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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독재를 깨부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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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독재를 깨부수는 방법

[햇빛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①

적폐 제도와 정책 위에 새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20일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안'을 발표했다. 일주일 전인 12월 14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 안이 국회에 보고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탈핵-탈화석연료 에너지 전환과 재생에너지 정책이 비로소 그 윤곽을 드러낸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밝힌 바대로 기존의 수급 안정과 경제성 위주의 기본 방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환경성'과 '안정성' 추구의 가치를 재생에너지 확대로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역주민과 일반 국민 참여 유도라는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꼭짓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

사실 1887년 조선 최초의 석탄화력 발전소가 경복궁에 세워지고 '건달불'이라고 불리던 전등불이 경복궁의 밤을 밝힌 이래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까지는 수력발전의 시대였다. 경제성에서 화력발전소는 수력발전에 견주어 비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6.25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에너지 체제는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핵-화석연료 체제로 굳어졌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포함해서 역대 모든 정부가 그렇게 경제성 위주의 핵-화석연료 에너지 체제를 고수해 왔다.

그런데 21세기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이라는 대재앙이 눈앞의 현실로 닥치고 있는 지금,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환경과 안정성도 중요한 가치라고 전면에 내세우며 에너지 주권자 참여를 중심으로 에너지 체제를 바꾸고자 하는 최초의 정부가 등장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100% 재생에너지 체제 전환의 거대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20%, 즉 핵발전소 48기에 해당하는 48.7GW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기 위해서는 엄청난 변화가 요구된다. 거의 혁명에 가까운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규 햇빛발전소 건설 계획만 해도 30.8GW, 무려 핵발전소 30개 용량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은 동시에 과거의 적폐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일제 식민지 통치 구조를 그대로 온존시킨 채 친일파를 중심으로 새로운 독립국가를 만들겠다는 미군정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청와대 앞 경복궁에 20개의 동네 우물을 파려고 하는데, 우물 파는 관정(管井) 드릴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이명박근혜' 정권과 똑같이 군대를 동원해 폭탄으로 경복궁 자체를 다 폭파시켜 버리려고 하는 꼴이다. 아니 더 심하게 말하면 탱크를 동원한 폭격도 모자라 심지어는 공군의 폭격기까지 동원해 청와대까지 박살 내려고 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한전의 에너지 독재 체제를 그대로 두고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

우선 무엇보다도 가장 문제가 되는 첫 번째는 '이명박근혜'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에너지 독재 체제를 그대로 두고 에너지 민주주의 체제인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그 발상 자체다.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라는 적폐 독재 군대를 동원해 대규모 토목공사 하듯이 햇빛발전소와 바람발전소를 짓겠다는 구상은 에너지 전환, 에너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대형 독성화학물질 유출 공장을 사과밭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하고는 공장 울타리에만 죽 사과나무를 심어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바꾸는 식이다.

지역 주민과 국민 참여를 주체로 내세우고는 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양의 탈일 뿐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국 주체는 한전과 발전자회사, 거대 기업들이 주체다. 하다못해 '3020 계획'을 수립하면서 그저 형식뿐인 절차로라도 지역 주민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조차 없었다. 똑똑하고 잘난 이른바 전문가들과 중앙정부 관료들이 숫자들을 나열하면서 만든 탁상 위의 계획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 결과는 참담한 국토 유린과 대규모 환경 파괴, 농지 파괴, 심지어는 제2의 4대강 사업으로도 귀결될 수 있는 무지막지한 대형 토건 사업의 부흥이다.

아니 실제로 지금 현재 온 국토의 대형 살해 참극이 태양광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핵과 화석연료 발전소는 대규모일수록 경제성이 높다. 그래서 핵-화력발전소는 점점 더 대형화로 치달아 지금은 보통 핵발전소는 1GW, 심지어 화력발전소조차 1GW 짜리를 짓는다. 물론 계산 불가능한 핵폐기물 처리 비용을 뺀 경제성이고, 계산 불가능한 기후변화-미세먼지 대책 비용을 뺀 경제성이다.

핵-화석연료 발전소는 핵과 화석연료를 불태워 물을 데운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핵-화석연료 발전소가 모두 바닷가에 있는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전기를 소비하는 대도시까지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거대한 대규모 송전탑을 논밭과 산 위에 세워야 한다. 밀양의 비극은 이 같은 에너지 독재체제에서는 필연의 산물이다. 국가건 민간 기업이건 에너지의 중앙 집중과 독재 체제가 바로 이같은 핵-화석연료 체제다.

이와 달리 햇빛발전과 바람발전 등 자연에너지 발전소는 무언가를 불태워 시꺼먼 연기와 미세먼지를 마구 내뿜으며 물을 데워 전기를 만들지 않는다.

