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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유승민·홍준표로 본 한국정치 현주소

[이충렬의 정권+교체] 문재인 정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말과 메시지가 정치의 가장 유력한 무기가 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엄혹한 군사독재에서 고문과 살인, 정보사찰, 세무조사 등이 정치를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6월항쟁과 촛불혁명으로 민주정부가 탄생한 지금 세상은 달라졌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의 혜택을 지금 가장 많이 누리는 세력은 군사독재에 뿌리를 둔 극우세력이다. 그들은 자유(사실은 정치적 방종)를 만끽하고 있다. 오늘의 정치권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시국을 들여다보자.

1. 홍준표 대표

그는 원내의석 117석을 거느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대표다. 그는 현 정치권에서 막말의 화신이다. 막말은 언어의 폭력을 의미한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부터 지금까지 정치가 어느 정도 막갈 수 있는 지를 보여왔다. 이념의 차이를 떠나 정치의 품격을 한없이 떨어뜨린 사람이다.

제1야당의 대표인 그가 한국정치를 해석하는 프레임은 '주사파가 청와대를 장악했고, 문재인 정부는 좌파국가주의로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너무 진지하다. 그런데 코믹한 것은 이러한 '좌파정부'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 70%내외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홍준표 대표를 정치적 무뇌아라 보아야할까? 그렇지 않다. 그의 말과 행동 속에는 나름 전략적 심모원려가 숨어있다. 그는 촛불은 한번 지나가는 바람이고 촛불이 꺼지고 나면 과거의 영광이 되살아 날 것으로 본다.

그가 믿는 것은 영남지역주의이고, 빨갱이 사냥으로 재미보아왔던 종북몰이의 힘이다. 그리고 그는 이 나라를 지난 60여년간 지배해왔던 지배동맹의 힘을 단단히 믿고 있다. 박정희체제라 불릴 수 있는 이 지배동맹은 정치권을 포함하여 한국사회의 주류로 군림해왔다.

그가 보기에 지금 비록 촛불의 힘에 눌려 지배동맹이 일시 위축되기는 하였으나, 민주정부가 조금만 휘청거린다면 그 틈을 타서 들불처럼 되살아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것을 믿고 있기 때문에 그는 극우핵심지지기반을 집결시키기위해 오늘도 말폭탄을 난사하고 있다. 그는 군사독재와 극우파시즘이 지배했던 대한민국의 불행한 과거를 상징하는 사람이다.

2. 유승민 대표

탄핵으로 끝장난 박근혜정권이 권력의 절정에 있을 때 그는 극우정당 내에서 최초로 보수세력의 위기를 직감한 사람이다. 극우의 탈태환골을 고민한 그가 들고나온 것이 '공화주의의 복원'이었다. 공화주의를 압살했던 군사쿠데타의 원조 새누리당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공화주의의 화두를 꺼낸 것은 아이러니지만 대단한 파격이었다.

박정희의 계승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예상대로 격노했다. 그녀는 유승민을 정치적으로 죽이기 위해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우를 마다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모욕했던 유승민을 죽이려했던 박근혜의 시도는 결국 박정희체제의 종말을 불러왔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의 20년 집권시대를 예상하는 정치평론이 넘쳤다. 개헌선을 넘는 200석 이상의 대승을 거두고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야당의 대승이었고, 새누리당의 참패였다. 그리고 촛불혁명이 점화되었다.

유승민은 따뜻한 보수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개혁보수를 자처했다. 재벌개혁을 포함한 과감한 사회개혁적 어젠다로 진보세력을 놀라게 했다. 그는 민주세력이 안보에 취약하다고 판단하여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프레임을 주창하기도 했다. 유승민은 과연 새로운 보수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최근 그의 보수적 안보행각이 개혁보수로서의 그의 아이덴티티에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그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색깔론을 제기하는 홍준표 대표의 주장에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한반도기 사용반대나 평창올림픽이라는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가 자유한국당과의 경쟁에서 TK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듯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유승민은 대대손손 TK와 대구에서 뿌리를 내린 가문의 후손이다. 그 자신 대구를 벗어나서 정치를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최근 대구에서 그의 인기는 그리 좋지않다.

따라서 그는 보수적통 경쟁에서 TK를 의식하여 냉전보수에 기울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은 소탐대실일 수가 있다. 새로운 시대를 열 때에는 격렬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수도권과 중원을 바라보며, TK의 신세대를 겨냥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현재의 포지셔닝으로는 냉전보수의 막내로 전락할 위험성이 많다고 본다.

3. 야인 양정철

해외를 떠돌고 있는 야인 양정철은 문재인 정부를 이해하는 키워드를 많이 제공해주는 사람이다. 그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에 합류했고, 이후 정권을 뺐긴 후 어려운 시절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며, 결국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일등참모로 평가된다. 그의 역정으로 보아, 지난 15년간 민주정부의 역사와 핵심을 꿰뚫는 인사로 볼 수 있다.

87년 이후 민주세력은 오랫동안 소수파, 비주류로 존재했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출현이후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 비록 촛불혁명으로 문재인정부가 출범했음에도 우리가 주류라고 주장하기에는 이르다.

정권을 출범시킨 일등공신임에도 그가 해외를 떠돌게 된 것에는 바로 이 소수파와 비주류의 한이 스며있다. 피해자 임에도 가해자 앞에서 더 조심스럽게 처신해야하는 비극이 우리에게는 체화되어 있다. 노무현정부 이후 범민주진영이 겪은 참혹한 시련 속에서 우리는 민주정부가 성공하기 위해 우리 내부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3철(이호철, 전해철, 양정철)이었다. 필자도 그런 주장을 한 사람이었다. (☞관련기사: 문재인에게 '김대중의 동교동'이 있는가?)

최근 양정철은 '그들과 우리가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아름다운 복수'라는 문대통령의 말을 전하며, 자신은 민주정부의 성공을 위해 5년간 백수로 지내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옛날 무모할 정도로 저돌적으로 기득권 세력과 대결을 불사하던 그는 이제 완전히 '노화순청'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된 듯하다. 이제 3철은 더 이상 타의로 희생양이 될 필요가 없는 듯하다. 3철이 민주정부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로 역할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4.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후보는 야권의 전통적인 어젠다를 다 뺏어갔다. 경제민주화를 상징하던 김종인씨를 영입하고, 복지어젠다를 내세웠다. 전통적인 보수표에다가 중도표까지 흔들어대는 바람에 야권은 곤욕을 치뤘다.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대표는 최근 안보관이 냉전보수에 근접하고 있다. 사실 현재 정치권에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하는 집단은 청와대라고 보아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70%내외의 지지는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집권초기 북한이 핵미사일을 연거푸 쏘아대자, 진보진영의 대다수 논객들은 문재인 정부에게 '트럼프와 각을 세우고 중국과 협력하여 북한과 독자적인 대화노선'을 택하라고 권했다. 만약에 그렇게 했다면 오늘날 70%지지는 고사하고, 국내정치는 극우와 (구)지배동맹의 연합공격으로 국정운영이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했을 것이다. 한미동맹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민주정부가 뺏어옴으로서 극우세력은 결집의 구심점을 잃어버린 것이다.

문재인 민주정부는 노무현정부 때처럼 나이브하지 않다. 성숙하고 지혜로워졌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정치적인 관리능력은 매우 발전했지만, 정책의 성공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구시대를 떠받쳤던 관료와 재벌 시스템은 여전히 막강하다. 최근에 보인 비트코인 대책이나 부동산대책, 일자리와 혁신성장 부문에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2년차에 접어든 지금 다시금 허리띠를 조이고 새로운 출발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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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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