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은 답보상태에 머문 반면, 야권 후보는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반 판세만 놓고 보면 당초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비교적 손쉬운 선거가 될 것이라던 관측은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10월 재보선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재보선은 대통령의 지지도가 60%가 넘어도 여당이 승리한 적이 별로 없다"던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의 경계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청와대 행정관의 250억 기금 요구 사건, 청와대 비서관 욕설 사건 등 여권의 스캔들이 악재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견제 심리가 작동해 야당에 몰표를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유' 없어진 한나라당
민주당이 '취약지역'으로 봤던 수원 장안과 경남 양산의 변화는 주목할만 하다. 19일 발표된 <한겨레>-'더피플'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찬열 후보는 36.2%로 38.1%의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를 바짝 추격했다.
유명 방송 앵커 출신인 박찬숙 후보의 인지도에 비춰봤을 때 이 후보의 선전은 예사롭지 않다. '손학규 효과'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남 양산에서도 초반 한자릿수 지지율을 보였던 민주당 송인배 후보가 중반으로 접어들며 20%를 상회하고 있다. 양산에서 송 후보의 인지도가 처음에 대단히 미미했다는 친노진영 관계자의 설명을 상기해 본다면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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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장광근 사무총장은 18일 "5곳 선거전 모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휴일임에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는 세종시 문제 등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선거의 실질적인 분수령인 경기도 안산 상록을과 수원 장안, 충북 괴산.진천.음성.증평에서 패하면 내용적으로 '재보선=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이 다시 한 번 성립될 수밖에 없다.
MB 고공행진과 역행하는 바닥 민심, 왜?
왜 이 대통령의 지지율과 재보선 풍향이 불일치하는 것일까? 정치컨설턴트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민주당이 최근 '정권 심판론'에서 '여당 견제론'으로 슬로건을 슬그머니 바꾼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재보선 지지율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별개로 움직인다는 것을 민주당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재보선의 특성상 중앙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즉각적으로 지역 후보 지지율에 영향을 끼치는 면이 있다. 이는 모든 정치권이 '선거 체제'로 들어서는 총선 등과 다른 면"이라며 "청와대 비서관 스캔들이나 김제동 씨 사태,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 등이 '견제심리'로 즉각 반영된다"고 했다. 그는 "정권 내부 스캔들이 연이을 경우 여당으로써는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도 "최근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이 대통령이 '잘한다'는 것보다는 '역행하지 말라'는 의미로 분석된다"면서 "그러나 김제동 씨 사태, 4대강 사업 논란 등을 보면 '일방 독주'의 우려가 다시 보인다. 이에 따른 견제심리가 작동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바닥 민심의 괴리가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높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의 개별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하나같이 낮다"며 "지지율과 현장 민심의 괴리가 재보선을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지지율의 거품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엄존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안부근 디오피니언 소장은 "재보선과 별개로 이 대통령의 현 지지율은 내실이 있다"며 "첫째, 경제 지표가 좋아지고 있으며 둘째, 사실상 야당이 '실종'된 상태라 이에 대한 반사 이익이 지지율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민주당 등 야당이 후보 단일화 등 최소한의 대안적 신뢰를 주는데 실패하면 민감한 재보선 풍향은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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