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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계급사회와 새로운 계급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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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계급사회와 새로운 계급의 탄생

[민미연 포럼] 왜 사람들은 좋은 직장에 몰릴까?

한국에서 팔자 고치는 길은 좋은 직장을 잡는 것이다. 이건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오늘날 좋은 직장(일자리)는 부의 원천이다. 한국에서는 직장을 한번 잘 잡으면 인생이 역전되고 평생 탄탄대로를 가게 된다. 한국은 직장 진입이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사회이다. 어느 직장에 소속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직장, 어떤 기업에서 일하느냐가 소득과 불평등을 좌우한다는 얘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직장계급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정규직 자본주의의 성격이 굉장히 강한 사회이다. 조선 시대의 배타적이고 특권적인 계층이었던 양반이 현대 자본주의 한국 사회에서 특혜받는 정규직으로 부활했다. 국가와 대기업은 정규직만을 우대해, 조선 시대의 특권 계층 형성의 흐름이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가 된 오늘에도 면면히 계승되어 오고 있다. 공무원·공기업 등 국가부문 정규직은 종신 고용과 가파른 호봉제로 보호받는다. 국가는 국가부문 종사자들에게 지대(rent)와 우월적 지위를 누리도록 혜택을 주고 있다.

한국의 진보세력은 그동안 노동의 양극화를 외면했다. 아니, 노동의 양극화가 심화되도록 조장했다. 진보세력의 주력부대인 국가부문과 대기업의 노조는 국가와 자본과 담합하여 '독점노동'이 되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득권이 되었고, 이중노동시장을 공고히 하는 데 일조했다. 한국 사회에서 대자본과 부동산 자산가만 경제적 지대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소득 상위 3~15%에 들어가는 국가부문과 대기업의 특권적 노동자도 일종의 지대를 누리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한국은 일본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보다 직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장 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 정규직과 계약직·비정규직 간 임금과 복지 격차가 더 큰 사회이다. 그래서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상위 1%보다 상위 10%의 기득권이 더 문제가 된다. 좋은 직장, 일명 '신(神)의 직장' 진입 경쟁이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치열하다. 한국에서는 시험과 인맥을 통해 '신의 직장'에 진입한 특혜 받는 소수는 내부자가 되어 노동시장의 승자가 되고 반면 다수의 '신의 직장' 비진입자, 즉 외부자는 노동시장의 패자가 되어 극심하게 차별받고 소외된다. 같은 하늘 아래 외부자와 내부자는 다른 세상에 산다. 한국은 승자독식 사회이다.

어제까지 비루하게 살거나 비정규직으로 서러움을 겪다가도 오늘 공무원, 교사, 전임교수, 공기업 정직원, 대기업 정규 생산직 등이 되면 인생이 확 달라진다. 이제 그의 능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을 잘 못 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러운 인생은 마감된다. 신분이 달라진다. 먹고사는 것은 평생을 잊어버린다. 그는 새로운 계급으로 탄생한다. 그는 고용 신분제 사회에서 누리는 사람이 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공기업, 국영 언론, 국가 기관, 국공립학교 등 국가부문의 직장이 민간부문의 직장보다 직장복지가 좋고 보장성이 월등히 높아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또 국가부문은 민간부문보다 상대적으로 일이 수월하고 편하다. 하는 일에 비해 돈도 많이 받고 절대적 고용안정도 누리고 대우도 좋은데 사람들이 국가부문, 즉 기득권의 성(城)으로 구름처럼 안 몰리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한국의 노동사회는 중심 노동시장과 거대한 주변부 노동시장으로 분단되어 있다. 한국의 노동사회는 경쟁의 격화와 이에 따른 기업의 단기적인 이익 추구와 정규직 우대, 특히 국가부문 공무원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특권 부여로, 비정규직, 파견노동(agncy work), 용역(contract work)의 대량 양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봉 서열사회


대한민국 직장인, 노동자의 연봉,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니 대한민국은 연봉(월급)으로 서열이 매겨진 연봉 서열사회, 격차사회다! 직장인, 노동자의 명암이 엇갈린다.

대한민국에서 연봉은 신분과 계급을 표현하는 명찰이나 꼬리표이다. 또한 ‘정규직’(정직원)과 '비정규직'(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도 직장인·노동자의 신분과 계급을 표현하는 명찰이나 꼬리표다. 대한민국에서 '연봉'과 '정규직·비정규직'은 항상 달고 다녀야 하는 명찰이거나 따라붙는 꼬리표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연봉(월급)으로 사람의 서열을 매긴다. 배우자나 애인도 연봉을 보고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연봉 액수에 울고 웃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한국의 중위 월급은 200만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좋은 직장의 평균 연봉은 8000만 원이 넘는다. 종신 고용이 보장되고 정년퇴직 후 풍족한 연금을 받게 되는 공무원 평균 연봉도 6000만 원이 넘는다. 연봉 높은 곳은 복지도 좋은 ‘신(神)의 직장’이다. 이른바 국가부문과 대기업의 고급직장 정규직이 바로 그곳이다. 여기에 들어가기만 하면 인생이 풀리고 신분이 달라지고 사람들로부터 우대받는다.

반면 비정규직, 계약직, 중소기업 직장인·노동자가 되면 아웃사이더, 천민이 된다. 결혼하기도 어렵고, 천시당하고, 차별받고, 저임금을 받으며 지독하게 고생한다.

이것이 직장계급사회이다. 직장계급사회가 탄생했다. 한국에서는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않다. 공기업을 비롯한 좋은 직장에는 채용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

좋은 사회가 되려면

한국이 좋은 사회가 되려면 시장지배력으로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있는 독점 대기업과 지대와 불로소득을 향유하는 부동산 자산가의 기득권과 지대를 혁파해야 한다. 동시에 상위 10%의 기득권도 깨야 한다. 특히 특혜를 받고 있는 국가부문의 기득권도 줄여나가야 한다. 비정규직(대학 비정규직 시간강사 포함)의 착취와 희생 위에 누리는 '신의 직장' 공기업, 공무원, 교사, 교수와 대기업 등 집합적 대형사업장 정규직만 고액 연봉과 복지, 좋은 노동을 누리고 있는데 이는 공정사회와 공평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특권이다.

우리는 좋은 노동과 풍부한 복지가 일부 성안 사람들에게만 특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가능하도록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일부 사람만 고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정임금을 받아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 완전한 평등은 실현하기가 어렵지만 극심한 격차와 불평등은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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