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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와 한미동맹은 공존할 수 없다?

[차이나 브리프] 평창 이후, 한국이 직면한 '삼각 모순'

지난해 12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강릉행 KTX 열차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연기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시동을 걸었다. 이른바 '평창 임시 평화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이제 과제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다.

이와 관련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의 지속 등 세 가지는 동시에 모두 달성할 수 없는, 이른바 '삼각모순'(trillemma)이라고 지적한다. 즉,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달성하려면 한미동맹의 수정 또는 대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는 한미동맹을 현상태로 유지하려면 한반도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체제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가 발행하는 <차이나 브리프> 47호에 실린 구갑우 교수의 글을 연구소 측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다.

2017년 4월과 8월 한반도는 전쟁위기를 겪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동맹의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위가 서로의 안보이익을 감소시키는 안보딜레마가 야기한 전쟁위기였다.

다시금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새벽 고각발사의 형태로 미국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하고, 정부성명을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을 때 또 다시 전쟁 위기가 다가오는 듯했다.

평창 임시평화체제의 서막

그러나 극적 반전이 발생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가를 말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강압정책에 편승했던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19일 서울에서 강릉을 가는 고속열차 안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미국 주관 방송사인 NBC와 회견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과 겹칠 수 있었던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미 NBC 방송과 인터뷰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앞서 11월 13일(현지 시각) 미국의 뉴욕에서 열린 72차 유엔총회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전 세계 분쟁을 중단하자는 휴전결의안이 채택된 바 있었다. 한국정부가 2017년 9월 유엔에 제출한 휴전결의안이었다. 휴전의 시간은, 2018년 2월 2일부터 3월 25일까지였다.

시간을 역산해 본다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이전부터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국과 대북제재의 강화가 아니라 한미 합동 군사 훈련 연기를 핵심 의제로 협의했으리라 추론할 수 있다. 한반도 냉전의 해체 조짐이 보이던 1991년 11월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한미합의로 중단했지만 1993년 재개된 한미합동훈련의 첫 연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12월 19일 기차회견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란 천재일우의 역사적 계기 속에서 평창 임시평화체제를 만든 사건이었다. 평창 임시평화체제는 2018년 3월 25일까지 유효한 임시체제이고, 군사적 분쟁의 중단만을 내장한 소극적 의미의 제도화를 담은 평화체제였다.

임시와 소극이기에 지속성을 담고 있는 체제란 개념을 붙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반도 안보딜레마를 탈출하는 제도화의 한 형태란 점에서, 12월 19일 이후에 만들어진 한반도 정세를 임시평화체제로 정의할 수 있다.

두 측면에서 평창 임시평화체제는 미래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예시적 요소를 담고 있었다. 첫째,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안보딜레마의 한 축인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선제적으로 연기했다. 즉 한미동맹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안보딜레마를 벗어나고자 했다.

둘째, 안보딜레마의 탈출을 위해 북한이 2015년 1월부터 공식적으로 제안한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의 중단과 북한의 핵·미사일실험을 중단을 교환하는 이른바 '쌍중단'을 사실상 수용했다. 즉 북한에게 양보를 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길을 열었다.

만약 2017~2018년의 촛불혁명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없었다면,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가란 원칙을 제도화하는 방식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없었다면, 한미동맹의 한 당사자인 미국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의 휴전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차회견으로 시작된 평창 임시평화체제는 주변국 동의과정을 거쳤다. 한반도에서 전쟁불가, 한반도 비핵화,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 등의 4원칙에 합의한 12월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12월 19일 문재인 정부가 밝힌 한미 합동 군사 훈련 연기 제안이 논의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한국의 정권교체를 언급하며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를 의제화하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는 상대 가운데 하나가 특수 관계로 설정되어 있는 남한이었다. 한반도의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북한의 논리였다.

이후 한국정부는 1월 2일 남북회담을 제안했고, 1월 4일 한미 정상은 한미 합동 군사 훈련 연기에 합의했다. 미국도 사실상의 쌍중단을 수용한 것이다. 1월 9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참가가 결정됐다.

