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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탈당 같은 비극적인 일 겪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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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 탈당 같은 비극적인 일 겪지 않으려면…"

[고성국의 정치in]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한나라당, 노선 확 바꿔야"

유승민 의원과의 인터뷰는 제안한지 하루 만에 성사됐다. 그만큼 긴박한 정세다. 6월 21일 오전 1시 30분 의원회관. 자리에 앉자마자 던진 첫 질문은 "목표가 대표인가?"였다. 유 의원은 지체 없이 대답했다.

"그렇다. 당대표 되려고 나왔다."
"당권 도전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주변의 권고도 있었나?"
"저를 잘 아시는 분들은 제가 야당 시절에 어떻게 했고, (2007년 대선) 경선 후 어떻게 했는지 잘 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당신처럼, 좀 까칠하지만 제대로 해낼 것 같은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는 격려성 권고가 기억에 남는다."
"까칠하다는 평가가 기억에 남나?"
"제가 까칠했으니까.(웃음)"
"천성이 그런가?"
"제 성격이 그렇다. 줄도 잘 못 바꾸고, 그래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별로 순탄치 못했다."

"'MB노믹스'와 결별해야 한다…MB는 참고 따라오라"

'까칠하다'는 유 의원이 당권 도전을 하며 내놓은 공약은 상당히 획기적인 것이었다. 수위가 높았다. 4년간 국정 운영의 중심이었던 "MB노믹스와의 결별"을 공공연하게 얘기했다. '행복한 경제'를 위해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유 의원이 친박계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목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간단치 않다.

▲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유 의원의 출마선언을 보면, 'MB노믹스'와 기본적 철학이나 정책 기조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다. 저는 그것(MB노믹스)하고 결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도 그렇고 우리 대선 예비 후보들 박근혜 김문수 등도 MB노믹스와는 결별을 해야 한다. 저는 '차별화'라고 표현을 하는데, 당도 차별화를 하고 후보들도 차별화를 해서 새로운 희망을 (국민에게) 드려야 한다. 우리 당의 후보가 돼 대통령이 되신 분(이명박 대통령), 그 분은 임기가 있지 않나. 대통령은 이제까지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시면 좋고, 안 고쳐도 그대로 임기가 끝나는 것 아니겠나. 대통령, 청와대가 임기 말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고, 우리 당이 미래를 보고 바꾸어야 하는 부분은 다르다. 대통령이든, 청와대든, 한나라당이든 정권 재창출이라는 궁극적인 목표 의식이 같고, '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공유하고 있다고 할 때,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과 대통령이)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은 그에 대해 참으셔야 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따라와 줄 것은 따라오고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큰 차원에서 서로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넓게는 국민과 한나라당이, 좁게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상생하는 것 아니겠나."
"전두환이 노태우에게 '나를 밟고 가라'고 했던 그런 마음가짐이 지금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필요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청와대 사람들, 옛날에 다 알던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한테 그런다. '차별화에 대해서 겁내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그게 둘 다 사는 길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어떤 세상이 올지, 생각만 해도 뻔한 것 아니냐.' 사실 친이-친박 갈등이라는 게, 경선 당일 MB가 박 전 대표를 화끈하게 껴안지 않아 생긴 문제인데, 4년이 지난 지금, 지난 6월 3일 두 분이 만나서 분위기가 좋았다고 하지 않나."
"6월 3일 회동으로 다 해소 됐다?"
"많이 해소됐다고 생각한다. 두 분이 신뢰가 있고 공통의 목표가 있다면 과거는 잊자는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이제 박 전 대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도 하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거기에서 정책과 비전도 생산해내고, 수도권 젊은 층으로도 들어가고, PK가 위험하면 PK도 가시고 해야 한다. MB는 좀 참아주시고, 협력해주시고 해야 한다. 그렇게 가면 대통령 탈당 같은 비극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6월 3일 회동이 그런 출발점으로써 의미가 있다면 제일 좋은 것 아닌가."
"박 전 대표는 '프레지던시'에 대한 존중이 몸에 밴 사람이라 차별화를 하더라도 인간적으로 예우하고 존중하고 대통령직에 대한 존경을 표하면서 차별화를 하려고 할 것 같다. 적어도 예전에 있었던 볼썽사나운 모습들,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서로 원수지간이 되는 이런 식의 차별화의 길을 박 전 대표는 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박 전 대표의 성격이나 성정이 그렇다."
"그렇지만 위험 요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나. 예전에 이회창이 직접 지시를 하지는 않았겠지만 YS 인형을 화형하는 식의 아주 자극적인 차별화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회창이 실패하지 않았나?"
"이제까지는 친박이 입을 닫고 있었다. 제일 각을 열심히 세웠던 분들은 MB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친이 중의 일부였다. 제가 누구라고는 말을 못하겠지만 말씀 안드려도 잘 아실 것이다."
▲ "이제까지는 친박이 입을 닫고 있었다. 제일 각을 열심히 세웠던 분들은 MB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친이 중의 일부였다. 제가 누구라고는 말을 못하겠지만 말씀 안드려도 잘 아실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의원 등인가?"
"그 분들이 이 정권을 만드는데 중심에 서서 활발하게 활동을 한 분들 아닌가. 박 전 대표도 할 만큼 했다고 본다. '왜 소극적으로 하느냐. 왜 말을 안 하느냐. 신비주의 아니냐'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몇 군데, 몇 대목 빼고는 말을 안했다. 저도 그랬다. 그래서 이제는 당사자들이 결자해지를 하되, 이대로 가면 정권 재창출이 안되니 새 길을 찾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표의 의지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과잉 충성 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 점 때문에라도 제가 당대표가 됐으면 좋겠다. 저는 중간에서 이리저리 눈치 보고 왔다 갔다 한 적이 없다. 저는 (대선) 경선 때도 제일 치열하게 했던 사람이다. (박근혜 전 대표 대통령 만들기에 대한) 책임도 있고 자격도 있는 사람이다. 옆에서 그런 잡음이 들리고 돌발상황이 발생할 때, 누가 당대표가 돼 당청 관계를 가다듬겠나. 박 전 대표와 MB 사이에 '핫라인'이 있어서, 두 분이 그런 잡음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주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저는, MB께서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가 당대표가 되면, 진짜 두 분을 위해서 서로 차별화는 하더라도 신뢰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싶다. 그 대목에서 제가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죽을 수 있지만…외부 피 수혈도 해야 한다"

