 문제 '은근한' 화두…박근혜 발언도 화제

하지만 이러한 소지역주의로만 설명되지 않는 기류가 확연했다. "정부가 세종시를 '개판' 치고 있다", "섭섭한 게 사실이다", "아주 약을 올리는 것 같다", "이번 정부는 '수도권' 정부 아니냐"….

4개 지역 모두에서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솔직히 우리랑 별 관련은 없다"면서도 은근한 정부 여당의 세종시 수정 움직임에 불만을 표했다. 세종시 문제의 직접 당사자는 아닐지라도 충청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 백지화되기 직전의 상황까지 접어들자 예민해진 민심의 반응이다.

경 후보는 "지금은 세종시 문제가 아니라 지역 현안을 논할 때"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 후보는 "세종시 문제를 바로잡을 사람은 바로 정범구"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지역 발전론'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정 후보 측 전략이 비교적 먹히고 있는 상황이다.

음성에서 개인 택시를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여기 음성은 혁신 도시 문제가 제일 큰데, 이 정부가 슬슬 수도권 규제를 풀려고 하니까. 올 기업도 안 온다고 난리라고 하더라. 세종시 약속도 안 지키는데, 혁신도시라고 남아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종시 문제는 충북 지역 이슈는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증평 장뜰시장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맞다. 그런데도 아주 섭섭한 마음이다. 이 정부는 서울 정부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그래도 충청도 사람들이 이렇게 섭섭한 마음을 갖지는 않았다"고 받아쳤다.

진천 읍내 한 복덕방에 모인 여섯 명의 60대 남성들 사이에서 화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발언이었다. 이들은 "박근혜 씨도 세종시 그대로 해야 한다고 말한거 아녀. 아주 잘했제. 한나라당도 박근혜 씨 말 좀 들어야 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경 후보 지지자들은 "세종시 문제는 별 관심도 없다. 우리 지역이 문제인데… 여당 후보가 돼야 아무래도 낫지 않느냐"고 입을 모았다. 괴산에 거주하는 한 40대 여성은 "경대수 씨가 괴산 사람 아니냐. 괴산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함께 한 정범구 후보 ⓒ정범구 후보 선거 사무소

김경회 '동정론'도 만만치 않아…"경대수 표 깎아먹을라"

공천 불복 선언 후 무소속으로 나온 김경회 후보의 선전도 경 후보 진영에 위기감을 불러왔다. 여권 단일화 문제는 중부 4군 지역에서도 한 때 화두였다. 그러나 경 후보 측은 "지금은 전혀 논의가 없다. 사실상 물건너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이 한 토론회에 출연 "단일화 생각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정 후보 측은 그러나 "아직은 모른다. 저 쪽(여권) 진영의 단일화 여부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진천에서는 '김경회 동정론'도 만만치 않았다. 앞서 언급한 진천 복덕방 주민들은 "여기 있는 사람들은 민주당 아니면 김경회 찍는 사람들이다. 경대수는 잘 모르겠다. 김경회가 군수 시절에 인덕을 좀 쌓은 사람인데 억울하게 공천에서 떨어졌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괴산 지역 경대수 후보 지원 유세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진천 사람들이 김경회 씨를 뽑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도지사도 한나라당 사람이고, 도의원들도 한나라당 사람이 많은데, 무소속이 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 경대수 씨 표를 깎아 먹고 있다. 민주당 좋은 일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정범구 다소 앞서지만 "안심할 수 없다"

후보의 출신 지역에 따라 4개 군 여론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나라당, 민주당 두 후보 진영 모두 "소지역주의가 강하다고 하지만 전체 민심을 움직일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입을 모았다. 표 계산법에 따른 각자의 입장이 작용했음을 감안해도 흥미로운 '의견 일치'다.

현재 민주당 정범구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소 우위를 보이고 있는 상황. KBS-미디어리서치가 16~17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25.3%로, 17.1%인 한나라당 경대수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왔다. 무소속 김경회 후보가 15.7%로 경 후보 뒤를 바짝 쫒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자체 조사에 의하면 경 후보가 상당히 격차를 좁힌 결과가 나왔다는 후문도 있다.

▲ 무소속 심대평 의원과 함께 한 무소속 김경회 후보 ⓒ김경회 후보 선거 사무소

경 후보 측은 "지지율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KBS에서 발표한 여론 조사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었다. 답변율이 20%도 채 안됐다"고 주장하며 "경 후보 지지율이 상당히 상승했다. 다소 뒤처지지만 (우리 캠프) 자체적 판단으로는 오차 범위 안에 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정 후보 측은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 행보'에 대한 질문에 주민들은 여야 후보 선호도를 떠나 하나같이 "와 닿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충북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2.3%가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과도 연관이 적지 않다. 음성의 택시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기 사람들한테는 전혀 영향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으로써는 투표율이 관건이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음성의 한 시민은 "충북은 지금까지 계속 야당이었다. 하지만 이 쪽 지역이 너무 낙후됐다. 사실 힘 있는 여당 사람이 뽑혀야 발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투표 날이 돼 봐야 누굴 찍을지 결정할 것 같은데, 바빠서 투표 하는 것도 귀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충청 지역의 민심 악화는 현실이지만 고스란히 민주당 표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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