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업금융지주 회장(산업은행장)의 '메가뱅크' 꿈이 좌초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4일 산업은행의 우리은행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했다. 메가뱅크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소장파에게 "공멸의 경제학을 선택한 것"이라고 하는 등 국회를 맹비난했던 강 회장의 체면은 구겨질대로 구겨져 버렸다.
김석동 금융 위원장은 이날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정부는 그 동안의 다양한 논의를 감안할 때, 산은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입찰 참여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산은지주가 이번 우리금융지주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잘라 말했다.
당초 금융위는 강 회장의 '산업은행+우리은행' 합병을 통한 자산 500조 원 대의 '메가뱅크' 구상을 뒷받침해 왔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마저 강하게 반대해온 사안이어서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끼어있던 게 사실이었다. 김석동 위원장은 강만수 회장의 행시 15기차 후배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무위 한나라당 측 간사인 이성헌 의원은 "산은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은 민영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금융위가 (메가뱅크를 위한) 시행령 개정을 고집한다면 야당이 발의한 (메가뱅크 저지) 법안을 통과시켜 차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해왔었다. 야당도 "산은의 우리은행 인수를 위해 시행령을 고치는 것 자체가 명백한 산은에 대한 정부의 특혜 아닌가"라고 지적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때 '메가뱅크'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도 '메가뱅크'를 추진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유 등을 댔었다.
결국 금융위가 국회에 승복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금융위의 '강만수 리스크' 부담을 정치권이 덜어준 것 아니겠는가"라는 촌평도 나왔다.
강만수 "전문가는 '메가뱅크'가 발전이라는데…정치권 반대 의아해"
'메가뱅크'는 갖은 비판을 무릅쓰고 산은 회장에 취임한 강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온 사안이다. 이 사안에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반대 의사를 표하자 지난 7일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격분을 한 적도 있다.
당시 강 회장은 "최악의 정책은 한 방향으로 일을 벌였다가 여론이 무서워 결과도 안 보고 이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그럴 거면 가만히 있지 무엇 하러 일을 하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이 '공멸(共滅)의 경제학'을 선택했다"라고 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역시 대통령의 측근이라 말하는 본새가 다르다"고 혀를 내두른 적도 있다.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민영화가 후퇴하고 '대마불사' 문제를 키운다며 반대한다"는 지적에 대해 강 회장은 인터뷰에서 "망할 게 두려워 '대마(大馬)'를 만들지 않겠다면 국제 경쟁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었다.
김석동 위원장의 입장 표명이 있은 후에도 강 회장은 이날 정무위 답변에서 "우리은행 인수가 무산되면 산은 민영화도 무산될 것"이라며 "외부 전문기관들은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는 한국 금융산업 발전의 기회라고 얘기하는데, 정치권 등이 반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되려 정치권을 나무랐다. 그는 "정부 당국의 결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산은지주는 여러 대안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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