자신이 당 대표로 적임이라는 이유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간의 '발전적, 상생적 차별화'에서 찾는 유 의원의 논법이 이채로웠다. 유 의원의 말대로 정치란 결국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사람들 간의 신뢰 구축이 관건 아니던가. 화제를 당의 쇄신으로 돌렸다.

"유 의원은 '국민이 통합보다 쇄신을 더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
"국민이 인정할 만한 쇄신은 결국 두 가지다. 첫째, 간판, 사람, 인물이 바뀌어야 한다. 두 번째는 (노선 등) 깃발이 바뀌어야 한다. 복안이 있나?"
"사람의 변화, 정책의 변화 이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전당대회는 사람을 뽑는 선거다. 사람의 변화에서 중요한 것은 내년 공천이다. 공천에서 사람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국민들이 '너그들 또 나왔냐'고 하면 찍어주겠나? 상향식 공천이라는 말도 나왔는데, 상향식 공천이 '공천권을 국민에, 당원에 돌려준다'고 하니까 멋있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그것이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을 지키는 수단이 될수도 있다. 현역 의원들이 대거 상향식 공천을 통해 공천을 받아 총선에 나서면서 '우리가 상향식으로 공천 받았습니다'라고 하면 국민들이 인정해주겠나? 합의를 해서 제도화해서 가더라도 반드시 외부에서 새 피를 수혈하는 방식을 병행해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그게 인재 영입, 인적 교체인가?"
"그렇다. 이 부분이 훨씬 폭발력이 강한 탄약고다. 예민한 부분이다. 현역 의원 입장에서는 교체 대상으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인재 영입이 바로 현역 교체니까.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후보들이) 사람 교체와 관련해 상향식 공천만 얘기하고, 예민한 탄약고를 얘기하지 않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젊고 참신하고 유능한 새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경선으로는 안 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전략 공천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투트랙으로 (상향식 공천과 함께) 전략 공천을 하되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할 것이냐는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 그게 자칫 잘못되면 또 2008년처럼 친이 친박 싸움이 나고 그러면 당이 견디지 못할 것이다. 다음 당대표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것은 상향식 공천이 아니라 이 부분(인재 영입 및 전략 공천)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과거 인적 쇄신으로 한나라당이 성공한 적도 있다."
"그렇다. 2004년 천막 당사 시절 최병렬 대표,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 시절, 2000년에 이회창, 윤여준 전 장관이 하던 그 공천, 96년에 YS 그리고 (YS 아들) 김현철 씨가 했던 공천이 그랬다. 그 때 공천 받은 사람이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 임태희, 원희룡이다. 다 파격적으로 발탁된 사람들이었고, 지금 한나라당의 중심이 된 사람들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98년 재보선에 공천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2008년 공천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친이가 경선 이기고 대선 이기고, 그 오만함을 가지고 밀어붙인 공천이 2008년 공천이었다. 그 악몽에 시달려서 친이는 '친박이 잡으면 우리도 그렇게 당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고, 친박은 '또 그렇게 당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일종의 트라우마다. 앞으로 새 대표와 지도부는 투명하게, 의원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원칙과 기준을 도출해 내야 한다."
▲ "사람 교체와 관련해 상향식 공천만 얘기하고, 예민한 탄약고를 얘기하지 않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젊고 참신하고 유능한 새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경선으로는 안 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대담한 주장이다."
"전당대회 나오는 입장에서 당협위원장들에게 표 좀 달라고 하면서 이런 얘기를 잘못하면 저도 죽을 수 있다. 후보 중에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당 대표가 된 후를 생각하면 다른 후보들도 이 문제를 당장 고민해야 한다."
"원희룡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몇몇 언론은 이것이 총선 불출마 흐름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 기사도 내더라. 2004년 때 총선 불출마가 도미노처럼 번져서 27명의 현역 중진 원로 의원들이 불출마 선언을 했었다. 그 때를 연상하면서 그런 얘기를 하던데?"
"원희룡 의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참신하고. 원 의원이 사무총장으로서 지난번 4.27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했다면 평가를 받았을 것인데, 그 분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바로 당대표 출마를 했다. 시비거리가 생기고 순수성이 의심받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많다. 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당장 총선 불출마 도미노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잠복해 있다가 전대가 끝나고 가을이 되면 씨앗이 돼 불출마 문제가 다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총선이 내년 4월이라고 먼 것처럼 보이지만 금방이다."
"그렇다. 가을 찬바람 불면 바로 (총선) 시작된다."

