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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산업은 왜 특정 기업의 소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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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산업은 왜 특정 기업의 소유일까?

[생협평론] 협동조합,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헨리 한스만(Henry Hansmann)의 <기업 소유권의 진화>(박주희 옮김, 북돋움 펴냄)가 이 분야 전문가에 의해 번역 출간된 것은 협동조합의 소유권 이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기쁘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 두꺼워서 도전하지 못하고 대신 이 책의 요약본이라 할 만한 논문 'Ownership of the Firm'(Journal of Law, Economics, & Organization, Vol.4, No.2, Fall 1988)이 있어서, 그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제 보다 상세하게 설명된 책이 우리말로 쉽게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니 반가웠다.

<기업 소유권의 진화>는 '특정한 산업, 특정한 국가 경제에서는 왜 특정한 기업 소유 형태가 주류가 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소유권의 특징과 기능에 대해 좀 더 넓은 관점으로 이 질문을 바라보도록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현재 가장 일반적인 투자자소유기업 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협동조합, 비영리기업 등 다른 대안적 소유 형태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의사결정에 관련된 문제가 기업의 소유 형태와 내부 구조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 소유권의 진화>(헨리 한스만 지음, 박주희 옮김, 북돋움 펴냄). ⓒ북돋움.
소유권 이론을 분석하는 틀로 먼저 저자는 소유권을 '통제권'과 '잉여수취권'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았다. 소유권의 구조 측면에서 계약의 총합으로서 기업을 바라보면서 기업의 이용자인 자본공급자, 노동자, 원료공급자 및 소비자 등이 있다고 언급하며 다음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첫째, 왜 기업의 소유권을 그 기업과 거래하는 이용자들이 가지는가? 둘째, 특정 이용자 집단이 기업의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결정적 요인은 무엇인가? 우리들이 보통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묻지 않던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저자는 기업을 계약의 총합으로 보면서, 기업과 이용자의 관계는 '시장계약관계' 혹은 '소유관계'라고 설파한다. 앞의 관계일 때 이용자는 기업과 단지 계약관계만을 가지며 소유자는 아니다. 뒤의 관계일 때는 이용자가 곧 소유자인 경우이다. 그런데 이용자에 따라서 시장계약관계나 소유관계일 때 발생하는 거래비용이나 거버넌스 비용 및 기타 비용들이 다르므로, 우리는 자기가 속하거나 만들려는 조직에서 어떤 이용자이며 기업과 어떤 관계를 맺으려 하는지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조직 형태가 결국에는 주류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즉, 비용이 최저가 되는 관계를 가진 조직형태를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시장계약 비용, 소유 비용의 다양한 종류들이 친절한 설명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독자들이 찬찬히 읽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속한 조직 혹은 협동조합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또 책의 내용이 역자의 후기에 잘 요약되어 있어서 공부하기에도 편리하다. 게다가 이런 요소들이 기업의 소유권 형태에 따라 어떻게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지, 투자자소유기업을 시작으로 노동자소유기업, 농업 등 생산자소유기업과 다양한 소비자소유기업, 그리고 비영리기업과 상호회사 등을 서로 비교해봄으로써 깊이 있는 관찰할 수 있다.

특히 협동조합 연구자나 실천가들이 빠지기 쉬운 협동조합에 대한 규범적 당위론에서 벗어나서 좀 더 객관적이고 경험적인 관점으로 협동조합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면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기업 통제에 참여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당위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이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또 그런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나머지 이용자 집단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시각은 저자가 모든 기업 형태에 대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매력이다.

이 책이 다른 기업 이론 관련 연구서들에 비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집단의사결정 비용에 대한 것이다. 기업의 소유자들이 이해관계에 차이가 있을 때, 의사결정을 내리는 보편적인 방식은 이용량에 비례하거나 1인 1표의 원칙에 따라 투표하는 것인데, 소유자들의 이해관계가 다를 때 그런 의사결정은 비용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이 비용에 대해 다양한 조직 유형별로 설명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협동조합에서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과정의 이슈는 아주 중요한 것이므로 집단의사결정 비용에 대한 치밀한 설명은 특히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미국학자의 책이고 처음 나온 지 20년 이상 되었기 때문에 한국의 독자들이 읽을 때 이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나오는 사례들이 주로 미국의 예라서 낯설거나 어색하기도 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시장이나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시장의 변동 등이 투자자소유기업을 분석할 때 반영되지 못했다.

그리고 저자가 서론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이 책은 신제도경제학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고, 법학자로서 경제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예를 들면 저자는 주식회사도 특별한 형태의 협동조합으로서, 자본거래를 하는 이용자들의 협동조합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이런 표현은 기업과 이용자 간의 관계라는 이론적 틀을 가지고 기업을 바라보는 데는 맞겠지만, 국제협동조합연맹의 정의와 7원칙을 기준으로 협동조합을 바라보는 협동조합인들에게는 당황스럽게 들릴 수도 있다. 물론 저자의 의도는 이용자를 중심으로 바라본다는 뜻이겠으나, 그런 표현은 협동조합에서 구성원의 민주주의적 통제 원칙을 전혀 다르게 보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1인 1표가 아닌 1주 1표의 주주 민주주의도 민주주의 범주에 넣는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기업과 이용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소유권 문제를 보고 있고, 이용자 간의 관계 혹은 조합원 간의 관계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어서 협동조합이 사람들의 결사체라는 관점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저자가 법학적이고 제도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소유권 이론을 전개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협동조합을 하는 분들의 생각을 좀 더 조직적이고 객관적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책을 읽고 나서 저자의 생각을 보다 직접적으로 파악하고 싶으신 분들은 서두에 소개한 논문 'Ownership of the Firm'이 38쪽밖에 되지 않으니, 요약과 복습 삼아서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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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생협평론>은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가 펴내는, 협동조합을 다루는 본격적인 전문잡지로서 협동경제·나눔·평화에 대한 의견들이 교환되는 공간입니다. 정보지이자 실천적 교육서로서 협동조합 활동가뿐 아니라 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 협동조합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경제·문화적 이슈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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