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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 노무현'…PK 민심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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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 대 노무현'…PK 민심은 어디로?

[재보선 현장-양산] '1조원 공약' vs '눈물의 호소'

'굳히기냐 대역전이냐.'

재보궐 선거를 닷새 앞둔 23일, 경남 양산에선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가 민주당 송인배 후보를 앞서가고 있다는 판세 분석에 이론은 없었다.

하지만 박희태 캠프의 관계자는 "송 후보가 좀 따라오는 듯 했는데 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더블 스코어 정도 된다"고 강조한 반면, 송인배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윤재 전 비서관은 "5%포인트 차이로까지 따라잡았다"는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요컨대 막판 추이가 어떻게 변화될 것이냐를 두고 서로의 해석이 다른 것이다.

남은 닷새를 한나라당은 '조 단위' 개발공약을 앞세워 판세를 굳히려는 전략인 반면, 민주당은 '100시간 집중유세'와 '기적의 양산' 캠페인 등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을 내세운 박희태 후보와 감동을 통한 선거혁명을 꿈꾸는 송인배 후보 뒤에 어른거리는 이명박과 노무현의 그림자다.

"양산 지하철은 내 손안에…"

ⓒ프레시안

양산 신도심 중부동에 위치한 박 후보 사무실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박 후보 일정도 비교적 단촐한 편이다. 박 후보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활동 사진들도 거리 유세 보다는 간담회나 기관 방문 등이 많았다.

캠프 관계자는 "양산 넓이가 부산 정도 되는데 사람 모이는 곳을 다 쫓아다녀봐야 잘 표시도 안 나고 포인트 위주로 꼭 필요한 곳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가장 큰 무기는 '중량감'이다. 이날 밤 부산 MBC주최 합동 토론회에 출연한 박 후보는 "아시다시피 저는 최근까지 집권 여당의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캠프 관계자는 "당선되면 국회의장 된다는 이야기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면서 "그만큼 큰 인물이니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더 많아 우리도 의외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밤 TV토론에서 김양수 후보는 "국회의장 되면 한나라당 탈당해야 되는 것은 아시지 않나. 국회법이다"고 쏘아붙였고 박 후보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양산이 아닌 남해 출신이라는 아킬레스건에 대해서도 캠프 관계자는 "김양수, 송인배 후보가 양산 사람이냐 다 부산 사람들 아니냐"고 받아넘겼다.

이날 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내려온 전여옥 전략기획위원장은 덕계동 재래시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오늘 장광근 사무총장이 국정감사장에서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1조5000억 원이 들어가는 양산 지하철 공사 문제를 질의하고 답변을 받고 있다"면서 "이제 양산 시민 여러분은 지하철을 타고 어느 곳이든지 다 갈 수 있다. 지하철 탈 준비만 하시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정몽준 대표도 "부산의 지하철을 (양산) 웅상동까지 연결하고 이것을 울산 KTX와 연결하겠다"면서 "사업을 하려면 1조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 1조원이 얼마나 큰 돈인가"라고 말했다.

다른 한나라당 관계자들도 '지하철'을 입에 달았다. 부산대학병원과 시청 등이 들어선 양산 신도심에는 부산 지하철 2호선이 연결되어 있지만 천성산 너머 편에 있는 구도심은 부산 지하철 1호선의 연장이 숙원이긴 하다.

"눈물로 호소하는 수밖에…"

ⓒ프레시안

송인배 후보 캠프의 분위기는 박 후보 캠프보다 역동적이었다. 열세인 상황을 만회하기 위한 안간힘처럼 보였다.

이날 저녁 8시부터 선거운동 마감시점인 27일 자정까지 계속되는 '100시간 연속 유세 대장정'과 주말의 대규모 자원봉사 캠페인을 앞두고 캠프 구성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경남 남해·하동에서 박 후보와 수차례 격돌한 경험이 있는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내가 선거를 여러번 해보지 않았냐"면서 "'이긴다'는 말은 안 하겠지만 '분위기가 좋다. 해볼만 하다'는 말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윤재 전 비서관은 "우리가 특별한 다른 뾰족한 수가 있겠나.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지만 '계산'이 없진 않았다.