"수도권 대표?…나도 오기가 발동했다"

이번에 출마한 7명의 후보 중 6명이 수도권 의원이고 유일하게 유 의원만 영남권 의원이다. 수도권이 대세여서일까?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불출마 하면서 '수도권 대표론'을 주장했고, 지금 전당대회 후보들이 대부분 수도권 출신들이다. 유 의원 혼자만 대구 출신이다."
"직전 지도부의 안상수 전 대표도 수도권이다. 2위 한 홍준표, 3위 한 나경원, 4위 한 정두언 전 최고위원 다 수도권이다. 이들이 모여서 봉숭아 학당 소리 듣고 4.27재보선에서 참패했다. 왜 수도권이 중요하나. 사람이 중요하지. 저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행동을 해 왔나를 가지고 평가를 하는 것이지, 수도권 대표를 내놓으면 수도권 표를 얻을 것이다? 수도권이 어렵기 때문에? 그 논리가 안 통한다는 것은 지난 1년간 증명이 됐다. 저는 저를 포함해 새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당의 변화와 맞아 떨어지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국민들이 인정을 해 주실 것이다."
"지역이 아니라 인물이 중요하다?"
"그렇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강원도든 어디든간에 지역구를 둔 사람이면 누구든 전국적인 인물이 될 수 있다. 이광재 전 지사도 될 수 있고, 김두관 지사도 될 수 있다. 한나라당 광역단체장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너무 쉽게 대기업 위주로, 부자 위주로 생각해온 경향이 있는데, 서울에 표가 많으니까 사고방식이 수도권 위주로 쏠린 것이다. 대한민국이 다 어렵다. 그러나 지방은 더 어렵다. 지방을 살리고 지역 균형 발전을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이 맞다고 생각한다.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지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철학을 버리면 한나라당도 전국정당이 되지 못한다. 이번 전당대회에 지방 후보가 저 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더 세게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영남대 정치학과 김태일 교수도 유 의원 말하는 것을 그대로 지적하더라. 이번 전당대회 핵심 이슈 중 하나가 지역균형발전이 돼야 하는데, 한나라당이 그 이슈를 제대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제가 할 것이다. 이슈를 제기할 것이다. 서울사람 다섯, 수원 사람 하나에 대구 사람 하나로 구도가 됐는데, 제가 그런 문제제기를 한번 해보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친박은 나 혼자…연대 연합 없다"


어떤 문제든 막힘이 없다. 오래 누르고 참다 분출하는 느낌이랄까. 긴박한 승부 호흡 중에도 여유가 느껴졌다.

