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0시 정각, 인터뷰 장소인 의원회관에 가자 실무자가 나와 행사관계로 10시 2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선거란 이런 것. 나 후보는 시간을 충분히 내지 못해 미안하다며 자리에 앉았다. 동시에 질문을 시작했다.
"이길 수 있나?"
"이길 수 있다."
"필승 전략은?"
"지금은 단일화 이벤트 때문에 야권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선거는 결국 책임 정치를 누가 구현하느냐의 문제다. (서울시민들은) 책임 정치를 끌고 갈 정당의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야권의 단일화 바람은 곧 사그라질 것이다. 햇님과 바람이 '누가 외투를 벗길 것이냐'로 내기를 하는 우화가 있다. 바람은 햇님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햇볕정책인가?"
"햇볕정책이다. 따뜻한 햇볕정책.(웃음)"
▲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
"선대본부장, 외부 인사 영입할 것"
"서울시장 경선을 요구했던 김충환 의원도 그냥 사퇴해버리고, 보수 시민단체가 추대한 이석연 변호사도 그냥 사퇴해버렸다. 너무 '시너지'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벤트가 없었던 것뿐이다. 사실 김충환 의원님도 저를 지지한다고 얘기 했다. 오늘도 김 의원님 지역구인 강동구 쪽 행사에 같이 갈 계획이다. 이석연 변호사도 그냥 사퇴해서 이벤트 효과가 없지 않느냐고 하는데, 인위적인 이벤트가 국민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겠느냐. 어제도 시민단체 분들과 한나라당이 토론회를 했는데, 그 분들이 집단적으로 지지운동을 하는 데에는 (시민단체 사람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지만 개별적으로는 모두 (나경원) 지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보수적 시민단체들에서 공식적으로 지지선언을 할까?"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지금 여권의 힘이 모아지고 있는 중이다. 김충환 의원도 그렇고 이석연 변호사도 그렇고, 제가 앞으로 잘 해야 하겠지만 힘이 하나 하나 차분히 모아지고 있다."
"선대본부는 꾸려졌나?"
"아직 준비 중이다."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상징적인 인물도 중요하지만 정당 정치에 대한 실망감도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 쪽 분을 모셔올 생각도 가지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웃음)"
"당내에서 '서울시당 차원에서 선거를 해야 한다'는 발언도 불쑥 나왔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 것이 민주적인 정당이다."
"그 동안의 당내 혼선이 다 해결 됐나?"
"홍준표 대표가 당이 총력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당의 후보로 (제가) 생각보다 빨리 결정됐다. 아직 (당이) 선거 체제로 전환되지 못했다. 국정감사 기간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 아쉬움이 있다. 주말을 거치면 완전히 '세팅'될 것이다."
▲ "야권의 단일화 바람은 곧 사그라질 것이다. 햇님과 바람이 '누가 외투를 벗길 것이냐'로 내기를 하는 우화가 있다. 바람은 햇님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그렇다. 저는 단일화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야권의 단일화를 보면 가치 연대라기보다 계산과 이해에 의한 연대로 보인다. 민주당과 민노당이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지상욱 후보와 단일화 문제는) 범여권 단일화가 아니라 야당과 단일화라고 (고 박사가 표현)했지만 자유선진당과 우리가 가치를 연대할 수 있다면 가치 중심의 선거 연합은 가능할 것이고, 또 (단일화를) 하고 싶다. 제가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책임정치가 구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이 다르면서 단일화를 해 뭘 주고받는 것은 책임 정치에 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야합'이라는 표현도 쓴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박영선, 민노당 최규엽,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TV 토론회를 한다. 이런 식의 토론을 통해 함께 하는 것을 가치 연합이라고 볼 수는 없나?"
"민주당과 민노당이 추구하는 이념이 다르다. 같이 볼 수 없지 않나. 그러려면 (같이 하려면) 합당하는 게 정직한 것이다. 매우 부정직하다고 본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그 부분을 제가 보겠다는(고려해보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노당은 다르다. 같다면 민주당도 떳떳하게 (합당하자고) 얘기해야 한다.
