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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민주당의 '자뻑 신념 체계'를 무너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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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민주당의 '자뻑 신념 체계'를 무너뜨리다

[30대, 정치와 놀다]<6> "나경원 비주얼도 컨텐츠, 박원순은 왜 수염을…"

올 여름 최대 정치 이벤트였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 카드를 던졌을 때만 해도 큰 파장은 없었다. 하지만 주민투표일을 사흘 앞두고 '서울시장직'을 내걸었을 때부터 정국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나친 개입으로 일반인들의 비판을 받던 보수적 기독교 세력은 목사님들이 예배 시간에도 '투표 독려'를 하고 나섰다. 투표 당일, 지난 6월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서울의 강남 3구는 '오세훈 지키기'에 나서 엄청난 결집력을 보여줬지만, 예상대로 주민투표함 뚜껑은 끝내 열리지 못하고 역사 속에 묻히게 됐다.

한나라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오세훈 시장이 시장직을 던지면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은 듯 했다. 하지만 야당의 기쁨은 잠시, 바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태가 터지면서 진보개혁세력은 '도덕성' 논란에 빠졌다. 수사 시작 의도와 무관하게 수사 진행 과정에서 충분히 '정치적'인 검찰을 동원한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기쁨도 채 일주일이 가지 못했다. 내달 26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마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철수 돌풍'이 불었고, 대중의 관심을 잡아 끌었다. 닷새간 정국을 강타한 '안철수 돌풍'은 지난 6일 박원순 변호사(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 원장이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서울시장 보선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은 없어졌지만, 지지율이 크게 앞서던 안 원장이 박 변호사에게 통 크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면서 안 원장은 일약 대선 주자급으로 부상했다. 이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나온 몇몇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린 셈이다. 불과 2주일 남짓한 짧은 시간에 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이번 추석 연휴에 가족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 얘기의 중심은 '안철수 돌풍'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일 추석을 앞두고 서울 모처에서 가진 '30대 정치와 놀다' 세 번째 방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기획을 처음 보는 독자들을 위해 첫번째 방담의 머릿말의 일부를 되풀이해 보도록 하자.

이 기획은 일반화된 세대론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대 구분은 '공통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30대들의 정치인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30대의 일상은 노동, 부동산, 교육, 의료 등 정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숱한 문제로 점철돼 있다. 40대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에 비해 더 젊고 혈기왕성하다는 점에서, 30대의 불만 표출은 더 빠르고 직설적이다. 30대 생활인들이 정치를 향해 던지는 '언어폭탄'이 소통 부재를 이야기하는 정치권에 작은 파열음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발생한 미네르바 사건, 쥐벽서 사건 등 크고 작은 '말할 자유에 대한 탄압' 사건을 감안해 수다에 참석한 패널들은 다 가명을 쓰기를 원했다. 이에 발맞춰 기자들도 이 수다 만큼은 이름을 가린다. 또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직함은 대화의 흐름상 생략한다.

이번 방담에는 한명의 남성 패널이 새로 참가하게 됐다. 세시간 여에 걸쳐 진행된 방담을 두 번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패널 소개

공효진 : 나이 서른 둘. '베프'를 '절친'으로 바로 잡을(국어를 사랑합시다!) 정도로 교육자로서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고등학교 미술 교사(안타깝게도 비정규직이다).

이태권 : 나이 서른 여섯.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아이가 둘인데, 뭐가 더 욕심이 나는지 올해 11월 셋째를 출산한다고.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임재범 : 나이 서른 아홉. 열살(아들), 일곱살(딸), 생후 6개월(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듦.

지성 : 올해 서른 셋, 남자. 생후 120일 된 '따끈따끈한' 아들이 있는 직장인이다. 어머니가 권사인 개신교 집안이라 어릴 때부터 대형교회에 다녔으나 고민 끝에 현재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고 함.