그냥 가정집과 건물, 축사, 창고 등의 지붕 위에 햇빛발전소를 올려놓거나 바람 잘 부는 골짜기 입구에 바람발전기를 세우기만 하면 된다. 전기 생산 자체가 간단하다. 동네 앞 시냇물 여기저기에 소수력 발전소를 세워 동네에서 전기를 사용하면 된다.

집중이 아니라 분산이 재생에너지의 핵심이다.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마을마다 햇빛발전, 바람발전, 소수력 발전, 바이오 발전 등을 이용해 에너지 자립과 자치가 가능하다. 핵과 화석연료와 달리 해, 바람, 물은 청구서도 보내지 않는다.

주민 모두가 전력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필수이다. 주민 참여가 없으면 에너지 절약, 에너지 효율화의 실천도 사실은 거의 불가능하다. 에너지 소비자가 동시에 에너지 생산자가 되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실현, 이것이 재생에너지의 기본이다.

해변가나 해상에 메가와트 단위의 대형 바람발전도 들어설 수 있다. 큰 공장의 지붕과 농수산물 시장과 같은 대형 건물의 지붕에도 메가와트 단위의 햇빛발전소가 들어설 수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기본적으로 설치 자체가 소형 위주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민주주의가 핵심이다

재생에너지 100% 체제는 이제 먼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가족, 내 새끼와 손자·손녀의 생존의 문제다. 지금처럼 시꺼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매일매일 마구 쏟아내 내 가족에게 퍼마시게 하는 자살의 에너지 체제는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

그런 에너지 전환의 첫 번째는 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 이전에 혁명 수준에 가까운 에너지 절약의 실천이다. 절약이 제1의 생산이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 소비 증가 추세로는 100%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은 거의 불가능하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경제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햇빛발전과 바람발전 등 재생에너지 사업이 경제성이 있고, 그래서 투자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즉 아무리 재생에너지 사업이 돈벌이가 되고 햇빛발전소와 바람발전소가 급증한다고 해서 그것만 가지고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이 가능해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주권자인 인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신기후 체제와 에너지 전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그저 돈벌이 사업에 그치고 만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딱 그런 시각과 정책을 유지해 왔다. 한전과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재생에너지 정책은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지방분권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지역 에너지 분권 체제로 주권자의 에너지 기본권을 확립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목표를 정면에서 거꾸로 뒤집는 정책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드는 정부 정책과 제도가 전혀 아니다. 에너지 절약 체제로의 이행도 불가능하다. 에너지 전환도 요원해진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지렛대였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없앤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다. 노무현 정부건 '이명박근혜' 정부건 청와대의 5년 내지 1~2년짜리 단기 임시직 권력 엘리트들 가운데,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주요 제도인 발전차액지원 제도(FIT)와 공급 의무화 제도(RPS)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에너지는 여전히 독재 체제다

발전차액지원 제도건 공급의무화 제도건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은 선악과 시비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각자 장단점이 있는 제도일 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다. 한국의 강고한 에너지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어떤 제도와 정책도 에너지 전환과는 거리가 먼 제도와 정책으로 변질된다. 다시 말해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주권자인 인민에 의한 에너지 체제 민주화, 에너지 분권화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민영화와 민주화는 다른 개념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적폐 중의 적폐인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민주화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의 '3020 재생에너지 정책'은 엉뚱하게도 대규모 국토 환경 파괴로 귀결될 위험이 다분하다.

'3020 정책' 어디에도 에너지 민주주의의 시각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구색 차원으로만 지역주민과 국민 참여 확대, 협동조합 등등의 용어를 몇 가지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뼈대는 철저하게 한전과 대형 발전사 위주로 계획이 짜져 있다. 재생에너지라는 외눈박이 시각으로만 보급 확대 정책을 수립하다 보니, 곧바로 가시화될 식량 전쟁에 대비한 식량 주권과 농지 보존 대책은 고려 대상에 들어가 있지도 않다.

문재인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주권의 확대와 지방 분권 개헌을 이야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하는 시민의 에너지 주권 탈환과 에너지 분권화 또한 핵심 과제이다. 한전이라는 시대 착오의 막강한 국가 독점 기업, 구체제의 적폐 비리가 집약 집중된 국가 공기업은 마땅히 재생에너지의 분산형 에너지 체제에 걸맞게 지역 에너지 주권자에 의해 통제되고 관리될 수 있도록 분산되어야 한다. 그것이 촛불의 시대정신이다.

환경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고려한다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재생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겠다면서 한반도의 허파인 산지와 임야를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다가올 식량 전쟁의 최후 보루인 논밭을 없애는 재생에너지 정책은 무엇을 재생하겠다는 말인지 정말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왜 한전과 발전자회사 중심의 '3020 정책'이 온 대한민국 국토를 파괴하고 에너지 독재 체제의 강화로 귀결되는지 하나하나 따져보겠다.

(이 연재는 필자의 개인 주장과 의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반론과 이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반론은 프레시안 제보란을 통해 제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필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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