"박영선, 박원순, 둘 다 쉬운 상대"
"박원순, 박영선, 야권 후보 중 누가 더 버겁게 느껴지나?"
"둘 다 쉽다.(웃음)"
"왜 나경원이 서울시장이 돼야 하는지를 설명해 달라."
"지금 서울시가 필요한 것이 있다. (지금까지) 도시 경쟁력은 굉장히 올라갔다.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부분도 중요하다. 그것을 과거로 돌려놓으면 안 된다. 그래서 야권에서 서울시장이 되는 데 반대한다. 동시에 챙길 것이 있다. 서울시민의 행복지수가 낮다. 이걸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약자를 위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 입문 이래 제 정치 철학이기도 하다. 소외된 사람, 어쩔 수 없이 낙오한 사람과 함께 가는 정치를 할 것이다. 약자가 행복해지면 보통사람은 더 행복해진다. 약한 쪽을 편하게 하면 (모두가) 더 편해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 서울시에 필요한 것이 바로 그런 시정이다. 그런 면에서 제가 (서울시장에) 적합하다."
"이명박-오세훈으로 이어져 온 서울시정의 연장선에서 소외받는 사회적 소수자가 행복을 느끼는 사회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필요하다?"
"그렇다."
▲ "박영선 후보가 조금 급한 것 같다. 요즘 전혀 이해 안 되는 말씀을 하시는데..." ⓒ프레시안(최형락) |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이명박-오세훈으로 이어지는 지난 10여년의 시정에 문제 제기를 하고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데?"
"박영선 후보가 조금 급한 것 같다. 요즘 전혀 이해 안 되는 말씀을 하시는데..."
"이명박 시정, 오세훈 시정과 한나라당이 공동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나?"
"왜 갑자기 공동 책임을 거론하는지 그게 이해가 안 된다. 그 동안 서울시정에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다. 부정적인 측면을 꼽으라면 소통의 부족, 전시행정으로 흐른 부분이다. 그 다음에 안타까운 것은, 들여다보면 이유가 있겠지만 부채가 상당히 늘어났다. 제가 약자를 위하는 생활특별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알뜰시정이다. 문제는 돈이다. 무상급식도 돈만 허락되면 (한나라당도) 전면 무상급식을 하자는 것 아닌가. (돈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돈을 어떻게 알뜰살뜰하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부채를 줄이는 부분이 중요하다. 늘어난 부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이미 공약도 했다."
"지난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 준비한 내용들을 꺼내 놓고 있는 것인가?"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
"지난해에는 '세심'이라는 컨셉을 내 놓았는데, 요즘은 '세심'이라는 말을 잘 안 쓰는 것 같은데?"
"연장선상에 있다. 제가 '생활특별시'를 얘기했는데, '세심'이라는 것은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생활 편의 시설의 차이가 없게 한다든지 서울시에 도서관을 하나 더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을 주변에 걸어서 5분 안에 공원이 있게 하고, 도서관이 있게 하는 식의 컨셉이다. 그런 서울시정이 '세심'과 연결된다."
"왜 나경원인가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그렇다면 왜 박원순은 안 되는가?"
"책임 정치와 관련된 문제다. 박원순 후보가 시민 사회 운동을 열심히 하신 것은 맞다. 시민운동가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만,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리다. 고도의 책임성이 필요한 자리다."
"책임정치, 정당정치 차원에서 박원순 후보는 적합하지 않다?"
"박 후보의 경력을 얘기하는 것이다. 시민운동가로 문제를 제기만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왜 안 되나?"
"지금은 갈등조정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워낙 스스로 자임한 것처럼..."
"'전사형' 스타일은 안 된다?"