"목표가 대표라고 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런 선거에 나와서 여론 조사를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한나라당 온지 10년 쯤 됐는데, 3년은 조용히 살았다. 제 인지도가 어떤지, 국민들이 저를 얼마나 좋아해 줄지 저도 그게 궁금하다. 당원 21만 명이 투표한다. 그것은 1만 명이 투표하는 (기존의) 선거와 다르다. 투표율이 50%라고 해도 10만 명이 투표장 까지 와서 자기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의미가 크다. 그 분들이 얼마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느냐의 문제다. (선거인단이) '저 사람이 되면 당이 제대로 바뀌겠구나'하고 인식하면서 투표를 할 것이냐, 아니면 과거 한나라당처럼 무난한 투표로 갈 것이냐. 저는 거기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친박계에서는 한 명 더 안 나오나?"
"친박이 저 혼자 나오니까 수도 없이 연대를 제안하는데...(웃음) 1인 2표제라 그렇다. 다른 분은 안 나오실 것 같다."
"친박계가 유 의원을 밀기로 조직적 결의를 했나?"
"작년에 전당대회 때 6명이 시작했다가 서병수 의원만 되고 나머지는 중도 포기하거나 떨어졌다. 그 때 친박 의원들이 '참 창피하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바로 1년 전에 학습 효과가 컸던 것 같다. 집단적으로 모여서 단일화를 의결했다기보다, 친박 중진 의원들이 의견 수렴을 해 온 과정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한명만 출마하기로) 됐다. 그런 과정을 겪어서 제 위치가 더 무겁다."
"연합 제안을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연합을 할 건가?"
"연대, 연합은 안할 것이다. 1만명 선거도 아니고 21만명이 있고, 여론조사 30%가 있는 선거에 연대를 한다는 것, 표를 교환한다는 것,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되고 갈 수도 없다."
"친박계가 한 표는 유 의원에게 주고 나머지 한 표는 홍준표 의원에게 주기로 했다는 얘기가 진작부터 떠돌았는데 다 낭설인가?"
"한 표를 저에게 주기로 했다는 것도 사실, 당협위원장이 주기로 했다고 해서 100% 다 오는 것도 아니다. 친박 당협위원장이라고 해도 투표하러 오는 분들에게 오더가 다 통하지는 않는다. 그 분들 마음을 얻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좋아서 저를 찍을 수도 있고, 제 노선과 정책이 좋아서 저를 찍을 수도 있고 친이 쪽에서도 제 노선이 마음에 들면 찍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친박에서도) 나머지 한 표에 대해 고민들은 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제 한 표도 설득을 겨우 하고 있는 마당에 제가 '두 번째 표는 누구 주이소' 이 소리 하는 것은 되게 웃기는 일이다."
"친박계 의원들이 막판에 어떻게든 정리를 할까?"


▲ "집단적으로 모여서 단일화를 의결했다기보다, 친박 중진 의원들이 의견 수렴을 해 온 과정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한명만 출마하기로) 됐다. 그런 과정을 겪어서 제 위치가 더 무겁다." ⓒ프레시안(최형락)

"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의 인물, 정책의 변화에 대해 얘기했다. 당 쇄신도 화두지만, 당의 통합도 화두다. '까칠하다'는 것은 당의 통합이라는 요구에 잘 안 어울리는 것 아닌가?"
"제가 스킨십이 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정하게 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다. 화합과 관련해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 공천 과정에 불공정 요소가 개입하거나 계파 차별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바로 화합이 깨진다. 공천만큼은 제가 공정한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대구시당위원장을 1년 하면서 '친이 친박 절대 안 따지겠다'고 공언한 것을 딱 지켰다. 대구 당원들이 다 인정해주는 부분이다. 공정하게 하는 것은 자신이 있다. 공정하게만 하면 화합을 해칠 이유가 없다."
"통합도 원칙 있는 통합이 중요하고, 뭐든 공정하게 운영하면 자연스럽게 통합이 된다는 주장 같다. 스킨십으로 풀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 밥 먹고 술 먹고 풀 문제가 아니다."

