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산단공 협동조합 햇빛발전소 제안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17년 10월 17일, 언론의 주목을 그리 크게 끌지는 못했지만, 한국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의 역사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일로 기록될 발표가 있었다.
국회 산자위 위원인 김경수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산업단지에 입주한 공장의 지붕에 햇빛발전을 설치할 경우 원전 4기 분량의 발전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는 다른 산자위 의원이나 관련 전문가들도 제기할 수 있는 문제 제기와 의견일 뿐이었다.
그런데 김경수 의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뛰어난 잠재력의 공장 지붕 태양광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이 참여하는 태양광협동조합의 설립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것은 이전과는 패러다임이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자 새로운 제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산단 입주업체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어 햇빛발전사업을 할 경우 개별 조합원들은 과거 임대사업과 거의 비슷한 업무수준으로도 수익률은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또한 협동조합 설립으로 인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분산형 전원 및 친환경 전원 실현 등 다양한 장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었다.
김경수 의원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산단의 지붕태양광을 효율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입주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협동조합 설립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협동조합 결성을 위해서는 산업부, 산업단지공단, 에너지공단의 역할이 중요하며, 향후 시범사업 등을 거쳐 전국의 산업단지에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필자는 김경수 의원이 이런 주장을 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필자는 햇빛발전에 관한 정책과 제도, 산업 동향에 대해서 해외 동향까지 그래도 나름 꼼꼼하게 챙기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 여기저기 토론회나 강연 자리에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공장 지붕의 획기적인 협동조합 햇빛발전소 제안 소식에 대해 전혀 접하지 못했다. 이명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국회나 산자부, 한전과 에너지 관련 기관과 단체들에 대해서 아예 기대를 거의 포기한 관성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산단공의 지역별 산업단지 햇빛발전 협동조합, 지역 청년 일자리의 마중물 저수지!
사실 산단공이 관리하는 공장 지붕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산재한 중소규모 공장 지붕에 모두 햇빛발전소를 지으면, 전수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문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목표치로 잡고 있는 신규 햇빛발전 30.8GW의 1/3 이상인 10GW 이상의 햇빛발전소 용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다 주택건물 지붕 햇빛발전소, 전국 축사 지붕의 햇빛발전소, 어마어마한 잠재량의 도로와 교량, 제방 햇빛발전소까지 합하면, 굳이 2030년까지 가지 않아도 문정부 임기 내에 원전 30기에 해당하는 햇빛발전소 30GW 건설을 조기 달성할 수 있다. 아니 그 이상까지 가능하다.
소수 업자들만 배불리고 무지막지하게 환경을 파괴하는 임야와 논밭의 햇빛발전소가 아예 없어도 가능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햇빛발전 협동조합이 이른바 ‘지잡대’와 고졸 출신 지역 청년들에게는 지속가능하고 좋은(decent) 일자리의 마중물 저수지라는 점이다.
이뿐이 아니다. 햇빛발전의 새로운 사업 영역은 전기차와의 결합과 전력 직거래, 프로슈머, ESS(전력저장장치 Energy Storage System) 사업 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건물일체형 햇빛발전(BIPV, 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으로 불리는 미개척 분야 사업 또한 햇빛발전의 새로운 사업 영역이다.
그런데 이명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전기차 분야에서도 중국에 한참을 추월당한 한국은, 그나마 기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던 BIPV 분야에서도 이미 추월당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런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 대한 문 정부의 패러다임 전환은 병목 현상에 갇힌 재벌 위주의 산업 전략을 근본에서부터 바꿀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명박근혜 정권의 보루였고 지금도 구체제의 반동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는 특권 재벌과 특권 언론재벌, 기득권 관료-전문가들의 시꺼먼 마피아 동맹은 이런 햇빛발전 사업을 자신들의 주머니를 불리는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 별의별 가짜뉴스와 생쑈를 다 벌일 것이다. 특권 관료들이 협동조합 햇빛발전 사업을 거대 재벌과 발전자회사 위주로,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서 어마어마한 민간 자본과 예산을 투입하는 대형 햇빛발전 보급 확대 사업으로 변질시키는 순간 이명박근혜 적폐 세력은 환호성을 지를 것이 틀림없다.
