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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찌르고, 박원순 피하고…TV토론 승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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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찌르고, 박원순 피하고…TV토론 승패는?

쫓는 박영선 '날선 질문' vs 선두 박원순 '동정심 유발 작전'

쫓는 이의 공격은 집요했다. 30일 열린 서울시장 보궐 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끈질기게 박원순 후보를 물고 늘어졌다. 재벌 후원금 문제부터 시작해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후보 지원유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박원순 후보의 평가까지 전방위적 공격이 이어졌다.

달아나려는 이는 억울했다. 현재까지 선두권으로 평가받는 박원순 후보는 박영선 후보의 잇딴 공격에 수차례 "서운하고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동정심 유발' 작전으로 읽혔다. 박영선 후보를 향해 "BBK 때는 통쾌하다고 생각했는데 선의로 일해 온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공격할 줄은 정말 몰랐다"며 "그런 식으로 서울시를 다 포용할 수 있겠냐"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이번 경선에서 비교적 여유로운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는 서민의 애환과 노동자의 서러움을 두 후보에게 피력하며 민주노동당 후보로서의 정체성 드러내기에 공을 들였다.

박영선 "박원순, 한 손에 채찍 들고 한 손으로 후원금 받아"

▲ 왼쪽부터 박원순, 박영선, 최규엽 후보. ⓒ연합뉴스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주도권 토론 시간의 대부분을 박원순 후보를 향한 질문에 할애했다. 자신과 박원순 후보의 다른 점을 부각시키는 데도 주력했다.

박영선 후보는 "내가 MBC 기자로 재벌개혁, 재벌특혜 철폐를 부르짖으면서 그것을 실천하려 노력하던 때 박원순 후보는 재벌의 후원을 받으면서 '고맙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며 "한 손에는 채찍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후원금을 받았다"고 공격했다. 박 후보는 "재벌이 후원을 할 때는 반드시 선의로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오랜 기자 생활에서 느낀 경험"이라며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라 몰아붙였다.

재벌 후원금에 대해서는 최규엽 후보 역시 "나쁘게 번 돈을 착하게 쓰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만 박원순 후보가 가려서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며 이랜드노조의 파업 당시 아름다운재단이 이랜드 그룹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최규엽 후보는 "기부문화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영선 후보는 또 "내가 2007년 대선 때 BBK의 진실을 밝히려 끝없이 맞섰던 반면 박원순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을 아름다운재단의 명예고문으로 모시고 '매우 훌륭한 분'이라고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공격에 박원순 후보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다 내용을 알만한데도 시간의 경과가 다른 단계를 그렇게 얘기하면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박원순 후보는 또 "민주당만 (이명박 정부로부터) 억압 당한 듯이 얘기하는 것에 너무 참혹함을 느꼈다"며 "그런 감성을 가지고 정말 시민을 보듬는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박영선 후보는 "인신공격적 질문"이라며 "이번 서울시장은 부패 청산을 위한 당차고 야무진 면과 시민을 위로한 따뜻한 정책의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박원순 "정당정치, 우리 국민에게 희망 주지 못했다"

박원순 후보 역시 박영선 후보에 대한 공격에 무게 중심을 뒀다. 박원순 후보는 "박영선 후보가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이미 80% 진척됐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상황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정확히 분석해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원순 후보는 "미소금융이 잘 안 된 것은 국가가 관리, 주도했기 때문"이라며 "21세기 행정의 큰 요체는 거버넌스이며 협치"라고 주장했다. '미소금융은 국가 주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박영선 후보의 과거 언급을 거론하며 한 얘기였다.

박원순 후보는 "국가 주도로 생겨난 미소금융은 실패했다"며 "새 정치를 위해서는 비영리단체, 시민사회, 기업이 늘 협력하고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후보는 또 '안철수 현상'으로 대표되는 '정치권 불신'에 박영선 후보 역시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여의도 정치로 대변되는 정당 정치가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고 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박영선 후보는 "안철수 돌풍은 스스로를 돌아볼 좋은 기회였지만 정당정치는 조정과 갈등을 서로 타협하는 용광로 같은 것"이라며 "시민단체는 얼마든지 '나홀로 정치'가 가능하지만 정당정치는 상대방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맞받아 쳤다.

'나홀로 정치'라는 표현에 박원순 후보는 "그렇게 말하면 민주당은 이번 경선에서 내가 통과할 경우 지지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보안사 출신 지원유세 옳은가?" vs "보안사 출신은 좋은 시장 못 된다는 법 있나?"

박영선 후보는 특히 박원순 후보의 '정체성' 검증에 공을 들였다. "때로는 한나라당인 것 같고 때로는 민주당인 것 같다"는 이유였다.

박영선 후보는 "박원순 후보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지원유세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은 토건행정을 하겠다는 사람이었고 또 한 사람은 보안사 출신의 의원이었다"며 "민주당의 철학과는 맞지 않는 행보"라고 공격했다.

또 박영선 후보는 "박원순 후보가 2007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노무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한 탓'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원순 후보는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다"고 맞섰지만, 박영선 후보도 "2007년 3월 12일 CBS라디오 인터뷰 스크립트를 직접 봤다"고 곧 반박했다.

보안사 출신 전 의원 지원 문제에 대해서 박원순 후보는 "보안사 출신이라고 좋은 시장, 구청장이 될 수 없다는 법이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박영선 후보 역시 "지원유세를 할 때는 자신의 철학과 맞는 사람을 지지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최규엽 "시장되면, 해고자 복직 문제 어떻게?"

한편, 최규엽 후보는 두 후보들을 상대로 민주노동당의 가치관에 동의하는지를 묻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 후보는 "서울시장이 되면 버스, 지하철, 수도 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약속하라"고 몰아붙였고, "서울시 산하기관의 해고자 복직 문제에 대한 입장이 뭐냐"는 질문을 던져 두 후보들의 긍정적 답변을 이끌어 냈다.

이번 토론회를 지켜본 1400명 배심원단의 평가 결과는 이날 밤 12시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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