"야당 따라하기? 한나라당은 체질적으로 재정을 생각한다"

"정책 얘기를 해보자"
"제가 제일 강조하는 게 정책이다. 정책과 노선을 확 바꿔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동기가 두 가지다. 우리가 97년 IMF 위기를 겪으면서 DJ, 노무현 10년, 이명박 정권 4년 지냈는데 양극화가 14년 동안 계속 진행됐다. 민주당, 한나라당 세 정권 다 양극화 해소에 실패했다.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이 너무나 많다.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이런 상황에서 보수는 뭐하는 것이냐 하는 문제의식이다. 4대강 사업 22조 원을 그냥 막 퍼부으면서 어려운 국민들, 결식아동, 기초생활 문제, 보육, 교육, 급식 문제가 나오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늘 '예산을 어떻게 하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나.' 이런 소리만 해왔다. 정말 오만하고 국민의 고통을 모르는 소리다. 한나라당이 그런 방향으로 가면 국민들이 절대 안 찍어준다. 우리나라는 (양극화 등) 모든 게 고착화 됐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두면 공동체가 유지가 안 되고, 보수 정당이 설 땅도 없어지게 된다. 저는 보수가 완전히 변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좌클릭이다, 좌파 포퓰리즘이다, 민주당 흉내내기다 이렇게 비판하는데, 그런 것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이 민생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선을 확 바꿔야 한다. 민주당 같은 세력이 잡으면 우리보다 더 무책임한 방식으로 (복지 등을) 추진을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아무리 복지를 해도 재정에 신경을 쓰는 체질이다. 그런 것을 우리가 중심 테마로 잡아서 가져오면 우리가 책임감 있게 더 잘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죽었다 깨나도 포퓰리즘으로는 갈 수 없는 정당이다?"
"저희는 재정 적자가 심각해질 만큼 그렇게 돈을 못 쓰는 정당이다. 그 대신 4대강 사업 등 불필요한 토목 공사 하지 말고, 사람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재원을 마련하자. 감세? 이렇게 어려운데 왜 하느냐. 복지에도 돈을 써야 하지만 재정을 위해서라도 감세는 중단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체질적으로 재정을 생각하는 정당이다. '성장을 버리고 복지로 간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근혜, 말은 안해도 4대강 사업 찬성하지 않는 것 같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의 출마에 정치적 의미가 더해지는 이유다.

"박근혜 전 대표와는 언제부터 인연이 시작됐나?"
"박 전 대표를 처음 본 것은 2000년 2월 여의도 연구소장으로 왔을 때다. 당 부총재 선거가 있었는데, 국회의원 2년차 박 전 대표가 부총재 선거에 나왔다. 남자 정치인들이 '지명직 부총재 줄테니 선거에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박 전 대표가 '무슨 소리냐, 내가 선거에 나가서 내 표를 받겠다'고 해서 부총재 선거에 남자들 사이에 끼어서 나갔고 당선이 됐다. 당시 박 전 대표 연설을 멀리서 들었는데, 도덕책 읽듯 또박또박 하더라. 그래서 제가 '저 분은 연설하는 것도 되게 특이하네'라고 생각했다.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 후 2004년에 제가 '이회창 사람'이라고 해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었다. (대선 자금으로) 감옥 간 사람 면회가고 그런 일상을 보내다 당에 들어와 비례대표에 공천이 됐다. 참 '롱 스토리'인데...(웃음) 그리고 나서 박 전 대표를 처음 봤다. 열린우리당과 투쟁의 선봉에 서다가 2004년 말 2005년 초에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이 됐다. 저는 비서실장 체질이 아닌데. 가방도 잘 들 줄 모르고."
▲ "정치라는 게 가치를 함께 하는 것 아닌가. 뜻이 같으면 같이 가는 것 아닌가. 저는 박근혜 전 대표와 동지라고 생각한다. 그 분과 기본적인 신뢰가 있다. 내년 대선 때까지 그 분을 돕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까칠한 사람은 비서실장을 잘 못한다."
"그리고 제가 이회창 사람이라는 냄새가 너무 진해서 당에서 대선 패배 책임을 저에게 묻는 사람도 많았고 저도 자유롭지 않았었다. 그래서 세 번을 고사했는데, 박 전 대표가 무슨 이유인지 비서실장을 꼭 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비서실장 하다가 비례대표 사표 내고 선거에 나가라고 해 대구 동구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박 전 대표를 알게 됐고, 그 분의 성품이나 그 분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말을 하면 그게 무슨 뜻인지 많이 알게 됐다. 그러면서 이 양반이 기본이 돼 있는 사람이다 그게 참 좋다고 생각했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에 비해 여론조사가 3분의 1밖에 안 나올 때도, '이 양반이 대통령 되는 게 나라를 위해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제가 박 전 대표 부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저 이 분과 뜻이 맞는 것이다. 정치라는 게 가치를 함께 하는 것 아닌가. 뜻이 같으면 같이 가는 것 아닌가. 저는 동지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 분과 기본적인 신뢰가 있다. 내년 대선 때까지 그 분을 돕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적 관계라고 표현했다. 유 의원이 생각하는 가치, 박 전 대표와 공유한다는 가치를 압축적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것인가?"
"무슨 '선진화' 이런 것은 굉장히 공허한 이야기다. 박 전 대표는 성장과 복지를 나누는 게 아니라 진짜 국민들이 행복을 느끼면서 잘 살도록 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일관성 있다. 국민이 잘 살게 하는 것, 그게 꼭 물질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MB가 금융위기 극복했다, G20 회의 유치했다, 몇 % 성장했다고 얘기하는 데 대해 국민들이 공감을 못하고 '우리는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박 전 대표의 생각은 그런 마음에서 나온다고 본다. 보수가 '무통증' 병에 걸린 보수라면, 그 보수가 무슨 놈의 대단한 가치가 되겠나. 그런 부분은 지금 상황에서 제가 박 전 대표와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파격적인 정책 주장을 하면 박 전 대표가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와 모든 정책에 대해 100% 같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가는 방향이 중요한 것이다. 박 전 대표도 지금 상황에서는 복지를 얘기하고, 재정 걱정을 하면서 감세 얘기도 하고, 비정규적 문제도 그렇고,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말씀은 안하시지만 찬성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 방향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입장이 다른 얘기를 직언하면 박 전 대표는 어떤 반응을 보이나?"
"제 인터뷰인데 박 전 대표 얘기만 한다.(웃음) 박 전 대표는 남의 얘기를 굉장히 경청한다. 그 자리에서 바로 가볍게 자기 말씀을 하는 분이 아니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더라. 그리고 결론이 나면, 제가 이야기했던 것과 같으면 같은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얘기를 한다. 그 결론이 저와 다르더라도 '알겠다'고 하면서 깔끔하게 끝낸다."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나섰다…지켜보라"