하지원 : 나이 서른 하나. 프레시안 기자의 취재망에 걸려든 길거리 캐스팅의 주인공. 영화 연출가. 처음에는 엄청난 열정으로 시작했으나 영화판의 '저임금 노동착취' 시스템에 질렸다고.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1(서른 아홉.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프레시안 기자 2(서른 셋. 싱글남), 프레시안 기자 3(서른 하나, 싱글녀)가 참석했으나 '프레시안'으로 일괄 표기함.

박원순, 솔직히 불안해!

▲ 6일 안철수와 후보 단일화 합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박원순.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직후라 수염을 기른 채 기자회견을 했다. ⓒ프레시안(김하영)
프레시안
: 박원순이 야권의 통합 후보가 될 수 있을까요?

이태권 : 박원순은 솔직히 불안해요. 야권의 후보가 된다고 해도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

프레시안 : 박원순이 걱정되는 부분은 시민단체 활동이 어쨌든 자기와 뜻을 같이 하는, 또 우호적인 사람들과 일을 해온 것인데 그런 사람이 서울시 공무원들을 잘 장악해서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좀 걱정돼요.

임재범 : 박원순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서울시민들의 인지도가 얼마나 될까. 박원순은 좀 올라갈 것 같아요. 제가 오늘 점 칠께요. 박원순이 야권 통합 후보가 될 거 같아요. 한나라당을 이길 것이냐. 제가 아는 분이 '이번엔 나도 열심히 뛰어야겠다. 솔직히 열심히 뛰어도 이길까 말까다'라고 얘기하더라구요. 박원순과 친한 사이는 아니예요. 만약 안철수가 나왔더라면 아주 쉽게 이겼을 거 같아요.

안철수는 굉장히 쿨하다는 게 또 어떤 측면에서 자기가 지지한 박원순이 이기면 좋겠지만, 안 돼도 박원순의 문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정도의 태도를 취할 것 같아요.

박원순이 후보조차도 되지 못한다? 그러면 서울시장 선거는 흥행에 실패하고 사람들이 바로 내년 대선으로 몰려갈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사람들이 안철수 효과를 통해 사람들이 맛을 봤다고 생각해요.

이태권 : 민주당이 이제 정말 어려워질 거 같아요. 오히려 한나라당보다 더 걱정해야 되는 거 같아요. 저는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인지도...

임재범 : 요동이 치고 판이 흔들려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큰 타격을 입을 거 같아요.

지성 : 제 처는 정말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 선거에선 제 처도 한표이고 저도 한표잖아요. 한나라당은 정말 '갑'이라는 것, 그런 점에서 선거에서 구도는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이 된다는 거, 그걸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제일 위험한 게 양비론이라고 생각해요. 한나라당도 문제지만, 민주당도 마찬가지라는.

주민투표 이후 잊혀진 존재 둘? 오세훈과 민주당

이태권 : 양비론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보기엔 실력의 문제인 거 같아요. 현재 민주당이 존재감이 없다는 건.

임재범 : 우리가 선거 때보면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다고들 하는데, 그래서 정말 싫은데 가서 차악을 찍고 온다는 거죠. 최악이 되는 건 막아야 하니까. 이번에 안철수 바람은 이런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고 괜찮은 '희망'을 느낄 수 있다는 재미, 사람들이 이걸 발견했다는 거죠. 그걸 학습했다고 보는데, 그래서 판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양비론이 아니고 새로운 대안을 학습했다는 거죠. 그래서 너희들 전면적으로 확 바꿔서 여기 붙던지,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로 가라. 안철수가 중요한 게 아니죠. 안철수가 아닌 김철수든 박철수든 다른 사람이 새로운 콘텐츠를 갖고 나왔을 때 열광할 수 있다고 봐요.

