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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정치 9단'은 못해도 '정치 3단'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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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손학규, '정치 9단'은 못해도 '정치 3단'은 해야지"

[고성국의 정치in]<62> 민주당 최영희 의원

5월 11일 오후 5시, 국회 본관 여성위원장 방에서 민주당 최영희 의원과 마주앉았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4.27 선거 후 한층 위상이 높아진 손학규 대표의 최측근 의원으로 불리는 최 의원이라 물어볼 것도 많았고 짚을 것도 많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질문을 시작했다.

"MB 레임덕? 남은 임기 대여 투쟁은 더 거세질 것"

"18대 국회가 1년도 안 남았다. 앞으로도 한나라당과 싸울 일이 많을 것 같은데."
"대통령이 합리적이면 별로 안 싸워도 되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국회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대통령에 의해서 국회가 결정되니까. 내년 4월 총선 공천 문제도 있고, 레임덕을 어떻게 해서든 축소시키기 위해 대단한 고집을 부릴 것 같고,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이슈를 팍팍 던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독일에서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하는 것도 그런 차원인가?"
"빤히 안 될 것을 알면서 던지는 것이다. 뭘 던질 때 (남북 모두가) 서로 못 받게끔, 굉장히 고민 많이 해서 던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남북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별로 신뢰가 안 간다. 보수 정권이 하는 짓이 항상 그렇다. 박정희, 김일성 정권의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양쪽 다 진정성이 없다."
"남한까지 포함해 양쪽 다 그렇다고 하면 보수 세력이 화낼 것 같은데?"
"화내도 어쩔 수 없다. 김정일 위원장이 그렇게 쉽게 남쪽에, 보수의 극을 달리는 사람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뛰어나오는 서울 거리에 올까? 아닐 거라고 본다."
"겁이 나서?"
"겁이 아니라 그런 대접을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제안을 하고 있다. 하긴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어떤 얘기를 할 수 있겠나?"
"진정성이 없더라도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왔으니까 통일 얘기라도 한다? 그런 게 정치인가?"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 민주당 최영희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어조는 조용조용하나 내용은 단호하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선거 얘기를 꺼내도 어조는 여전히 차분하다.

"이번에 뽑힐 원내대표는 대여 투쟁과 동시에 대안적 수권 야당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되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대통령이 정책이라고 내놓는게 국민이나 야당이 받아들일만한게 거의 없다. 생각하고 고민해서 내는게 아니라 '이것은 내가 임기 내에 해야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팍팍 던지는 모습이다. 10년 후 20년 후 할지 못할지 모를 정책들을 마구 던진다. 상황이 이런데 야당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나. 가시 돋친 설전이라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던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전을 시키려 한다. 이를테면 4대강 지천 정비 사업을 내년부터 당장 하겠다는 것 아닌가. 예산을 내려 보내주는데 어떤 지자체가 그것을 안 받아들일 수 있나. 수권 정당 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야 투쟁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민주당이 총선 승리?…국민은 일방적으로 몰아주지 않을 것"

"내년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한나라당이 너무 엄살을 많이 부리고 있다. 분당이 저렇게 되고 나니까 굉장히 긴장하고 난리를 치는데, 분당은 손학규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야권의 중요한 대선 주자인데 죽일 수는 없지 않느냐 하는 측면도 있었다. 중산층 이상에서 손 대표를 싫어하는 사람도 '싫다'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나쁘지 않아' 이렇게 말하는 편이다. 그게 손 대표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국민들은 전략적 투표를 했다. 국민들이 너무 무섭다. 투표권에 대한 어떤 사명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재보선 날 마지막 6시에서 8시 사이에 분당에서 투표를 한 사람이 1만 3000명 정도였다. 그런데 2000표 정도 밖에 못 이겼다. 그렇다면 낮에 하신 분들은 거의 다 한나라당을 찍었다는 얘기다. 손 대표를 찍은 분들이 그런 상황을 보고, 정말 사명감을 갖고 약속도 취소하고, 퇴근 빨리 해서 투표를 한 것이다. 정말 대단한 것 아닌가. 자기 차를 놓아두고 지하철을 타고 쫒아온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무서운 국민들이다."
"내년 총선에도 어느 일방에 쉽게 몰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는 조금 유리하다고 보지만 그렇게까지 크게 이길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1당은 어느 쪽이 할까?"
"국민들이 어느 당도 많이 채워주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1당은 민주당이 되지 않을까? 수도권 숫자가 원체 많으니까. 그러나 정말 잘해야 한다. 총선까지 정말 잘해야 한다."
"민주당이 잘하고 있나?"
"썩 잘 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어느 점이 문제인가?"
"아직 신뢰를 주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표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나?"
"박근혜 의원은 4.27 이후에도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더라. 다른 후보들은 다 흔들렸는데."
"그렇다. 일부 조사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뛰어넘었다고 하는데, 지금 한나라당은 굉장한 내부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어떤 경고의 메시지일 수 있다. 보수층들이 한나라당에게 '정신 똑바로 차려라' 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국민들이 전략적 사고를 한 결과가 아닌가. 민주당이 잘해야 하는데 걱정스럽다."