평창 임시평화체제, 격랑의 50여 일

2017년 2월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과 폐회식에는 북한대표단이 참가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식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북한의 이른바 '백두혈통'인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위원장,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인 김영철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 부장 등이 그들이었다. 김여정 대남특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 참가하면서 한국의 중재로 북미대화의 길이 열릴 듯 했지만, 시간과 장소까지 결정된 공식 북미대화는 성사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이 탈북자와의 만남과 천안함 방문 등의 대북압박 행보를 했고, 결국 북한은 북미회담의 취소를 통보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미국대표단이 참가할 즈음인 2018년 2월 23일 미국 재무부는 다시금 독자적인 고강도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해상차단과 중국이 포함된 제3국 선박까지 대북제재의 대상으로 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빌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제재"이고, 효과가 없다면 전쟁을 지시하는 "제2단계"를 예고한 제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1절 경축사에서 2019년 3·1절을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출발선"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은 핵 국가 인정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최상의 선호를 밝힌 셈이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3월 5일 대북특사와 대미특사를 보내겠다는 결정을 했다. 예전과 달리 외교부 출신의 청와대 안보실장과 대북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원 원장이 포함된 특사단이었다. 남북관계의 개선을 매개로 북미대화를 중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평창 임시평화체제의 형성을 위해 연기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재개와 관련하여 문재인정부가 어떤 제안을 하고,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의 입구와 관련하여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가 관찰의 초점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대북특사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의 결과는 경로의존적 예측을 벗어났다. 북한 응원단의 일원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20여 일을 한국에 체류했던 맹경일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과의 대화를 통해 한국정부는 북한이 서울을 경유하여 워싱턴으로 가겠다는 핵무력 완성 이후의 변화된 전략을 숙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3월 5~6일 북한을 방문했던 특사단은 6일 6개항으로 구성된 언론발표문을 공개했다. 남북한의 합의였지만 한국정부의 발표문이었다. 북한 매체는 이 합의문을 게재하지 않았다.

1항은 4월 말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었고, 2항은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의 설치였다. 3항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자신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4항은 북한이 비핵화 협의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5항에서는 평창 임시평화체제가 시작될 때 언급되어야 했던 북한의 핵·미사일실험의 중단이었다. 단서는 대화가 지속된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북한이 핵과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덧붙여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예정인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하고, 한반도 정세가 안정되면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조절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 지난 3월 5일 평양에 위치한 조선노동당 국무청사에서 정의용(오른쪽) 수석 특사를 비롯한 남한 특사단 일행을 맞이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청와대

특사단 언론발표문에 내재된 함의

이 언론발표문은 평창 임시평화체제에서 임시를 제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미답의 길을 담고 있다. 네 측면이 주목의 대상이다. 첫째, 남북정상회담의 장소다.

남북정상회담은 과거와 달리 북한의 영토인 평양이 아니라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군사령부와 북한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남측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택한 장소였다고 한다.

북한은 2013년 1월부터 유엔군사령부의 해체와 평화협정 체결을 연계했다. 만약 예정대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평화공존을 제도화하는 합의를 도출한다면, 북한이 남한을 정전체제의 당사자로 인정하면서 남북한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출발점을 만들게 된다.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처럼, 서로의 국가를 인정하고, 불가침선언을 하며, 경계선을 존중하고, 상주대표부를 설치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953년 중국과 인도 사이의 합의인 평화공존 5원칙과 1955년 반둥선언도 상상력의 원천일 수 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직전인 2017년 6월 24일 북한은 민족화해협의회 이름의 공개질문장에서 한미동맹인가 민족공조인가라는 양자택일적 질문을 던지며, 한반도 핵 문제는 남북대화의 의제가 아니라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북특사단의 언론발표문에 따르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의 의지를 먼저 남북대화에서 밝혔고, 한국에게 북미대화의 중재를 요구했다. 북한은 평창 임시평화체제의 공백이었던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의 중단도 한국에게 확약했다.

