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7일 긴급기자간담회를 통해 "과학벨트 충청 유치 반대 세력에 맞서겠다"며 타 당과 합당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야권연대 논의가 한창일 때 이회창 대표가 제안했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화답했던 '보수대통합론'이 무산될 가능성에 주목된다. 이 대표는 "당과 생각을 함께하고 미래를 함께 논의하며 행동할 수 있는 정당, 정파세력이 있다면 합당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권이 이런 식으로 불신의 정치에 빠진다면 어떻게 국민이 다음에 보수 정권의 출현을 희망하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상황이 된다면 정치에 대한 모든 희망과 기대를 접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한 후 "필요하다면 대표직도 내놓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여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과학벨트 분산 배치론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와 우리 후손의 앞날을 짓밟겠다는 매우 무모하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공약을 해 놓고 그것을 뒤엎기 위해 대가를 주는, 다른 공약을 한 지역에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쪼개주는 식의 불신의 정치는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설을 앞둔 지난 2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과학벨트 충청 유치 공약을 뒤집으면서 과학벨트 이슈는 '충청 홀대론'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수도권 민심 눈치를 보면서 세종시 공약을 뒤집었던 것은 '수도권 VS 충청권'의 구도였지만, 이번 이슈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맞물려 '반MB 구도'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즉 TK와 PK를 비롯해 충청권까지 아우른 '반MB벨트'가 형성되고, 또 강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과학벨트 분산 배치론도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상실감이 큰 영·호남 민심 달래기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이날 다른 정치세력과 '합당'을 언급하며 "정체성(보수)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청권의 모든 정파와 정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한 부분 역시 눈여겨볼만 하다.
자유선진당에서 탈당한 후 국민중심연합을 창당했던 심대평 대표도 이날 성명을 내고 "과학벨트가 (분산 배치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면 그것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이회창 대표와 인식을 공유했다. 심 대표는 충청권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정치인이다.
'세종시 정국'에서 충청권에 눈도장을 받았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과학벨트는 (공약을 뒤집을 경우)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다소 원론적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과학벨트 충청 유치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당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한 데 비춰보면, 박 전 대표도 과학벨트 공약 파기 자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회창 대표가 "보수 정체성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학벨트 충청 유치를 찬상하는 세력에는 이들이 모두 포함된다. '야권의 재편'과 함께 '보수의 재편'이 이뤄지게 될지도 주목된다. 총선은 이제 1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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