"참여당과 통합? 유시민이 워낙 거물이어서 어려울 것"

▲ "한나라당이 너무 엄살을 많이 부리고 있다. 분당이 저렇게 되고 나니까 굉장히 긴장하고 난리를 치는데, 분당은 손학규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프레시안(최형락)
'민주당이 걱정이다. 정말 잘해야 한다'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는 최 의원에게 유시민 대표 얘기를 꺼냈다.

"김해 선거 패배의 책임이 1차적으로 유시민에게 모이고 있고, 본인도 '죄를 지었다'고 하는데, 민주당 책임은 없나?"
"선거에서 민주당 책임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제가 한 발짝 떨어져 있어서 그 과정을 깊이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이 굉장히 복잡했다. 나중에는 유시민 대표가 원하는 대로 하자고 다 양보했다. 그런데 저렇게 져버렸다."
"6.2 지방선거에 이어 두 번짼데.."
"(민주당이) 두 번 다 이길 수 있었다. 유시민의 한계가 계속 보여지고 있다. 그런데 그 쪽에서 민주당을 욕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당이 안 찍어줘서 그렇다고 하는데, 강제로 동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민주당 당원들은 다 (이봉수 후보를) 찍었다. 우리 당 당원들은 한나라당을 찍을 수는 없는 사람들이다. 특히 김태호를 찍을 수는 없는 사람들이다. 당원들은 당의 뜻을 따랐을 것이다."
"경기도 선거 때도 그랬나?"
"그렇다. 그동안 쌓아온 민주주의 후퇴, 수십 년 간 막혀왔던 남북문제를 정말 어렵게 어렵게 풀어온 10년이 하루아침에 후퇴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부분이다. (당원들이) 그런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시민을 찍었을 것이다."

"4.27재보선 승리한 다음날 민주당이 본회의를 비토했다. 며칠 있다가 한·EU FTA에 대한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의견 차이가 노출됐고, 다른 야당의 항의가 있었다. 결국 긴급의총을 통해 절충되고 한나라당과 한 약속을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했다. 이게 선거 후 열흘 간 보여준 민주당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좀 곤란하지 않나?"
"직접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딱 집어주셨다. 그 과정을 안에서 쭉 지켜봤는데 일방적으로 원내대표를 비판할 수도 없고, 당대표를 비판할 수도 없고, 또 협상을 하러 나갔던 협상단을 비판하기도 어렵다."
"여·야·정 협상 책임자는 누구였나?"
"원내지도부, 그리고 관련 상임위원장이었다. 그 직전에 저희가 의원 총회를 했다. 상임위, 정책위, 그리고 한·EU FTA와 관계되는 사람들이 논의를 했다. 굉장히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 원내지도부가 고생은 많이 했는데, 마무리를 짓는 과정에서 비판을 받아 좀 안 됐다는 생각을 한다. 손 대표가 야권연대를 할 때 상당히 구체적인 부분까지 약속을 한 것 같다. (한숨) 앞으로 야권 연대 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은 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권 연대를 할 때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정당들도 민주당의 입장을, 가서 사인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주어야 한다. 일은 같이 해 놓고 마지막에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정당일수록 당원들은 열정과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당 지도부가 유연하게 활동하기 어려운 것 다 알고 있다. 이런 점들을 역지사지로 서로 이해하면서 잘 풀어갔으면 좋겠다."
"정책 연합의 현실적 어려움을 말한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치밀하게 (조율)하고 협상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차라리 통합해버리자는 얘기가 나오나?"
"통합은 더 어렵다. 정말 어렵다. 민노당과 진보신당도 합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갈라지지 않았나. 그런데 민주당과 통합이 가능하겠나?"
"국민참여당과 통합하자는 얘기는 많이 있는 것 같은데?"
"뿌리가 같으니까 하자는 것인데, 모르겠다.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왜 그렇나?"
"이런 얘기를 하기에는 제가 정치 초년병이라서..."
"정책이 다르면 정책연합 약정서라도 맺으면 되는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정책이 아니라 성격이 안 맞아서 갈라진 것 아닌가?"
"그 전에 (유시민 대표의) 개혁당이 있었다. 개혁당과 통합할 때는 유시민이 이렇게 중요한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단히 중요한 정치인이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크게 양보하지 않으면 안 들어올 것이다. 역으로 이런 부분도 있다. 지금 민주당에는, 유시민 대표에게 정말 끈끈한 애정을 갖고 들어오라고 할 사람이 없다. (유 대표가) '저 형님 때문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고 할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손학규, '정치 9단'은 못해도 '정치 3단'은 해야지"

