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검사 200여 명에게 20년 간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정용재(구속수감) 씨는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이른바 검사 '스폰'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검사들의 실명도 가나다순으로 수록했다.
정 씨의 주장에 따르면 '스폰서 실태'는 충격적이다. 정 씨는 "유독 섹스와 술을 좋아했던 모 검사는 술자리에서 성관계 '놀이'를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일행들이 지켜 보는 술자리에서 돈을 걸고 성관계를 맺는 놀이를 했다는 것이다. 일부를 제외한 다수 검사들이 성접대를 거부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정 씨는 부산의 한 모델에이전시에 소속된 모델들을 불러 원정 접대를 하러 가는 길에 경찰 순찰대가 '아가씨'들이 탄 차량을 호위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협조해준 해당 경찰이 이후 고위직에 올랐다고도 주장했다.
▲ MBC <PD수첩> 화면 캡쳐 |
정 씨는 한 달에 두 번씩 지청장에게는 100만원, 평검사는 30만원, 사무과장 30만원, 계장 10만원의 촌지를 지속적으로 상납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했다. 정 씨는 또 "지청을 떠나는 검사들에게 전별금으로 30만~50만원을 건네다가 1986년부터는 순금 마고자 단추를 선물로 줬다"며 "3돈짜리 순금 단추 두 개 한 세트를 선물로 줬는데 검사들도 신기하니까 아주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현재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복역 중인 정씨가 구술하고, '스폰서 검사' 사건을 취재해온 시사인 정희상 기자,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가 썼다.
정 씨는 이 책에서 "검찰에 보험을 든다는 생각도 했고, 검사들이 으레 '스폰'을 요구하니 안 할 수도 없었다"고 자신이 '검사 스폰서'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정 씨는 부산 경남 지역에서 건설업에 종사한 중견 기업인이었다. 현재 복역 중인 정 씨는 "부산구치소에 있을 때 한 검사가 이 책 초고를 입수하려 내 방에 들이닥쳤지만 간발의 차이로 우편으로 내보낸 뒤여서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책에 담긴 내용 중 일부는 MBC <PD수첩> 보도로 알려졌었다. 당시 <PD수첩>이 공개했던 정 씨의 증언 중에는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의 사례도 들어 있었다. 이 보도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국회가 여야 합의로 특검법을 처리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 정 씨는 "박 전 지검장 부탁으로 중국술 20병을 들고 입국했다"며 당시 박 전 지검장의 연락을 받고 정 씨를 무사 통과 시켜준 세관 직원의 실명까지 밝히기도 했다.
박 전 지검장을 포함해 특검이 기소한 4명의 검사는 1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아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검찰 측은 정 씨의 '스폰서 검사' 실명 공개 및 '스폰 실태' 공개와 관련해 "진상규명위와 특검을 거쳐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미 평가가 끝났고 그 과정에서 정씨의 진술이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사들의 실명이 공개된만큼 무더기 소송까지 갈 수 있어, '스폰서 검사' 파문은 또 한차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