지자체와의 협치가 핵심이다
따라서 산단공이 추진하는 지역별 산업단지 협동조합 햇빛발전소는 지자체와의 협치가 핵심 관건이다. 그리고 단순히 공장주들을 협동조합의 출자 조합원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모든 공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에너지 비용이다. 산업 기계 설비에 들어가는 전기의 스마트 에너지관리시스템(EMS, energy management system)에 더해서 에너지 효율화 사업 또한 공장주의 가장 큰 관심사다.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통해 에너지 소비의 1/3을 절약할 수 있다는데 마다할 공장주는 없을 것이다.
산단공 협동조합 햇빛발전소는 이렇게 단순히 햇빛발전소를 건설하고 유지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효율화 사업과 결합시키면서 지역의 다른 공장 지붕과 주택건물 햇빛발전 사업으로도 사업 영역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워크숍과 교육은 필수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는 수도 없이 연쇄적으로 다단계의 기하급수(!?)로 확대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햇빛발전 협동조합이 계기가 되어 특히 농촌을 품고 있는 지자체와는 핵심 관심 사항 가운데 하나인 지역 로컬푸드를 공장 급식과 결합시키면 새로운 청년 일자리는 더 많이 창출된다. 독성 화학물질 투성이인 값싼 수입농산물 일색인 공장급식을 건강하고 안전한 지역 먹거리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핵발전에 우호적인 미국 핵에너지연구소(NEI)의 2014년 보고서는 핵발전은 0.5명/1MWe의 일자리를 만들고, 햇빛발전은 그 2배인 1명/1MWe, 석탄 0.19명/1MWe, 가스 0.05명/1MWe, 바람발전 0.05명/1MWe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비교하고 있다.(이두희-서정현, 「태양광융합산업,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창출과 균형발전에 기여」,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이슈 36호, 2017. 10. 23.)
그러나 햇빛발전은 에너지 진단과 에너지 효율화 사업, 에너지 신산업과의 연관 효과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1GW당 최소 1천명 이상의 청년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문정부 임기 내 30GW의 햇빛발전소 건설은 최소 3만 명 이상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두희-서정현은 햇빛발전은 이미 핵과 화석연료 발전소보다 발전단가도 훨씬 저렴해지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17년 1분기 평균 발전단가는 햇빛발전이 94달러/MWh, 석탄화력은 100달러/MWh, 가스발전 87달러/MWh, 핵발전소는 유지 보수 비용이 높아 199달러/MWh였다.
사회적 금융은 이같은 산단공의 지역 기반 협동조합 햇빛발전에서부터
지역의 산업단지별 햇빛발전 협동조합은 지역 청년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에도 새로운 좋은 일자리의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 동시에 새로운 대안 세상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자본주의는 돈이 주인인 경제체제다. 사회주의는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사회주의 혁명 과업이 우선인 경제체제다. 그러나 사회적경제는 출발점 자체가 이와 전혀 다르다. 사회적경제는 사람 중심의 경제, 지역 주민들의 연대 경제이자 지역순환 경제, 공유경제이다. 산단공 협동조합 햇빛발전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명박근혜 적폐 세력들의 가짜뉴스와 편견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산단공 협동조합 햇빛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은 사회적 금융의 지평을 새롭게 개척하고, 한국 금융 패러다임 전환의 주요한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실 한국은행의 지불준비금 제도와 은행, 증권 등 현대 금융업은 모든 국민을 아예 처음부터 채무 노예로 만드는 금융 시스템의 원흉으로 지탄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금융업의 새로운 기능과 활로가 다름 아닌 사회적 금융이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고리대금업을 은행업으로 격상시켜 현대 금융의 원조로 지칭되는 메디치 가문의 은행업 성공 비결은 규모의 확대와 조합 방식을 도입한 사업의 다양화, 위험의 분산 분권에 있었다.
산단공 햇빛발전소가 막대한 액수의 햇빛발전 설치 비용 금융 조달 방식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개별 공장주들이 갖고 있는 리스크를 분산 분권화한 것은 전혀 뜻밖의 신선한 창의적 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금융위원회 핵심 실무 관료들이 여전히 낡은 재벌 기득권 중심의 산업화 이데올로기에 갇혀 문대통령조차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금융을 비웃을 뿐만 아니라 그 확산을 방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같은 실험은 중대한 전환점의 의의가 있다고 평가된다.
신단공 협동조합 햇빛발전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문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깃대종 사업으로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연재는 필자의 개인 주장과 의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반론과 이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반론은 프레시안 제보란을 통해 제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필자주)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