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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정책과 제도, 뿌리부터 바꿔야!

[햇빛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③

한반도 허파를 갉아 먹는 햇빛발전?

아마도 숱한 사람들이 태양광 발전소를 짓지 않겠냐는 전화를 받아 보았을 것이다. 이런 전화 영업은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금 햇빛발전소는 수지맞는 투기 사업이 되고 말았다. 물론 수백 kW, 1MW 이상의 대규모 햇빛발전소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전국의 임야와 논밭이 대규모 햇빛발전소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를 제외하고 기초 자치단체 가운데 태양광 민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 않은 지자체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강원도를 비롯해서 전국의 어디를 가나 산허리를 마구잡이로 깎아내 지은 대규모 햇빛발전소를 숱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공주시 마곡사 인근 사곡면의 시골구석에도 멀쩡한 임야를 시뻘겋게 뭉개고 1.5메가와트의 태양광발전소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폭우에 토사가 마을 집 앞까지 내려와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 이후 지금까지 이 태양광 햇빛발전소 때문에 동네가 갈라지고 주민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근 1년 이상을 70,80대 할매들이 나서서 동네 입구를 트랙터로 막는 일을 해야 하질 않나, 시장실을 찾아가 탄원을 하질 않나, 밀양 사태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업자는 업자대로 공주시로부터 허가를 받았는데, 마을발전기금과 비공식 지원금 등을 포함해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넌더리를 낸다.

'태양광 돈벌이'에 임야가 파괴되고 식량 자급과 식량 주권이 위협받는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은 슬픈 역설이다. 이런 현상은 기후변화 대응과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이행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세월호 이후 바뀐 광풍, 대규모 임야 태양광발전소의 환경 파괴

대규모 임야 태양광 발전소가 가능해 진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이전에는 임야에 햇빛발전소를 지어봐야 경제성이 없었다. 가중치 제도가 이를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중치 제도란 햇빛발전소 전력을 판매할 때 지붕이나 임야, 평지 등 설치 장소에 따라 전력판매 보조금 지원 가격(공급인증서REC 가격)을 높거나 낮게 책정하는 것을 말한다. 2014년 이전 임야의 가중치는 0.7이었다. 발전자회사에 전력을 판매하기로 계약한 인증서(RPS) 가격이 100원인데, 만약 임야에 지은 햇빛발전소라면 70원밖에 못받는다는 말이다. 당연히 임야에는 햇빛발전소를 건설해 봐야 수익이 나지 않았다. 이런 가중치는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에너지 단체와 환경단체의 끈질긴 문제 제기 때문에 신설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임야 가중치가 슬그머니 바뀌고 말았다. 또다시 지난 번 지적한 주택건물 햇빛발전소의 구조안전확인서 추가와 같은 해인 2014년 세월호 사건 직후이다.

2014년 9월 에너지공단은 갑자기 고시를 개정해서 5개 지목(전, 답, 임야, 과수원, 목장부지)의 구분을 폐지하고 이른바 유휴부지 활용을 극대화한다는 미명 아래 2015년 3월 12일부터 가중치를 상향 조정한다는 고시를 발표한 것이다.

이때부터 전국의 임야는 고수익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태양광 투기꾼들의 천국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이명박근혜' 정권 아래 햇빛발전 사업을 접었던 수많은 태양광 사업자들이 돈 한 푼 없어도 금융사를 끼고 메가와트 단위의 임야 햇빛발전 기획서를 들고 투자자를 모집하고 다녔다. 고수익을 앞에 내건 부동산 투기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연히 전국의 부동산 기획사들은 물론 지역의 부동산 기획사업자들도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지금은 그 형태도 다양하게 진화해서 허가만 얻은 상태에서 매매하는 토지 투기꾼부터 100kW, 500kW 등 용량별로 쪼개 파는 분양형 대규모 임야와 논밭 태양광발전소까지 사업 유형도 천차만별이다.

재생에너지 정책과 제도, 뿌리부터 바꿔야!

이런 임야 파괴는 명백히 정책과 제도의 잘못이다. 업자들의 로비와 손쉽게 의무할당을 채우고자 한 거대 발전자회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산자부와 에너지공단이 이런 고시 개정을 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임야와 논밭은 햇빛발전소가 설치되면 잡종지로 지목변경이 되고 땅값이 올라간다. 태양광 발전소는 토지 투기까지 하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사업이다. 그러니 돈이라면 지옥에라도 뛰어들 만반의 채비가 갖추어진 사업자들이 아귀처럼 달려들어 로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산자부와 한전, 에너지공단의 고위직 정책 결정 권력자들이다.

거대 발전 자회사 중심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제도와 정책을 고집하는 이들 산피아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거나 아니면 적폐 인물을 청산하지 못하면, '3020 정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우물 안 개구리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은 정말로 지난한 일이라는 사실은 2005년 최초의 사업용 민간 햇빛발전소가 출현한 이래 13년의 햇빛발전 정책과 제도 역사가 입증한다.

대형 태양광 발전소는 반드시 환경 파괴를 동반한다. 고압으로 송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송전탑 건설과 전자파 문제도 등장한다. 지역 주민과의 갈등은 지금 전국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자체 현실이 입증하고 있다. 아예 조례로 햇빛발전 건설을 금지한 기초자치단체도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런 현실은 외면한 채,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수단인 숲과 논밭을 파괴하는 대형 태양광 발전소의 범람을 조장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삶의 질을 높이는 참여형 에너지 체제 전환: 모두가 참여하고 누리는 에너지 전환 RE3020'이라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에너지 전환은 돈 중심의 에너지 체제에서 사람 중심의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돈벌이와 사업 중심의 정부 정책과 제도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의 삶을 중심에 놓는 정부 정책과 제도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자고 그 추운 겨울에 2000만 명에 가까운 주권자들이 촛불을 든 것이 아닌가.