▲ "그런데 정치 9단이니 10단이니 하는 것이 있다면 2단, 3단이라도 돼야 할텐데, 그 기술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프레시안(최형락)
최영희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최측근 정치인으로 불린다.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손학규 대표 얘기를 안 들어볼 수 없지 않은가?

"손학규 대표가 분당 선거 후 가장 유력한 야권 대권 주자로 부상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최 의원은 말없이 먼저 웃어 젖혔다. 재차 물었다.

"가깝지 않나? 손 대표와 젊은 시절부터 민주화 운동도 같이 하고."
"어릴 때부터 알았다. 대학 다닐 때 행사장에서 처음 만났다. 손 대표의 부인과도 자주 만났다. 두 분이 같이 잘 다녔다. 그 때는 결혼 안했을 때였는 데도 같이 만나고 그랬다. 저는 노동 운동을 했는데, 그 때는 노동 운동이나 빈민운동이 교회나 천주교 아니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다 빨갱이로 몰려버리니까. 비슷한 공간에서 운동을 해 그 때는 아주 친했다. 그랬다가 손 대표가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오고 신한국당에서 정치를 하면서 뜸해졌다. 남편(내일신문 장명국 사장)은 손 대표와 친한 선후배 사이니까 자주 만났다. 예전에 수배중일 때 피차 수배중인 사람끼리 명절날 오갈 때 없을 때 같이 지내는 그런 사이였다. 손 대표에게 옛날 민주화 운동할 때의 열정, 그것이 분명히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것을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믿음은 확실하게 갖고 있다. 그런데 정당 활동이라는 게 정치 기술도 있어야 하겠더라. 손학규가 정치 기술을 적재적소에서 잘 휘두를까? 그것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걱정스럽다."
"테크닉이 부족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스킨십은?"
"스킨십은 굉장히 좋다. 처음 광명에서 출마했을 때도 주민들과 스킨십은 굉장히 좋았다고 들었다. 지난 재보선(2009년, 2010년) 때 다른 후보들 유세 하는 것을 따라 다니면서 봤는데 거리나 공원에 있는 분들과의 스킨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단하더라. 학교 다닐 때도 막걸리 마시면서 노래도 잘하고 얘기도 잘하고, 아주 서민적이었기 때문에 친화력이 굉장하다."
"지금도 서민으로 사나? 전세 산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웃음) 그런데 정치 9단이니 10단이니 하는 것이 있다면 2단, 3단이라도 돼야 할텐데, 그 기술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손 대표가 정치 구력이 짧은 것은 아니다. 광명 재보선부터 따지면 15년 이상을 정치를 했다. 그럼에도 리더가 가져야 할 정치적 테크닉을 갖추지 못했다면 문제 아닌가?"
"정치에서는 자기 계파를 관리하는 게 기본인 것 같다. 어찌됐든 기본적으로 자기 세력이 있어야지, 눈덩이가 굴러가더라도 어느 정도의 세력, 크기가 있어야 눈이 많이 붙지 않나. 그렇게 굴러가주는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손 대표가 그런 부분이 약하다."
"한나라당 탈당할 때도 아무도 안 따라 나왔다."
"당연하지 않나. 이기는 게 누구라는 게 다 정해져 있었는데. 그 기술(정치 테크닉)을 조금 배웠으면 좋겠다. 기술이 마음에 안 들고 술수로 보이고 해도 조금은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야 신뢰도 생기고 (다른 사람들이)의지하고픈 마음도 생기지 않겠나. 이번 분당 선거를 보면서 사람들이 깜짝 놀란 것은 '손학규한테 팍 치고 나가는 이런 것은 있구나. 도전력도 있구나' 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손 대표는 '아, 승부수를 던질 줄 아는 사람이구나' 하는, 그런 신뢰를 갖게 만들었다. 이런 것이 크다."
"아까 손 대표 부인을 이윤형 언니라고 불렀다. 어떤 분인가?"
"언니 흉 좀 보고 싶다.(웃음) 눈꼽만큼도 정치인 마누라가 아니다. 딸들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지 자기와 상관없다는 것이다. 부인이 설쳐서 표를 깎아먹는 사람도 왕왕 있지 않나. 언니는 표를 얻어오지는 못하는데, 깎아먹지는 않을 분이다."
"손 대표와 부인은 학창시절에 같이 민주화운동을 한 사이인가?"
"그랬다. 아마 두 사람이 경찰서인가 구치소인가에서 만났다. 원래 조용하신 분이다. 학생 운동도 우리처럼 요란하게 하지 않고 조용하게 하셨고, 결혼하시고 나서 남편이 돈 못 벌고 운동하니까 뒷바라지 하느라고 생활 전선에서 활동을 했다. 정말 남편을, 세상에 그렇게 남편을 좋아하는 부인이 어디있을까 할 정도로 헌신적이다."