프레시안 : 저는 장점과 단점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다고 생각하는데, 장점은 임재범 씨가 지적한 것처럼 새로운 인물과 콘텐츠가 기존 정치를 개혁하는 동인이 된다는 점이구요. 단점은 야권후보로 안철수 이전엔 문재인이 확 부상했었는데, 둘 다 정치로 따지면 '신인'이죠. 대선 후보는 정치적으로 검증 받은 사람이 돼야 하는 자리잖아요. 그런데 대중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들을 원하고. 그래서 정당 밖의 정치가 커지는 게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임재범 : 저도 그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50년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굉장히 허약하고, 시스템적으로 안착돼 있다고 보지 않아요. 정당정치의 틀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하지만, 거꾸로 지금 상태에서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서 기존 정당들의 좋은 점은 가져가고 나쁜 점은 버리고, 이것도 또 하나의 정당이 아니냐.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끼리 만든 무소속연대가 나름 돌풍을 일으켰잖아요. 그런데 이건 그야말로 반한나라당 말고는 아무런 내용이 없었잖아요. 지금 불고 있는 욕구, 바람은 이런 무소속연대와는 차원이 다른 거라고 봐요. 앞으로 한국사회를 끌고 가는데 새로운 비전, 리더십이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상태에서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희망을 봤다고 좋게 봐요.

이태권 :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잊혀진 존재 둘이 오세훈과 민주당이라고 봐요. 이건 굉장히 의미심장한데요.

프레시안 : 안철수는 세대교체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안철수가 62년생인데요. 여권에선 61년생 오세훈이 60년대생 대권주자였다면, 야권에는 지금까지는 없다가 안철수가 등장한 거라고 볼 수 있죠. 또 안철수는 이제까지 야권 주자들의 공통적인 경력인 과거의 민주화 투쟁, 이런 이력이 아니라 벤처 기업을 통해 자력으로 성공한 엘리트라는 점도 다르거든요. 학내 민주화 투쟁이 일상이었던 80년대 대학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20-30대들의 경험과 욕망이 투영된 리더라고도 할 수 있죠.

하지원 : 그런데 안철수가 대선에 나온다고 했나요?

프레시안 : 안 나온다고 한 적은 없으니까.

임재범 : 정확한 워딩이 '(시장선거 문제만으로 고심하는 참이라) 다른 것은 생각할 여지가 없다'였죠.

프레시안 : 우리나라에 50년대생 대통령도 아직 한명도 없었는데요(웃음). 46년생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처음으로 해방 이후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세대교체 얘기가 나왔었죠.

임재범 : 처음 알았는데 재미있는 대목이네요. 김문수는 몇 년생이죠?

(잠시 주요 대선주자들의 나이 확인이 이어짐. 참고로 박근혜, 김문수, 정몽준은 52년생, 손학규는 47년생, 유시민은 59년생, 문재인은 53년생. 편집자)

나경원의 인기 비결? 비주얼도 콘텐츠!

▲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뉴시스
프레시안
: 화제를 좀 바꿔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는 나경원이 가장 지지율이 높은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공효진 : 나경원이 지지율이 높나요?

프레시안 : 현재 한나라당 후보 중엔 가장 높고, 한명숙보다도 높죠.

지성 : 비주얼도 하나의 콘텐츠거든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니까요. 제 처가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데, 정치인에 대한 판단을 이미지로 하더라구요. 와이프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세훈을 찍었는데, 이미지가 좋다고. 손학규도 좋아하는데, 마찬가지 이유예요. 깨끗하고 깔끔한 이미지고, 신사 같고.

프레시안 : 그러면 부인이 박원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성 : 박원순은 잘 모르죠.

프레시안 : 신문에 난 안철수랑 단일화 사진은 보지 않았나요?

지성 : 그러니까요. 그런데 왜 수염을 안 깎고 나와 가지고. (웃음) 인상이 별로 안 좋다고 하더라구요.

프레시안 : 비주얼이 콘텐츠의 하나라는 주장이네요.