우선 가중치부터 바꿔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진정 에너지 주권자인 지역주민과 국민 참여 중심의 에너지 민주주의 정책으로 전환되려면 우선 무엇보다도 '이명박근혜' 독재 체제의 적폐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중심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전략은 에너지 독재 체제의 유지 확대이자 이명박근혜 체제의 부활로 확실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나타난 독재 부역 언론을 포함한 핵마피아 독재 체제의 권력과 정보 독점만 보아도 이는 자명하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 국가와 사회의 근간은 에너지와 농업이다. 재생에너지 산업도 농업도 햇빛에너지를 이용하는 생명 산업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현대 농업은 석유농업이다. 곡물의 90%가 화석연료이다. 오늘날 화석연료 에너지 체제를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것과 동일한 선 위에 석유 농업의 자연 생명 농업으로의 전환이 있는 까닭이다.

어떤 국가와 사회도 에너지와 농업의 튼튼한 민주주의 기반이 없으면 아무리 자동차와 선박, 스마트폰과 전자제품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해도 한순간에 붕괴와 몰락을 피할 수 없다.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의 현재 모습과 1970년대까지 남한보다 훨씬 잘 살았고 아시아의 선진 공업국가였던 북한이 1990년 초반 구소련의 석유 공급 중단과 함께 산업 붕괴와 식량 위기를 겪은 현실을 조금만 성찰해 보면 이는 금방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주권자가 진정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진정으로 에너지와 농업 분야만큼은 전환에 필요한 세부 디테일 정책부터 신속하게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주택건물 햇빛발전소의 구조안전확인서 폐지 문제는 이미 지난 글에서 지적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제도 개선은 그리 어렵지도 않다. 산업부장관이 실태를 파악하고 규칙을 개정하면 된다. 이미 관련 산자부 공무원들도 개선을 약속한 사항인데, 에너지공단의 복지부동 고위 에너지 마피아 세력 때문에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러자고 정권을 바꾸었던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제2의 4대강 사업으로 치닫고 있는 대형 임야와 논밭 태양광발전소의 규제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 산업부장관이 실태를 파악하고 규칙을 개정하면 된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 고시 가운데, 임야와 논밭을 1.0에서 다시 0.7 이하로 환원하기만 하면 된다.

흔히 국민 투표를 해야만 하는 헌법 위에 국회에서 만드는 법이 있고, 법 위에 행정부가 만드는 시행령이 있고, 시행령 위에 장관이 만드는 시행 규칙이, 시행 규칙 위에 고시가 있다는 말을 한다. 주권자인 일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관피아 적폐 관료제도의 권력 집행은 사실 이게 현실이다. 그래서 사실상 국민 위에서 국민의 고혈을 짜내는 가장 힘센 권력은 담당 관련 행정부서의 고시와 공고 등이다.

햇빛발전, 주택건물-공장-축사 지붕과 도로, 다리, 제방에서부터

대통령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은 바뀌었다. 그러나 장관 아래 고위 실세 공무원들과 정부 산하기관은 여전히 적폐 세력이 완강하게 똬리를 틀고 복지부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적폐 청산 과제는 많고 개혁은 더디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진정으로 분산형, 분권형 에너지 민주주의 체제, 재생에너지 100% 체제로의 전환을 활짝 열어 젖히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런 디테일이다.

2030년까지 햇빛발전소 39.8GW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햇빛발전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쓸모없는 임야와 논밭을 활용해야 한다는 강변도 들린다.
한마디로 국민을 우롱하는 웃기는 얘기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기존 부지를 이용해서 햇빛발전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는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도 주택건물 지붕 면적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구조안전확인서 같은 세월호 적폐를 걷어내고 지붕에 대한 가중치의 지역별 편차를 도입하면, 서울시와 노원구가 선구적으로 추진하는 '햇빛 서울'과 '햇빛 노원'은 순식간에 가능해진다.

더구나 전국의 공장 지붕과 축사 지붕, 도로와 다리, 주차장과 제방에 햇빛발전소를 건설하면, 질 좋은 미래 대안 일자리인 햇빛발전 청년 일자리가 수만 개 이상 새로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는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지 않은 까닭이 무엇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봤는지 묻고 싶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란 똑똑하고 머리좋은 극소수 청년 엘리트 일자리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기존 비정규직 청년 일자리마저 없애 버리는 청년 일자리 파괴 혁명이다. 여기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정부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결국 관피아들과 재벌-언론-전문가 카르텔의 주머니만 두둑하게 채울 뿐이다.

전 세계 산업의 패러다임은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약 이후 재생에너지와 특히 전기차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때문에 미래의 대안 청년 일자리는 재생에너지와 농업을 기본으로 한 지역 순환경제, 지역 사회적 경제에 있음을, 적어도 이같은 의견과 주장이 타당한지 검증이라도 해보라고 문 정부에 권하고 싶다.

다음에는 공장 지붕에 지역 산업단지별 협동조합 햇빛발전소,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순환경제 마중물로서의 햇빛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는 산업단지공단의 협동조합 햇빛발전소 사례를 들어 보겠다. 문재인 정부 '3020 정책'이 재생에너지와 청년 일자리를 중심으로 성공할 수 있는 최초의 시범 사업이 이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연재는 필자의 개인 주장과 의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반론과 이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반론은 프레시안 제보란을 통해 제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필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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