"좀...(웃음)"
"무상급식, 원칙은 공감하나, 의회와 타협하는 게 맞았다"
▲ "주민투표로 가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신과 원칙의 부분은 동의하지만 좀 더 갈등을 조정해서 시의회와 타협을 이루는 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저는 주민투표로 가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신과 원칙의 부분은 동의하지만 좀 더 갈등을 조정해서 시의회와 타협을 이루는 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오세훈식 시정과 나경원식 시정은 다르다?"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 조정이다. 어떤 시장이어야 하느냐는 논란이 있다. 이를테면 행정 시장이어야 한다, 아니다, 이런 논란이 있었는데, 시장이라는 자리는 순수한 행정직이 아니다. 시정에는 다양한 갈등이 있다. 이곳을 개발할 것이냐 말 것이냐, 여기에 재래시장이 들어와야 하느냐, 다른 뭐가 들어와야 하느냐 등 이런 부분에 다 갈등이 있다. 하다못해 공중화장실 하나를 설치하려고 해도 내 집 앞은 안 된다 식의 갈등이 있다. 시장은 갈등 조정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갈등 조정은 듣는 역할에서 시작한다. 정치인의 가장 큰 역할이 갈등 조정 아닌가. 제가 판사로 일했던 경험들도 다 녹아서 이런 부분(갈등 조정)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 입문해서 8년째다. 지금 얘기한 갈등 조정의 리더십과 관련해 '이런 일을 했다'고 내세울 일이 있나?"
"제가 (문방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맡았을 때 야당과 대화해 법안을 처리했다. 그런 방식을 쭉 견지해 왔다. 여당 내에서 제가 항상 (계파 문제에서) 중도를 걸어온 것도 그런 차원이다."
"친박계가 나 후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많았는데 그 문제는 해소됐나?"
"아직 정식으로 (선거 체제가) 구성되지 않았지만, 잘 정리 될 것이다."
"대학생들 만나보니 등록금보다 취업 이야기 많이 해"
"현장에 가면 어떤 얘기들을 하나?"
"어제도 누가 그러시더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당신 어깨에 달려 있다'고 서울 시장 선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서울시장 선거지만,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도 계셨다. 현장을 다니면서 느낀 민심은 정치권에서 막연히 생각하는 그런 민심들과 다르다. 대학생들을 만났는데 등록금 이야기보다 자신들의 미래에 관해 다양한 직업군과 (취업) 시스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적 이슈와 다른 이슈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제가 공천장을 받은 첫 날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기회를 주는 게 참으로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어렵다, 어렵다 하는 것도 기회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줘야하고, 일자리를 열어줘야 한다. 대학생들과 게릴라 미팅도 하고 패션 창작 지원 센터에 가서 창업 지원을 하는 것도 살펴봤는데 그들의 고민은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생활 이슈다. 저 쪽(야권)에서는 무상복지 시리즈를 이야기 하는데 서울시장이 해야 하는 것은 정치적 복지가 아니라 생활 복지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더 이상 정치 선거를 하지 말고 정책 선거를 하자는 것이다. 정치 복지 얘기를 하지 말고 생활 복지 얘기를 하자는 것이다."
▲ "제 불찰이 있는 부분이 있다. 선거가 되면 워낙 네거티브 공세가 많으니까..." ⓒ프레시안(최형락) |
출마 전후해서 나 후보는 자위대 행사 참석 논란, 장애인 알몸 목욕 논란에 휩싸였다. 아무리 정책 선거를 하고 싶어도 공격이 들어오는 걸 피할 방법은 없다. 답답해하는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준비가 덜 돼 이런 저런 실수가 나오는 것 아닌가?"
"제 불찰이 있는 부분이 있다. 야당은 이미 총 공세에 나섰고. 선거가 되면 워낙 네거티브 공세가 많으니까..."
10시 19분이다. 후보에게 시간은 표다.
"당선되면 10월 27일 아침에 제일 먼저 뭘 할 건가?"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 예산부터 좀 봐야겠다."
20분에 딱 맞춰 인터뷰를 끝냈다. 시간을 지켜줘 고맙다는 실무진의 진심어린 인사를 뒤로 하며 회관을 나섰다. 따가운 가을 햇살이 선거 정국을 달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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