지성 : 정치에 큰 관심이 없고 그 사람이 주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주얼은 분명히 하나의 콘텐츠거든요. 진보진영도 이런 쪽을 좀 키워야할 필요가 있어요.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좌파'의 이미지는 능력도 없고, 성공도 못하고, 그런 사람들이 말만 많고. 그게 좀 안타까워요. 제가 어머니한테 평소에 좀 진보적인, 개혁적인 생각을 얘기하면 '너나 잘하라'고.(웃음)

프레시안 : 안철수는 민주화 운동 이력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야권 대선 후보로 얘기되고 4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이런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이태권 : 민주당의 '자뻑 신념 체계'가 무너진 것이라고 봐요. 현 정세에서 가장 기반부터 와르르 무너진 것은 민주당이예요. 이번에 이소선 어머니의 빈소가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공간이었다고 생각했는데요. 빈소에 와서 손학규, 이재오, 김문수 등이 와서 자기가 그 당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자랑하고 갔잖아요.

제가 앞에서 콘텐츠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구분했다면, 또 하나의 잣대가 가능한데 과거에 사는 사람과 미래에 사는 사람. 이소선 어머니 빈소에서 옛날에 내가 이만큼 했으니까 지금 이 정도는 누려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사는 사람이죠. 이런 건 이제 안 통한다는 거죠.

프레시안 : 사회적으로 성공했는데도 진보성향을 가진 미국의 '리무진 리버럴'에 비견할 만한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선 '강남 좌파'라고 불리는 사람들 아닌가요?

임재범 : 강남 좌파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조국 밖에 없는데요. 안철수도 강남 좌파인가?

프레시안 : 안철수는 여의도 사는데, 여의도도 강남(한강 이남)이긴 하니까. (웃음)

임재범 : 안철수를 좌파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사실 '강남 좌파'는 아주 극소수죠.

이태권 : '강남 좌파'는 '리무진 리버럴', '케비어 좌파' 등 서구에서도 볼 수 있는 건데요, 오히려 '막걸리 우파'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거죠.

프레시안 : '강남 좌파' 논란과는 별개로 물론 이전도 마찬가지였지만, 최근 대중들이 기존 정치인의 '대안'으로 여기는 인사들을 보면 조국은 서울대 교수, 문재인은 변호사, 안철수는 의사였다가 CEO, 지금은 서울대 교수, 박원순도 변호사, 모두 우리 사회 1%에 속하는 엘리트거든요. 그런데 2004년 총선 때만 해도 그 대안으로 노회찬, 심상정, 강기갑 등 노동자, 농민 등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그런 기대를 받았었죠. 진보정치인들이 차지하던 자리를 엘리트들이 차지하게 된 거라고 거칠게 표현할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하지원 : 너무 인물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속한 공간이나 입지 같은 건 중요하지 않고, 지금 거론되는 사람들이 어떤 특정 정당이나 집단에 속한 것도 아니고 각자가 흩어져 있잖아요.

이태권 : 미국의 클린턴, 영국의 블레어 등 다른 나라 지도자들을 봐도 엘리트들이 리더인 현상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좀 심하긴 하죠. 한나라당 의원들을 보면 검사 출신이 단일직능으로 가장 많다면서요.

임재범 : 대의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자기하고 닮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자기가 닮고 싶은 사람, 되고 싶은 사람을 찾는 것 같아요.

한나라당은 '갑'이다? 박근혜 대세론 진짜 흔들렸나?

▲ 안철수 돌풍으로 대세론에 영향을 받게 되자 박근혜 전 대표는 조카인 가수 은지원 씨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근혜 홈페이지
프레시안
: 그런데 얘기가 왜 여기까지 흘러나왔죠? 아, 나경원 얘기를 하다가....

임재범 : 나경원 지지율이 그렇게 높다면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프레시안 : 서울시 주민투표율인 27.5% 보다 높겠죠?

지성 : 제 생각에는 40% 정도는 될 거 같아요. 한나라당이 워낙 '갑'이라고 생각해서요. 한나라당이 40, 민주당이 30, 무당파를 포함한 기타 정당이 30, 이렇게 보는 거죠. 제 주변에 보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면 우리사회의 '메인 스트림'(주류)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나도 대기업에 입사했고, 나도 사업에서 좀 성공했고, 그러면 그 메인 스트림에 속하고 싶어하는 거죠. 그래서 골프도 치고 싶어지는 것처럼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싶어지는 거죠. 저희 어머니는 원래 김대중, 노무현을 지지했었는데, 저희 집값이 노무현 정권 때 좀 많이 올랐어요. 그때 종부세도 냈어요. 결과적으로는 노무현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오른 건데 종부세 때문에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더라구요. 오히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서 집값이 떨어졌는데 지지를 철회하지 않구요.

