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기무사령부(전두환 정권 시절 보안사령부 후신)가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밀자료를 모두 소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무사 '참모장실 보관자료'의 존재와 보관 및 파기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2일 공개한 '5.18 및 계엄관련 자료 추적 조사 결과'라는 문건에 따르면, 2001년 12월 26일부터 2002년 1월 9일까지 13일 동안 조사한 결과 '5공 前史(전사) 편집 자료 외 관련자료 全無(전무)'라고 되어 있다.
각 처·실이 대통령 등에게 보고된 '중보'의 목록은 있지만, 원문은 없다는 내용이다. '중보'는 '중요첩보'의 약자로 대통령에게 직보되는 기무사 최고급 정보를 가리킨다.
특히 5.18 진상규명의 열쇠가 될 문건들은 처음부터 은밀하게 관리됐다. 하지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재판이 한창이던 1996년 해당 자료는 전격적으로 파기됐다. 1996년 11월 임재문 사령관의 지시로 주상식 감찰실장은 "감찰장교를 대동하여 210 부대장의 입회하에 박스 해체 후 트럭에 적재하여 사령부 이동, 사령부 소각장 도착 후 본부대장의 소각장 입구 차단 하에 직접 소각"했다.
'윤석양 이병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 사건'과 관련한 존안문서 역시 '3처장의 지시로 1993년 5.18 관련 자료를 소각장에서 파기했다'고 되어 있다.
사건은 1990년 11월 4일 보안사 소속 윤석양 이병이 육군보안사가 민간인을 사찰했다며 폭로한 일이다. 앞서 보안사는 한국외국어대 출신인 윤 이병을 학생운동 동료의 동태를 파악하는 프락치(정보원)로 이용, 이른바 '혁노맹(혁명적 노동자계급투쟁동맹)' 사건을 발표했다.
문건 마지막 '분석 및 조치의견'에는 "80년 초 시국관련 중요문서는 M/F(마이크로 필름), 광디스크 등에 수록되지 않고 지휘부에서 관리하다 80·90년대 혼란기를 거치면서 전량 파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결과를 요약했다.
5.18 기밀자료의 분류와 관리는 5.18 직후인 1981년부터 1985년까지 5년 간 기무사 참모장을 지냈던 정도영의 주도로 이뤄졌다. 당시 정도영 참모장은 해당 자료를 은밀히 보관하기 위해 기무사에서도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서울 소재 예하 부대(210부대) 지하벙커로 옮겼으며, 제작한 나무상자 8개에 나눠 담고 칸막이까지 쳐 폐쇄 조치했다.
이철희 의원은 "해당 자료들이 은밀히 관리되고 또 파기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 5.18 관련 기밀자료의 조직적 파기가 기무사에만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라며 "현재 국방부 '특조위'나 향후 5.18 진상조사 특별법으로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자료파기 등 진실은폐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 등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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