북한이 비핵화와 교환하려는 품목은 자신의 체제 안전이다. 2016년 7월 북한은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핵 사용권을 가진 주한미군의 철수가 선포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의 주장이 북한 비핵화(denuclearization)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지대(nuclear-free zone)에 있음을 보여주는 구절이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한반도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란 단서조항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한미동맹의 수정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수정된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의 한국에 대한 불가침선언과 함께였다.

셋째, 이 언론발표문에는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현재 대북제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한미일 등의 독자적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만이 제재를 해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도 대북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방법을 담고 있지 않다. 대북제재로, 석탄은 물론 경공업제품의 수출도 막히면서 북한의 무역수지 적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북제재로 북한의 국가적 행동 변화가 발생했다는 담론은 평창 임시평화체제가 발생한 직접적 원인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북한의 <로동신문>은, 평창올림픽 기간 미국이 취한 해상차단조치에 대해 미국 국내법에 기반한 제재이기에 주권침해이고, "난관을 조성하고 내부를 와해시켜 구미에 맞는 정부"를 세우려는 시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즉 북한은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의 의도를 북한 내 '친미정부'의 수립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북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넷째, 3월 6일 언론발표문의 국제정치적 맥락은 과거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와 다른 모습이다. 2000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의 전후를 살펴보면, 북미대화, 남북대화, 북중 정상회담을 거쳐 남북 정상회담에 도착했고, 이후 북러 정상회담과 북미공동코뮤니케로 이어지는 흐름이었다.

특히 주목의 대상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전인 2000년 5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는 사실이다. 평창 임시평화체제가 사실상 중국이 동의했던 한반도 안보딜레마의 탈출해법인 쌍중단으로 시작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기차회견 전 중국을 방문하여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의 연기를 협의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중국도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통한 한반도 안보딜레마의 해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평창 임시평화체제에 대해 동의를 밝혔다. 북한은 중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주도하는 대북제재에 참여하는 것을 "미국을 비롯한 대국"이란 표현을 사용해서 비판해 왔다.

중국이 주장하는 쌍궤병행에 대해서도 6자회담을 통해 실험해 보았지만 실패했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었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북중 정상회담이나 그에 버금가는 북중 대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단서를 달고는 있지만 한미동맹의 인정까지를 포함한 북한의 국가 행동 변화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중국에게는 북한의 '친미노선'으로 읽힐 수 있다. 중국 견제와 경제발전을 위해 전쟁을 했던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한 베트남의 행보를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행동이 변한 이유는?

2018년 3월 8일 대북특사단의 대표가 북한의 전갈을 전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또 다른 경로의존적 예측이 빗나갔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미치광이'로 불렀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노망한 늙은이'로 불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했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비핵화와 체제 안전을 교환하겠다는 전갈을 미국이 거부할 명분은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비공개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제안을 수용하는데 한몫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까지로 정상회담의 시한까지 정했다. 언론발표를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미특사가 하는 파격도 더해졌다. 평창 임시평화체제 완성의 순간이었다.

미국의 국가 행동의 변화도 설명을 필요로 하는 주제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선택이다. 다양한 스캔들로 인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했을 수 있다. 더불어 11월로 예정된 중간 선거를 고려했을 때, 한반도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매개로 한 정치연합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반도 핵문제의 외교적 해법에 반대하는 정치세력들은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전쟁과 같은 파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볼턴 전 유엔대사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것도 북미회담의 악재다. 볼턴 전 대사가 북한은 이라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자 북한은 그 교훈으로 핵 개발을 했다고 응수한 바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가 미국 내부의 제도화 과정을 필요로 한다고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국내정치적 반대에 직면할 수도 있다.