프레시안 : 한나라당 의원들은 가방끈 길고, 스마트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인 거 같다는 이미지와 마찬가지인 거죠. 관료적 이미지.

지성 : 제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대학에 입학했는데 당시 학생운동도 많이 쇠퇴하고 학내 분위기가 많이 조용해졌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저 이후 대학생들의 정치적 성향을 보면 아버지를 많이 쫓아가는 거 같더라구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이 아니라 이회창을 지지하는 친구들을 보면 정치에 큰 관심은 없고 아버지가 이회창을 지지하니까 따라서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전 좀 안타까운 게 그런 20대들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들을 진보세력이 좀 고민해야 하는데요, 그런 걸 잘 못하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이계안이나 김진표 이런 태생이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좀 다른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지지세가 좀 센 지역구에 와서 표를 많이 얻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전 작년에 이계안이 한명숙하고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붙었을 때 '열심히 해달라'고 인사하기도 하고 했어요.

프레시안 : 안철수가 나오면서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렸다고 하는데, 어떻게들 보시나요?

지성 :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40% 가까운 이들은 이성적으로 설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는 민주당에서 안철수나 문재인 정도가 후보로 나오지 않으면 박근혜가 100% 된다고 봐요.

2007년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선 출마를 했을 때는 당시 야당이 워낙 지지부진했었으니까 둘 중 하나가 되겠구나 싶었는데, 둘이 비교해보면 이명박이 낫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지금은 이렇게 됐지만. 당시엔 박근혜가 '보수우익'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한국형 복지' 이런 얘기하는 걸 보면 좀 열려있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도 들어요. 박근혜가 이미지가 국민을 많이 사랑하는 것 같고,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잖아요. (정책) 콘텐츠는 사실 없는 거 같은데, 아까 앞에서 얘기했듯이 다른 차원의 콘텐츠, 이미지로 얘기하면 굉장히 콘텐츠가 훌륭하다고 볼 수도 있거든요. 진보 쪽은 굉장히 무섭게 생각해야 해요. (진보세력이) 한나라당을 너무 얕보는 것 아닌가. 국민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임재범 : 최근 정몽준이 자기 자서전을 통해서 2002년 월드컵 때 박근혜 전 대표가 자기한테 와서 한반도기를 들기로 했는데 왜 태극기를 들었나고 따졌다는 일화를 폭로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오히려 박근혜에 대한 인상이 좋아지던데요. 정말 원칙적이고 자기가 말한 건 지키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자기 딴에는 색깔론을 뒤집어씌우려고 했던 것 같던데. (웃음)

이태권 : 정몽준은 대북정책에서 메리트가 좀 있을텐데, 자기 아버지(정주영)가 한 게 있어서요. (정주영이 소떼를 몰고 방북한 일, 현대 아산의 금강산 관광 등을 의미. 편집자) 근데 그걸 오히려 깎아 먹는 것 같아요.

지성 : 정몽준의 정무 브레인이 누구죠?

프레시안 : 글쎄요....

지성 : 2002년 대선 경선 때보면 노무현 쪽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던 거 같던데...

친이-친박도 한 울타리 안에 있는데…

프레시안 :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간의 통합이 무산되면서 진보정당 통합 문제가 난항에 빠졌는데요,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들 보시는지요?

지성 : 예전에 스페인 내전 때 망한 이유도 분열 때문이었잖아요. 진보세력은 분열로 망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 일반 국민들에게는 NL이니, PD니, 차이도 없고 관심도 없거든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죠.

