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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정 보호" 주장하면서 입양숙려제 연장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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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정 보호" 주장하면서 입양숙려제 연장은 "반대"?

입양기관들 "입양특례법 개정 반대" 청와대 청원...헤이그협약 가입 발목?

그동안 민간기관인 입양기관에 전적으로 맡겨 놓았던 입양 절차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하는 입양특례법 전면 개정안을 입양기관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입양기관들은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남인순 의원의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 제안은 전면 재고(再考)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청원 발의자는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성가정입양원, 한국사회봉사회, 홀트아동복지회다.

입양기관들은 청원 글에서 "지난 60여 년간 아동복지실천으로 입양을 담당해 온 입양기관으로서는 입양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는 환영하는 바"라면서 "아동학대 문제 해결에서 시작된 입양특례법 전면 개정 제안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 밖에 없기에 심히 우려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남인순 의원실에서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입양특례법 전면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로 2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입양특례법 개정안으로 아동이 가정 내 보호가 아닌 시설 보호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개정안의 방향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이나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재 입양 신청부터 사후관리와 서비스까지, 입양 허가를 제외한 모든 과정을 입양기관이 전담하고 있는 절차를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에서 관리, 책임지게 될 경우 입양이 줄어들 것이고, 이는 곧 아동의 시설보호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전제로 한 얘기다.

하지만 입양 절차를 중앙 당국(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이 책임지라는 것은 헤이그국제입양협약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다. 한국이 25년째 헤이그협약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현행법과 개정안의 입양 절차와 담당기관 변화도

원가정 보호해야 한다면서 입양숙려제는 반대하는 입양기관

둘째, 이들은 "원가정 지원체계가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며 "아동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양육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혼 한부모에 대한 촘촘한 사회적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가정 지원 체계 마련 없이 입양 절차를 국가가 관리, 책임질 경우 '아동 유기'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익숙한 '베이비박스 논란'의 재탕이다.

'원가정 보호'를 이유로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입양기관들은 정작 '원가정 보호'의 한 방편으로 입양숙려기간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개정안은 헤이그국제입양협약의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 실현을 위해 현행 7일인 입양 숙려 기간(입양을 원하는 부모가 입양 여부를 재고할 수 있는 기간)을 30일로 늘리고 이 기간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필리핀은 입양 숙려 기간이 3개월, 체코는 6주에 이른다.

이런 입양 숙려 기간의 연장에 대해 김대열 홀트아동복지회 회장은 16일 열린 토론회 토론문에서 "우리나라와 실정이 전혀 다른 나라의 예를 들어 입양숙려제의 연장을 제안하는 것보다는, 무엇보다 아동의 생명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기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할 과제"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헤이그협약 가입 추진'...입양기관이 발목 잡나?

이번 입양특례법 전면 개정안은 2016년 대구와 포천에서 일어난 입양 아동 학대.사망 사건 이후 허술한 입양 법제를 고쳐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다. 또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낸 '아동 송출국'임에도 헤이그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과 압력도 이번 개정안 마련의 배경이다. 2017년 10월 헤이그협약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문재인 정부도 별도의 정부안을 마련하지 않고 여당 의원인 남인순 의원실에서 준비 중인 개정안에 보조를 맞춰왔다.

그런데 입양기관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후 정책변화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표된 개정안 내용을 보고 입양기관이 특정 법 조항들이 아닌, 법 개정 자체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배경엔 법 개정이 이대로 추진된다면 입양기관의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홀트 김대열 회장은 토론문에서 "새로운 입양법 제안대로 입양 절차를 진행하려 한다면 입양기관은 아무런 역할이 없다"며 당혹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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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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