▲ 존 볼턴(오른쪽)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직후인 지난 3월 22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폭스뉴스 갈무리

둘째, 트럼프발 동맹의 문법 변화다. 미국이 패권국가로서 동맹국에게 안보를 제공하고 그 동맹국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본토에 대한 위협이 최우선의 해결과제로 설정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제거대상들이다. 특히 미국에게는 핵보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변화된 정세로 촛불혁명과 같은 민주화 이후 한미동맹의 민주화를 추진하곤 했던 한국의 한미동맹 수정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동맹을 경제적 이익으로 환원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이다. 한국기업에 대한 철강 관세 부과를 둘러싼 논란은, 동맹의 문법을 변경하는 한이 있더라도 패권국가가 아니라 강대국으로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념과 가치 그리고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동맹으로서의 한미동맹의 폐기절차를 밟고 있다.

셋째, 보다 거시적으로 미중관계의 맥락에서 미국의 국가행동의 변화가 발생한 원인을 추론해 볼 수 있다. 2017년 12월 미국 정부는 '새 시대를 위한 새 국가안보전략'에서 원칙적 현실주의로 이름붙인 힘에 입각한 개입주의를 표방한 바 있다.

반면 '국가안보전략'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수정주의국가"로 명명된 중국은 2017년 10월 중국공산당 19차대회를 통해 평화공존과 인류운명공동체란 신형국제관계의 대강을 제시했다. 미국은 최고의 군사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고, 중국은 강군흥국(强軍興國)을 길을 가겠다고 한다. 경제적 지역으로 미국은 인도태평양을 중국은 일대일로를, 무역정책과 관련하여 미국은 보호무역을 중국은 자유무역을 추구하고 있다.

이 미중관계 속에서 북한을 자신의 세력권 안에 두려는 미국의 정책수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수용을 해석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수용 이후 미중 경제관계는 전쟁이란 수사를 동반한 갈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8년 3월 22일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핵심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본격 서막이었다. 이 행정명령은 2015년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발표한 "중국 제조 2025"가 표적이라는 보도가 있을 정도다.

이 선전포고 전인 3월 12일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한국의 특사를 만나 북미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3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대만 공직자 사이의 교류를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하면서“하나의 중국”이란 중국의 원칙에 시비를 걸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1일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의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을 말했을 때도,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계속 논란이 되어 온 평화협정의 당사자에서 중국은 또 다시 배제되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한국정부가 직면한 삼각모순(trilemma)

다시 정리하면 평창 임시평화체제는, 한국정부가 한미동맹을 수정하면서 북한과 미국의 국가 행동의 변화를 촉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반도 안보딜레마와 평창 임시 평화체제에서 도출할 수 있듯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그리고 한미동맹의 지속은 한국정부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정책목표인, 불가능한 삼위일체 즉 삼각모순(trilemma)이다.

한국정부는 이 세 정책목표를 동시에 말할 수밖에 없지만, 셋 가운데 두 가지만을 달성할 수 있다. 즉 한반도 안보딜레마의 탈출방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상정할 때, 한반도 딜레마의 양 축인 북핵과 한미동맹 가운데 한 축만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동맹 지속의 조합은 북한에 대한 강압정책 또는 전쟁을 통한 북한붕괴의 길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한미동맹의 지속은, 북한을 핵 국가로 사실상 인정하는 정책조합이 될 수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미 평화공존의 제도화를 위한 단초가 마련된 후, 또다른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는 다른 협상테이블에서 핵 동결, 신고, 사찰, 검증, 폐기 등의 복잡한 장기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와 체제 안전을 교환하려 할 때, 북한은 체제 안전이 한미의 정권교체가 있더라도 확보될 수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며, 최소 10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남북미 평화공존의 제도화 단계에 진입한 북한이 한미동맹을 인정하면 삼각모순이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때의 한미동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으로 형태변환을 할 가능성이 높다.

평창 임시평화체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공존은 한미동맹의 수정과 조정이 있을 때만 가능한 정책 조합이다. 한국정부가 이 세 번째 길을 가고자 한다면, 한미동맹을 수정 또는 조정 또는 대체하는 동북아다자안보협력의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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