"2세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하나?"
"저는 그런 생각 안 한다. 그런데 제가 정치하면서 아버지(유수호 전 의원) 어머니의 음덕을 본 것은 굉장히 크다. 그러나 지역구는 아버지 지역구와 다르다. 아버지는 대구 중구에서 정치를 하셨고 저는 대구가 광역시 되기 전에 대구가 아니었던 곳 (대구 동구을)에서 하고 있다. 광역시 되기 전에 시골이었던 곳이 제 지역구와 박 전 대표 지역구(달성)다. 도농 복합 지역이다. 저는 정치인 2세라는 생각을 안 한다. 지역구를 그대로 물려받지 않아서 그런 것 같고 또 아버지는 서민적이고 스킨십도 좋고 용기도 있는 분인데, 저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아버지가 까칠하지는 않으셨나 보다."
"전혀 안 그러셨다.(웃음) 지역에 가면 저보다 아버지가 더 인기가 좋다.(웃음)"
"어릴 때부터 정치하겠다고 생각했나?"
"전혀 그렇지 않다. 저는 KDI에서 13년을 있었다. 그런데 DJ 정부 초반에, 글 쓰고 제 주장을 하는데 엄청나게 심한 규제를 받았다. 그 때 이회창 총재를 (98년 가을에) 처음 만났다. KDI 같은 직장은 쉽게 그만 두기 어려운 자리다. 그런 걸 그만 둔 건 '내 말을 마음대로 못하게 하고 글을 마음대로 못 쓰게' 했기 때문이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차에 결단하고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아니라 대학교수였다면 아마 지금도 대학 교수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KDI에서 야당으로 간 사람은 저 밖에 없었다. 여의도연구소장이 월급이 없었다. 제 차 몰고 다니고 그랬다. 그 후 12년째 이러고 있다. 걸어온 길을 생각해보면, 저도 기로에 서 있다.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당을 바꿔보고 싶다. 제가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나섰다. 잘 지켜봐달라."
▲ 유승민 의원과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최형락)

유승민 의원은 밝았다. 표정도 밝고 논리도 밝았다. 주류 보수의 당당함 같은 게 묻어났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 논평에도 이런 자신감이 뒷받침 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유 의원이 대표가 되면 다른 건 몰라도 한나라당이 훨씬 밝아질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집권당스러움"은 바로 이런 밝음에 책임과 권위가 얹어질 때 나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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