정 전 비서관은 "양산 유권자 수가 대략 18만 명 정도 되고 재보선 투표율이 25% 정도면 투표자 수가 4만5000 명, 그 중에 2만 표면 당선권"이라고 계산했다.

정 전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양산 득표가 3만 표 정도, 17대 때 송인배 후보 득표가 2만8000표 정도, 양산에서 봉하에 직접 조문한 사람이 1, 2만 명 정도다"며 "결국 원래 우리 표를 어떻게 끌어내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중간층을 공략한다고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럴 여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정 전 비서관은 "100시간 집중 유세를 통해 눈물로 호소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한나라당 박 후보의 개발 공약에 대해선 "'박희태가 거물이긴 거물이다'는 식의 대세론은 어느 정도 먹혀드는 측면이 있지만 1조, 2조 하는 개발 공약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잘라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표가 양산으로 온 이후 결정된 첨단의료복합도시도 대구로 넘어갔다는 것을 양산 시민들이 잘 안다"고 말했다. 송인배 후보도 이날 밤 TV 토론에서 '힘 있는 인물'을 강조하는 박 후보를 향해 "그런데 첨단의료복합도시는 어떻게 된 거냐"고 꼬집었다.

송 후보 캠프는 친노신당과 민주당의 미묘한 긴장관계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TV토론에서 김양수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에 남는 거냐 친노신당 가는 거냐"라고 질문하자 송 후보는 "저는 민주당에 남는다"고 답했다 .

양산이 PK민심의 바로미터

▲ 민주당 캠프의 또 다른 주인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프레시안
'그들만의 리그'는 뜨거웠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이는 시청 주변의 신도심과 덕계 쪽의 웅상 구도심 모두 마찬가지였다.

부산 출신으로 양산에 소재한 제2 부산대 병원에 일하며 주변 아파트에 살고 있는 30대 중반의 의사는 "요새는 왜 선거 포스터도 잘 안 붙이냐"면서 "선거 상황을 잘 모르는데 투표를 할지 안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의사는 "출퇴근 시간을 감안하면 투표할 시간도 없다. 그렇다고 점심이나 저녁 굶고 투표하러 가겠냐"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분위기는 어떠냐'는 질문에 "사실 우리 아파트에서 내가 알고 지내는 이웃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소 극단적인 경우일지 모르겠지만 부산 등지에서 유입된 신도심 거주 주민들의 사정을 일견 대변해주고 있었다.

신도심 대형 할인마트 주변에서 만난 30대 주부는 "육아, 교육 문제에 대해선 관심이 많은데 이번 선거에선 그런 이야기는 안 나오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 '송인배 노무현 콤비'대 '박희태 이명박 콤비'의 대결이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느낌도 없진 않았다ⓒ프레시안
한나라당이 전통적으로 유리했던 구도심 분위기가 박희태 후보에게 우호적인 것도 아니었다.

"박희태가 당선 되면 1조 원이 들어온다고? 누구를 바보로 아나." 오후 2시 경, 오십 여 평 정도 되는 홀에 손님이라곤 기자 밖에 없는 한 식당 주인의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는 "모르고 속고, 알고도 속는다고 지하철이 될 거 같으면 그나마 좀 빨리 될 순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면서 "그렇지만 한나라당 사람들이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된다. 다 된다'고 말하는 꼴을 보면 가관이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40대 여성 택시기사는 "한나라당 운동원이 '요새 경기 좀 좋아졌지요'라고 물어보기에 면전에다 대놓고 욕을 확 해줬다"면서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죽게 만든 것 아니냐. 아마 선거에 좀 영향이 있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박희태 씨가 당선되기가 더 쉽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이명박과 노무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는 양산의 분위기는 이처럼 독특하고도 미묘했다. PK 민심이 내년 지방선거와 그 이후까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단서가 이곳, 양산 선거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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