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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의 결정, 진보정치 우클릭 불러오나"

조승수, 대표직 사퇴…통합 물거품 된 진보정치의 미래는?

한국 진보정치가 새로운 전환점에 다가서고 있다. 지난 2000년 민주노동당의 창당으로 현실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던 진보정당이 노선 전환의 기로에 노인 것이다.

진보신당의 4일 임시 당대회 결과가 큰 원인이다. 진보신당 대의원들이 민주노동당 등과의 통합을 최종적으로 거부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양보를 했다"고 자평하는 민주노동당은 충격과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5일 "진보대통합을 염원하던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대표직을 내놓았다. 조 대표는 그러나 당 대회 결과를 '진보대통합의 무산'이라 평가하지는 않았다. "새 진보정당 건설 노력은 일단 중단" 되었고 "중대한 난관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런 판단을 앞세워 "시대적 과제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고민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가장 높다. 물론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 등 54%의 진보신당 통합파가 탈당 후 새 진보정당에 참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두 정당이 협상 과정에서 미리 못 박아 두었던 9월 25일,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대회 단상에 올라 함께 손 맞잡을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조승수 "당대회 결과 유감…진보대통합 시대적 과제 사라지지 않았다"

▲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5일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조승수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보신당 당대회의 결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진보신당이 통합진보정당이라는 노동자 민중의 열망을 받아 안지 못한 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 진보신당 당 대회에서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5.31 합의문과 부속합의서2가 54%만의 찬성을 얻어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한 소회였다.

안건 부결의 원인으로 조 대표는 "무엇보다 민노당과의 통합에 대한 우리 당원들의 확신이 부족했고 그 과정에서 불거진 참여당 참여 문제가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하지만 국민들이 진보정치 세력에게 요구했던 진보대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 자리를 빌어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당대회 결과는 지금까지 추진한 방식의 진보대통합은 실패했다는 것으로,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는 여전히 추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새로운 통합의 경로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조 대표는 "노회찬, 심상정 두 상임고문과도 (새로운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할 것"이라며 "(당 대표직을) 버림으로써 얻어지는 선택의 폭은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은 오는 7일께 당대회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통합을 위한 새로운 길'에 대한 구상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심상정 "밤새 잠 못 잤다"…진보신당 외부도 '충격, 배신감'

조 대표를 비롯해 노, 심 고문은 합의문의 당 대회 통과를 믿고 있었다는 것이 진보신당 사람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크게 어긋났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부결되더라도 찬성표가 최소 60%는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54% 찬성에) 충격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통과될 것으로 믿었다는 두 고문과 조 대표의 충격은 더했다. 심상정 상임고문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진보와 정치 사이에는 작은 오솔길밖에 없다는 오바마의 말이 떠오른다"며 "어느 길이 책임있는 선택인가 밤새 잠을 못 이루었다"고 토로했다.

충격은 진보신당 외부도 마찬가지다. 특히 권영길, 강기갑 의원 등 민주노동당 내의 이른바 '진보 선(先)통합파'들은 배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참여당과의 통합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달리, 진보신당과의 우선적인 통합에 공을 들여 온 비(非)당권파의 배신감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당 내에서는 당권파를 견제하고 당 밖에서는 진보신당의 선택 폭을 넓혀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진보신당 독파자들이 그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분노다. 한 관계자는 "이제는 참여당과의 통합을 말릴 명분이 없다"고 토로했다.

참여당 문제와 관련해 진보신당에게 '비토권'을 주는 '중재안'을 내놓았던 민주노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합 정당에 들어와 참여당을 거부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해 주었는데 참여당 문제 때문에 부결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심·조' 누구의 리더십도 통하지 않았다

조 대표는 합의문 부결의 원인으로 "생각지도 않았던 참여당 문제가 통합 논의를 가로 막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독자파, 통합파에 관계없이 진보정치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를 함께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지만, "민노당 당권파에게 정치적 책임은 없다"는 평가가 다수다.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당세가 9:1임에도 그간 정당 통합 역사에서 유례가 없던 1:1 지분 보장까지 약속했고, 최종 결렬 위기에서도 이정희 대표가 진보신당의 요구를 받아들였지 않냐"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는 고스란히 진보신당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승수 대표가 '총선 불출마'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통합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두 고문의 말발이 먹히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참여-민노 통합 급물살 탈 듯…다른 길 보일까?

진보신당의 '노·심·조'가 어떤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올지 알 수 없지만, 민노당은 당장 참여당과의 통합에 대한 당원 총투표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달 30일 "참여당의 참여 문제는 상층에서 몇 사람이 논의할 수준이 아니므로 진성당원제나 직접 민주주의에 기초한 당원 총투표 같은 것을 적극 논의하려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총투표 결과에 대한 예측은 민노당 내에 대체로 일치한다.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진보신당 당대회 결과로) 참여당과의 통합을 심정적으로 거부하는 당원들에게조차 남은 선택지가 없어졌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렇게 될 경우, 새로운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과 유시민 대표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손 잡는 모양새로 완성된다.

▲ 지난 6월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정희 대표(가운데)와 유시민 대표(오른쪽). ⓒ프레시안(최형락)

유일한 변수는 이른바 '제3의 길'이다. 진보진영의 누구도 아직은 그 길의 그림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지만 진보신당의 통합파와 민주노총 등에서 "어떻게든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백만 참여당 대변인도 신석정 시인의 시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를 인용해 "진보신당 대회 결과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 내 인사들까지 참여하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정치사에서 '진보정치'의 정의가 달라질 것"

새 길을 찾지 못하거나, 찾더라도 그 효용이 없을 경우 진보신당은 사실상 소멸될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몸집이 커진 통합 진보정당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에서는 "민노-참여의 통합 정당이 친(親) 민주당 성향의 '참여당 2'로 자리 잡고, 진보신당은 명실상부한 진보정당의 위치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최소한의 힘은 발휘해야 한다. 기본 정당 득표율(2.5%)은 얻어야 말 그대로 '생존' 그 자체가 가능하다.

만일 진보신당이 당대회 결과로 내부 혼란을 겪으며 '탈당 러시'라도 생겨날 경우 그마저도 불가능해 보인다. 조 대표는 "탈당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그 바로 앞에는 "현재로서는"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여전히 누구도 쉽게 단언하지는 못하는 분위기지만 9월 25일 새 진보정당의 창당대회에 이정희, 유시민 두 대표만이 나란히 오른다면 한국 정치 지형은 새로운 구도로 짜여지게 된다. 11년의 역사를 가진 '진보정치'는 "우경화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이제 막을 수 있는 동력은 사라졌지만 두 정당의 합당은 진보정치의 개념을 오른쪽으로 두 걸음 옮겨놓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이른바 '좌파'들의 정당이 진보정당이었다면 앞으로 진보정당의 정의는 좌파와 자유주의가 손 잡는 지점 쯤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조승수 대표가 '민노-참여만의 통합'에 대해 "진보정치의 소멸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한 것도 표현만 다를 뿐, 같은 맥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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