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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대표는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다"

[반론] 김세균 교수의 오류를 지적한다

참여정부는 과연 '신자유주의 정부'였는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신자유주자인가?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23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보대통합 운동과 관련,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면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신자유주의자로 규정했다. 그리고 참여정부에 대해서는 '신자유주의 정부'로 묘사했다. "유시민, 합의문에 서명한다면 정치적 사기"라는 문제의 인터뷰 가운데 논란이 되는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유시민 대표는 신자유주의자다. 유시민 대표가 들어오면 그것은 '진보자유세력의 연합'이 된다. 유시민의 정확한 노선은 좌파 신자유주의자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세력을 모두 모아야 한다. 좌우로 최대한 외연을 넓히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유시민 참여당 대표가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정책은 무엇인가?

첫째, 국가(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시장(민간기업)의 역할을 늘리는 '작은 정부' 정책이다. 둘째, 부자들이나 대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과감히 줄여주는 감세정책이다. 셋째, 국영기업(국영은행)이나 공공기업을 민간에 불하하는 민영화 정책이다.

참여정부는 5년 내내 이런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되는 정책을 추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가역할을 강화하는 '큰 정부'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재임 시절 이를 착실히 실천했다. 보수진영은 '세금 폭탄' 운운하며 참여정부를 비판했을 정도였다. 공기업 민영화는 사실상 중단됐다.

참여정부가 이래도 '신자유주의 정부'였는가? 그렇다면 파격적인 감세정책으로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과연 어떤 노선의 정부인가?

진보진영은 참여정부의 한미FTA 추진을 문제 삼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하나만을 놓고 참여정부를 '신자유주의 정부'로, 참여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유시민 대표를 신자유주의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 같다.

▲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프레시안(최형락)
엄밀하게 말해, FTA는 통상정책이다. FTA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모든 FTA가 신자유주의 그 자체는 아니다. 중국도 FTA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신자유주의의 중심국가인 미국과 추진하는 FTA는 신자유주의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할 것이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협상결과도 대체적으로 '이익의 균형'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인 미국이 외국과 통상협상을 체결해 놓고 '불평등 협상을 했다'고 우기면서 재협상하자고 상대국에게 압력을 가한 사례가 과연 몇 번이나 있었는가?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이런 압력에 굴복하여 재협상요구를 받아줬고, 협상결과는 '이익의 균형'을 현저히 잃어버린 내용이었다. 참여정부의 한미FTA와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에 신자유주의가 본격 상륙한 것은 IMF사태 때다. 당시 국민의 정부는 국가부도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IMF의 정책권고(신자유주의)를 통째로 받아들여야 했다. 신자유주의를 수용하지 않으면 국가가 부도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초긴축재정, 정리해고(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고금리/고환율, 부실기업과 부실은행 정리 …. IMF사태로 '경제의 둑'이 무너지면서 신자유주의가 물밀듯이 처들어 왔다.

참여정부가 출범할 때에는 이미 한국 전체가 신자유주의라는 바다의 한 가운데 떠 있는 배와 같았다. 무역규모는 세계 10위권이었고 대외의존도는 70~80%에 달했다.

이 엄연한 현실을 어찌할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신자유주의를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지하지도 않았다. 다만 신자유주의의 현실을 인정했을 뿐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한미 FTA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 추진되었다. 한미 FTA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익의 균형'을 취할 경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참여정부는 복지(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 양측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보수측은 '좌파'라고 비난했고, 진보측은 '신자유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3월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면서 "그러면 내가 좌파신자유주의자네요."라고 웃어 넘겼다. '좌파신자유주의'라는 말은 전형적인 형용모순이다. 물론 우스갯소리였다. 그런데 이게 지금은 학술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큰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참여정부에 대해 한미 FTA 하나만을 놓고 '신자유주의 정부'라거나 유시민 대표를 신자유주의자로 단정하는 것은 큰 오류다.

한미 FTA는 그 자체로 평가되어야 한다. 협상이 잘 되었는지 잘못되었는지, 국가적 차원에서 '이익의 균형'이 이루어졌는지 아닌지를 따져 봐야 한다는 말이다. 참여정부가 무오류의 정부라는 얘기가 아니다. 성찰할 내용은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의 정책만을 놓고 신자유주의자니 좌파니 하면서 특정 이데올로기를 추종한 정부로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이다.

참여정부는 신자유주의 정부가 아니었고, 유시민 대표도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다.

하나 더 덧붙인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인 가운데 한 명인 김 교수가 "유시민 대표가 이 합의문에 서명한다면 사실 그것은 정치적 사기다"라고 극한 표현을 한 것은 그의 격에 맞지 않은 문법이다. 유감이다.

진보진영의 지도자들이 마음을 더 열고 품을 더 넓혀 진보의 지평을 더욱 더 확대한다면, 꽉꽉 막혀있는 답답한 한국사회가 보다 더 역동적인 진보의 세상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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