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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기온 '미친 상승', 시간이 없다!

[초록發光]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숙의민주주의를!

후쿠시마 핵사고가 난 지 7주기가 돌아오고 있다. 그린피스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방사능 오염 정화 지역에서도 여전히 정부 기준치를 넘는 곳이 발견된다. 핵재앙은 22세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여졌다. 한편 기후변화는 막을 수 있는 재앙으로 번지고 있는 듯 하다. 올해 북극 시베리아의 기온이 평년보다 최고 35도나 높다는 관측에 과학자들은 "미쳤다"며 경악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은 핵발전소와 석탄발전소를 늘리고, 신생아보다 더 많은 수의 자동차를 공장에서 쏟아내는 일을 멈추고 있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탈핵 에너지 전환'을 천명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개인이 살아오고 사회가 움직여 왔던 관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니 변화를 거부하고 저항하려는 집단들이 있다. 핵에너지와 화석에너지 공급과 소비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관료/정치인-전문가들의 '철의 삼각동맹'이 있다. 이들은 어떻게든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교묘히 조정해가며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 전환을 가능한 기술적 문제로만 국한시키고, 민주주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 정부에 들어서 마지못해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지역사회와 시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기 보다는 또다시 거대 자본의 '놀이터'를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귀결될까 걱정스럽다. 기업들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아니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어떻게 20%까지 끌어 올릴 것인지 묻는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진심도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질문에는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 방향이나 이와 동반해야 할 현행의 사회경제 시스템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암묵적인 전제가 있다. 재생에너지도 대규모로 해야 효율적이라거나, 대규모 프로젝트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을 동원할 곳은 기업 밖에 없다는 생각.

백보 양보해서, 에너지 전환이 기술적 문제이며 대규모로 기업에 의해서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그것은 에너지 전환을 해석하는 여러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다. 더 나쁜 것도 상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핵마파아들이 주장해왔듯이, 기후변화 문제를 강조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결합, 나아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말단에서 차단하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이용한 화석연료의 지속적 사용. 물론 대기업들이 주도하게 될 '에너지 미래'다. 여전히 초고압 송전탑은 하늘을 짓누를 것이고, 산 서너 개쯤 쉽게 깎아 세운 태양광 발전소도 일상이 될 수 있다. 핵발전으로 충전한 전기차가 거리를 메울 수도 있다. 지금의 정치-사회-경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채 기술적으로만 문제를 풀려고 할 경우에 도달할 수 있는 미래다.

반대 방향으로 상상할 수 있다. 국경을 넘어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기업과 대규모 기술 시스템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는 방법은 없을까? 기후변화와 석유정점의 충격에 대비한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 지역 내에서 주민들이 협동하여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하려는 영국 토드네스 전환 마을 운동은 다른 길을 보여준다. 대기업에게 넘어간 에너지 시스템의 통제권을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되찾아,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구하며 그 이익을 공유하려는 유럽인들의 노력도 다른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또한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 혹은 수소차로 바꾸겠다는 자동차 기업의 구상과 달리, 아예 도심 내 자동차 운행을 금지해버리기로 한 노르웨이 오슬로와 스페인 마드리드의 결정도 마찬가지다. 현대 문명의 편리함을 상징하는 자동차를 동네 골목에서 몰아내고, 걷기와 자전거로 채우는 '사회혁명'은 '기술혁명'을 넘어선다.

3월 초부터 정부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20년 후, 한국의 '에너지 미래'를 구상하는 작업이 된다. 과거 논의는 현행 에너지 시스템을 어떻게 유지하면 좋을지를 중심에 두었다면, 지금은 그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폭넓은 상상력과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의 반영이 중요하다. 따라서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 자체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원하는 바림직한 '에너지 미래'가 무엇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며, 또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주도하여 실현시켜 나갈 것인지 토론해야 한다.

산업부가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에너지 전환'에 어울리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는 주저하고 있다. 시민사회 활동가/전문가들의 참여를 늘리고,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지역별 간담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들은 반가운 일이지만 실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그 정도로 감격할 시기는 지났다. 지난 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사업이 열어 놓은 '숙의민주주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된다. '탈핵운동' 진영 내부조차 심각한 갈등을 야기할 정도로 논란이 컸지만, 적어도 의사결정을 기업-관료/정치인-전문가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된다는 점만은 명확히 배웠다. 또한 일부 시민단체 활동가/전문가들을 좀더 참여시킨다고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하다.

필자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 일반 시민들이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는 '숙의민주주의' 절차를 핵심적인 과정으로 마련할 것을 여러 경로로 정부에 제안하고, 세부적인 사항도 제시해왔다.

첫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전환'과 '숙의민주적 참여'를 핵심적 요소로 해야 한다.

둘째, 산업부가 구성하는 총괄분과에서 숙의민주주의 절차 도입의 방향을 설정하며, 시민들이 토론·설득할 복수의 에너지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한다.


셋째, 독립적인 추진 기구를 구성해서 충분한 협의와 준비를 바탕으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숙의적 토론·결정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숙의 과정에 충분한 시간과 '미래 세대'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출발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워킹그룹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에너지 전환'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에 얼마나 토론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민참여가 얼마나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불확실한 미래와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사회경제적으로 타당한 에너지 전환의 목표와 경로를 발견하고 또 실험하며 학습해야 하는 '전환 관리' 차원에서 보자면, 이는 에너지 전환의 핵심적인 요소다. 뿐만 아니라, 한 활동가의 지적처럼, 정부가 야당의 억지 비난과 딴지걸기 속에서 에너지 전환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정치적 힘이 필요하다. 생색내기로 끝나서는 안될 이유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씨로 묶어두기 위해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탄소예산)을, 이대로라면 20여 년 안에 모두 소진할 것이다. 이번 이번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40년까지를 계획기간으로 하고 있다. 우리에게 뭔가 기회가 남겨져 있다면,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아직도,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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