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외벽 공사장비가 똑같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 똑같은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 2일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산 해운대 엘시티 구조물 추락사고가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건설 업계와 근로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엘시티 공사현장에서 사용된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은 왼쪽과 오른쪽에서 앵커(콘)라는 고정장치에 의해 하중을 견디는 구조이고 2개 중에 한 군데가 탈락 등 문제가 생기면 추락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이 3개 층에 걸쳐 있고 6개의 고정장치를 사용하지만 제일 상층에 있는 고정장치 2곳이 전체 하중을 다 받게 되고 나머지 고정장치는 구조물이 틀어지지 말도록 잡아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물의 하중을 각 층에 있는 고정장치에 고루 힘을 분산시키면 하나가 탈락하는 등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고정장치가 버티게 되기 때문에 추락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며 "하중을 층별로 고루 분산시키는 장비가 있지만 고가이기 때문에 대다수 외벽공사 장비를 업체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외벽공사 업체와 기술자들이 외벽공사 구조물의 안전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국내 유명 회사에서 개발한 제품을 조금씩 모방해서 사용하고 있다"며 "외벽 구조물 전문업체가 제작, 운반, 조립, 설치, 운영, 해체까지 책임지고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엘시티 공사현장에서 외벽공사를 한 근로자는 "한 달 전에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을 지지하는 고정장치 중 하나인 슈브라켓 한 개가 문제가 생긴 적은 있으나 다행히 추락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외벽공사 업계 관계자는 "안전작업발판을 지지하는 고정장치 4개 중에 1개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추락하지 않는다"며 "고정장치 4개 모두 떨어져 나간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경위를 수사중인 해운대경찰서는 "건물 외벽에 층마다 길이 40㎝ 크기의 앵커(콘)가 박혀 있고 이곳에 역삼각형 모양의 슈브라켓과 볼트가 들어가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을 지지하는 구조"라며 "슈브라켓 4개 모두 이탈해 바닥으로 떨어졌고 앵커와 주변 콘크리트까지 붙은 채로 발견된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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