하지원 : 전 통합에 반대하는데요. 그냥 통합을 원하는 사람들은 통합을 하고, 아닌 사람들은 독자적으로 하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프레시안 : 국민참여당이 통합정당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게 쟁점 중 하나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지원 : 저는 참여당이 진보정당인지 잘 모르겠어요. 민주당하고 정책적 차이가 거의 없는 것 같던데요.

지성 : 한나라당 친이계와 친박계는 사실 서로 이미 분당이나 마찬가지 상황이예요. 그런데 자기네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한나라당이라는 같은 정당 안에 있잖아요. 그런데 왜 진보세력들은 그 안에서도 갈라서고 그러는지. 내부 정치공학을 잘 몰라서 그러겠지만 시민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울 뿐이예요. 물론 (당 대 당) 통합은 어렵겠죠. 정책적인 연대부터 차근차근 좀 같이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민주당에서 기득권을 많이 포기 안 하려고 할테니까 쉽지는 않겠죠.

어쨌든 진보진영이 선명성에 대한 강박관념, 도덕성에 대한 강박관념, 이런 게 너무 강한 것 같아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태 때 처음부터 모든 야당이 당장 사퇴하라고 주장하고 나섰었잖아요. 괜히 지지했다가 망가지기 싫으니까 독박쓰기 싫으니까.

진보는 도덕성이 무기? 꼼수라도 부려라!

프레시안 : 자연스럽게 오늘의 마지막 주제인 곽노현 사태에 대한 얘기로 넘어왔네요.

임재범 : 곽노현 얘기를 하기 전에 진보통합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고 싶은데요, 한나라당 쪽은 먹을 게 많고, 떨어지면 먹을 게 줄어들기 때문에 합쳐져 있는 것이구요. 진보진영이 분열로 망한다고 하는데 저는 좀 다르게 봐요. 전 진보신당 당원인데요, 저는 각 정치세력들이 자기들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정당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단 선거국면이 왔다, 선거 국면에서는 선거연대 이런 건 가능하면 했으면 좋겠어요. 연정도 가능하면 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열어놓고 하는 게 좋지, 진보진영이 우리는 순수성을 갖고 있어,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냐. 그렇게 할 거면 정당하지 말아라, 운동 단체 하지. 그런 생각이예요.

하지원 : 교육감 선거라는 게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곽노현 사퇴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그런 점이 작용하지 않았나 보구요. 그렇다면 돈을 주는데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나. 곽노현 쪽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곽노현 개인의 사퇴 여부를 떠나서 진보 교육감을 뽑고 그런 교육정책을 펴나가기를 바래서 지지한 거잖아요. 이런 일로 인해서 그가 밀고 나가던 교육정책이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거 자체에 대해선 잘못이 있다고 봐요.
▲ 곽노현 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지성 : 처음에는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전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동료 교수에게 1억 원을 대가 없이 준 일 등을 들으니까, 진짜 선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곽노현 부인이 의사니까 경제적으로 좀 여유도 있을테고. 개인적으론 사퇴하지 않고 검찰하고 끝까지 붙어주기를 바래요.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의 행태가 너무 정치적이어서, 이번 곽노현 건도 터트린 시기나 계속 수사 진행 과정을 언론에 흘리는 거나 너무 정치적이잖아요. 너무 보이는 수잖아요. 요즘 '나는 꼼수다'가 엄청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파들은 보면 정말 '꼼수'를 많이 쓰잖아요. 그런데 진보진영은 맨날 '우리는 도덕성이 무기다'라고 그러는데, 진보 쪽도 '꼼수'를 좀 부렸으면 해요.

하지원 : 곽노현이 사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도, 그게 도덕성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곽노현을 교육감으로 지지한 이유가 교육정책 때문인데요, 그런데 이런 일로 그런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해야 한다는 것과 너는 도덕성을 잃었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논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나는 꼼수다'를 듣는데, 좀 비판적 입장이라서 편안하게 듣지는 못하겠어요. 거기에서처럼 곽노현을 너무 정치검찰의 희생양으로 몰아가는 것은 동의하지 않아요. 물론 정치적 논리가 작용한다는 건 분명 맞지만, 과가 없는 건 아닌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너무 우리 편 감싸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효진 :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예요.

