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광주는 살육의 장이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역사가 된지 수십 년이 흘렀으나 아직 진상은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발포 명령자가 누구냐는 문제부터 헬기 기총 사격, 희생자 교도소 암매장, 민간차량 무차별 사격 등 당시 비극의 전모는 아직 명확한 사실로 확정되지 않았다.
<프레시안> 필자인 소준섭 박사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1980년 말 광주로 내려가 참상의 한가운데에 다시 섰다. 군인에 의한 무차별 살육을 직·간접 경험한 그는 당시 시민의 증언을 모아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정리, 팸플릿 형태로 만들어 이를 학생운동권을 중심으로 배포했다. 이렇게 세상에 알려진 원고지 500매 분량의 소책자가 '광주백서'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기록한 최초의 백서다.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넘어> 모태가 된 글이다.
당시 '광주백서'는 세상에 알려진 이후 극우 세력으로부터 거센 공격의 대상이 됐다. 북한의 지령을 받아 집필된 책이라는 식의 매도가 난무했다. 한편으로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이들에게 이 책의 가치는 그만큼 더 커졌다. '광주백서'가 이후 광주의 진실을 다룬 수많은 책과 연극, 영화 등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통해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1부 '광주백서'는 당시 현장을 일자별로 일목요연하게 소개한 기록물이다. 당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일자별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가 정리되었기에, 자연스럽게 군부의 만행이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확인 가능하다. 5월 18일의 학생 시위에 시민이 어떻게 합세했는지, 이 시위가 단 사흘 만에 전남 일대로 번진 이유는 무엇인지, 계엄군이 이들을 어떻게 무력 진압했는지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제 정부까지 나서 광주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한 뒤늦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 <광주백서>는 그간 광주의 참상을 알리려 노력한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된 계기를 확인 가능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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