"박근혜, 장점은 있다. 단, '유신독재와 연관성' 뺀다면"

손학규 얘기가 자연스럽게 박근혜 얘기로 옮겨졌다.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을까?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정말 야권이 단일화 돼 1대1 구도로 가면 희망을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먹힐 것이다?"
"심판론으로는 안했으면 좋겠다. 선거 할 때마다 심판론을 얘기하는데 나는 되게 싫다. 이번 4.27재보선만 해도 심판론이라는 말을 사람들이 별로 안 썼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까지는 심판론을 얘기했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고 본다. 특히 대선에서는 심판론 가지고는 안 된다. 정권을 잡았을 때 과거 두 민주정부보다 훨씬 안정감 있게 정책을 펼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앞으로 뭘 하겠다는 걸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내는 과정에서도 실망을 주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야권이 불안한 정치 집단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는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정책을 제시했다. 복지는 최 의원의 전문 분야인데, 어떻게 보나?"
"생애 주기별 맞춤이라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게 실현 가능하느냐 하는 부분이 문제다. (박 전 대표의 얘기는) 민주당이 세 개 무상정책을 꺼내놓은 뒤에 나왔다. (박 전 대표의 복지론은) 보편적 복지가 되면 가능한 것이다. 보편적 복지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마지막 목표다. 민주당이 낸 세 개의 정책은 기본이다. 보편적 복지의 기본이다. 수십 개 수백 개의 복지 정책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이 세 가지는 꼭 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3무정책이다. 한나라당은 이것을 박살나게 비판하고 뭘 다 거덜낼 것처럼 공격을 했다. 박 전 대표가 생애 주기별 복지를 하겠다고 했는데 민주당 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심도 있게 논의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박근혜가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고 있다는 뜻인가?"
"보편적 복지는 한나라당도 반대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안상수 전 대표가 최근 민간 보육시설을 찾아서 처음 한 말이 '한나라당은 앞으로 보편적 복지를 하겠습니다'였다. 지금은 우선 70% 복지를 하고 점진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일단 공공시설 복지 인프라를 깔자는 것인데, 한나라당은 그 주장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논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나?"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남의 말을 안 듣는다. 선거용이라고만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짓이길까만 생각한다. 보육에 대해 저희가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은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 때문인데, (이명박 정부는) 무슨 아이낳기 운동본부니 하는 식으로 한다. 누가 애 낳기 싫어서 안 낳나. 캠페인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랑 2년 간 보건복지위를 했다. 가까이서 지켜봤을텐데 박근혜의 국민 지지도 30% 유지 비결이 뭘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하는 숫자가 몇 퍼센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 퍼센티지는 다 박 전 대표 쪽으로 간다고 본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최전선에서 활동을 안 했다. 비켜서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한나라당의 문제점을, 이명박 정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일단 피할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쓸데없는 말을 안 한다. 별로 얘기를 안 한다. "
"동료 의원들끼리 농담도 안 하나?"
"박 전 대표가 품위 있게 하는 농담이 몇 개 있다. 어떤 사람은 그런 걸 써가지고 다니면서 하는데 박 전 대표는 써 가지고 다니지도 않으면서 재미있게 잘 한다. 좌중을 까르르 웃게 만드는 그런 농담과 여유가 있다."
"굉장한 장점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라도 박정희에 대한 생각을 털고 보면 박근혜는 아주 괜찮은 사람이다. 사귀고 싶은 사람이고 친근감을 주는 편이다. 얼음 공주가 아니다. 그런데 말을 아낀다. 정치인으로서는 자기 이미지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다. 박 전 대표는 '나중에 보자. 내가 책임질 때 그 때 말하겠다.' 이런 투인데, 모르겠다. 그 때 뭐가 나올지는."
"최 의원과는 같은 세대다. 최 의원이 2년 위다."
"그런데 박 전 대표는 엄청 젊고 굉장히 곱다."
"그것도 비결이겠다."
"그렇다."
"최 의원은 대학시절부터 유신반대 민주화운동을 했다. 박정희 정권과 목숨 걸고 싸웠던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이 박 전 대표를 좋게 평가하기는 참 어렵지 않나."
"어렵다. (유신 독재와 연관성을) 빼고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보면 그런 면이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돼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책임이나 잘못은 아니지만 풀어야 될 매듭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노력해도 풀리지 않을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
▲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