임재범 : 저는 선의를 믿는데요, 처음에 기자회견을 보면서 '아 저 사람 입장에서는 저럴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법적 기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빨리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태권 : 도덕은 상대적이고 시대적인 잣대인데, 저는 좀 수세적인 태도라고 생각했어요. 사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얘기했던 근거가 오세훈이 만든 '선거법'을 기준으로 했고, 전형적인 남의 시선에 대한 것이였거든요. 보수 진영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류의 접근. 굉장히 실망했어요. 우리 편을 감싸자 이런 게 아니라 악법도 법이라는 논리가 다시 나온 거 같아서...진보는 순결해야 하고 요만큼의 실수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같아서, 굉장히 쉽게 얘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곽노현 사태와 관련해서는 프레시안에 실린 정희준 동아대 교수의 글이 딱 맞는 것 같았어요. 전부 다 안티테제예요. 재네들은 부정부패하는데 우리는 안 한다. 한 번도 우리는 이런 거 하는데 재네는 못 따라온다는 게 없어요.

프레시안 : 공정택의 경우와 비교해서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이태권 : 공정택은 자기가 치부한 거잖아요.

프레시안 : 어쨌든 진보진영에서는 공정택이 검찰 수사나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사퇴하라고 주장했었잖아요.

이태권 : 이건 부패나 치부가 아니잖아요. '오세훈 법'에서 정한 후보단일화의 법률을 어겼다는 거잖아요. 또 대가성을 입증하기도 힘든 상태이고. 물론 헌법은 다 지켜야죠. <경계도시 2>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송두율 교수가 계속 대한민국의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하는데, 진보진영 인사들이 진보진영의 이익을 위해서 헌법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소용없다, 대한민국의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경계인 이런 얘기는 하지 말라고 해라. 이게 곽노현 사태와 똑같다고 생각해요. 저분들이 정한 '오세훈 법'에 저촉돼 진보진영이 욕먹지 않도록 당신이 사퇴하시오. 진영 논리죠.

프레시안 : 사퇴가 안 된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진영논리 아닌가요?

이태권 : 사퇴하지 말라는 분들은 진영논리라기 보단 곽노현을 한번 믿어주자는 거 아닌가요? 진영논리가 아니라 법적인 판단인 거죠.

임재범 : 일부에선 검찰 수사 이후 노무현이 자살한 일을 끌어들이면서 진영 논리로 확 흘러들었던 거 같아요. 여러 가지 정황을 봤을 때 굉장히 곽노현은 불리할 상황에 처해있는 건 맞는 듯 해요. 돈을 주는 방법은 약간 실망했어요.

이태권 : 2억을 내 계좌에서 주는 건 밝히는 거나 마찬가지고, 조용히 주고 싶었을지도 모르죠.

임재범 : 그러니까 곽노현이 너무 순진한 거죠. 제가 보기엔 바람직하고 잘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최소한 그정도의 시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선에서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교육감이었다면 사퇴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걸 가지고 정치 게임으로 간 거죠. 이젠 어쩔 수 없이 진영 논리, 힘 대결로 갈 수 밖에 없게 된 거죠.

프레시안 : 곽노현 개인에 초점을 떠나서 김영삼 정부 들어 어느 정권에서나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검사가 하나씩은 있었거든요. 홍준표나 심재륜이나.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한명도 없거든요. 곽노현 사태를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이명박 정부 들어 권력이 보여준 모습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이 확인된 측면도 있어요. 검찰 수사를 사람들이 믿지를 못하잖아요. 나는 꼼수다가 유행하는 현상도 꼼수가 아니더라도 믿게 되잖아요.

슬슬 얘기를 정리할까 하는데, 요 근래 이슈의 변화 속도를 보면 다음 번에 만났을 땐 또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가늠하기 어렵네요. 서울시장은 누가 돼 있을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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