"국회의원 임기 끝나면 아동, 청소년 문제에 전념할 것"

인터뷰가 1시간을 넘겼다.

"내년 총선에 출마 하나?"
"안한다고 옛날에 선언했다. 비례대표로 들어온 사람들이 국회의원 활동한 것을 바탕으로 지역에 나가 싸워줘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가 안 싸워도 전사들은 많이 있는 것 같다. 저는 나이도 있고 해 볼 것 다 해봤으니까.(웃음)"
"앞으로 뭘 하고 싶나?"
"제가 (노무현 정부) 국가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신문사 사장 자리는) 내 놓았다. 청소년 문제, 아동 문제 분야에는 제가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이 남은 것 같다. 이 정부 들어와서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없어져버렸다. 복지부 안으로 통합이 됐다. 작년에 또 다시 여성가족부로 청소년 부분만 또 보내버렸다. 내가 초대위원장이었는데, 하고 싶은 것 다 못해보고 없어졌다. 비례대표 오라고 제안을 받고, 아동 청소년 문제를 국회에서 다뤄보자고 생각했다. 남들은 오려고 난리 법석을 치는데,(웃음) 이러면서 왔다. 청소년 문제를 열심히 했는데 끝도 한도 없는 게 아동 청소년 문제인 것 같다. 임기 끝날 때까지 열심히 하고 나가면 NGO 활동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제가 정부에 있을 때는 저 국회의원들이 내 말만 들어주면 뭔가 될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의원 한 두 사람이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더라.(웃음) 특히 아동 청소년 문제는 빛이 안 나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이 많지 않다. 가서 보태야 한다. 힘을."
"18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들 활동이 굉장히 두드러지는 거 같다. 19대에도 여야 떠나 이런 활동들이 수적으로나 양적으로 늘어났으면 좋겠다."
"늘어나야죠. 우리나라가 유엔에서 발표하는 여성 권한 척도가 대단히 낮고 남녀 격차 지수로 보면 세계 104위다. 2월 말에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갔는데 세계 지도를 나눠주더라. 여성 국회의원들 숫자가 몇 %인가 인데, 작년 표를 보니 80등이더라. 이런 게 남녀 격차, 성차별 지수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세계 각국이 그 지수 관리를 한다. 대개 비슷비슷한데 어느 곳에서 확 떨어져 80등을 하면 그냥 104등으로 떨어져버린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여성 의원으로 들어와 보니 차별 없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돼 있더라. 진입이 어렵지 들어오면 잘 할 수 있는 기틀은 마련돼 있다. 우리 당의 박영선 의원 같은 분은 정말 앞으로 큰일을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권주자 감이라고 보나?"
"저는 그렇게 본다. 포용력, 부드러움, 이것만 갖추면. 진짜 실력은 대단하다."

인터뷰를 마치고 여성위원장실을 나서는데 김진표 의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거는 이런 것이다. 인터뷰를 정리하고 있는데 언론에는 연일 김진표 신임 원내대표 발 뉴스가 1면을 장식한다. '황우여, 김진표 상생국회 다짐'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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