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에 관한 왜곡 논란을 낳은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자작나무숲 펴냄) 출판·배포 금지를 위한 두 번째 소송이 제기됐다.
앞서 이 책을 펴낸 자작나무숲은 지난 6월 제기된 판매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함에 따라 총 33건의 내용을 검게 칠한 후 지난 10월 재발간을 결정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이 재발간된 회고록 1권의 출판과 배포를 막기 위해 시도됐다. 여전히 사실 왜곡이 책에 많다는 이유다.
7일 5.18기념재단과 전두환 회고록 법률대응팀은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기념재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책의 출판과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이날 광주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소송 측은 이 책에 여전히 허위사실이 40여 곳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소송 측은 이 책이 희생자 암매장을 부인한 내용이 허위라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기간을 전후해 행방불명자로 신고된 사람이 약 300여 명이고, 심사 결과 '5.18 관련 행방불명자'로 공식 인정된 이는 81명이다. 이 중 6구의 신원은 유전자 감식으로 밝혀져, 현재 남은 행불자는 75명이다.
이 75명 중 무명열사 5구는 무연고자 묘역에 묻혀 있다. 따라서 나머지 최종 행불자는 70명이다. 이들은 아직 어디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5.18 직후 옛 광주교도소장 관사 앞 야산 등에서 신원 미상의 시신 11구가 암매장된 채로 발견된 바 있다. 아울러 5.18 당시 보안대 자료와 계엄군 지휘관 및 사병의 진술 등에 따르면 옛 광주교도소에서 억류당한 시민 28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 일대에서는 현재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를 근거로 소송 측은 "'5.18 당시 계엄군이 광주시민을 학살해 여기저기 암매장했다는 주장은 유언비어'라는 책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명백한 허위사실 기재"라고 지적했다.
계엄군이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총격해 살상한 사실을 두고 '불순분자들이 광주교도소를 습격했다'고 적시한 책 내용 역시 허위 기재라고 소송 측은 주장했다.
소송 측은 지난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조사보고서를 근거로 들었다. 이 보고서는 "계엄군들은 외곽봉쇄지역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했고, 외곽지역에서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계엄군의 발포로 인해 가족과 함께 광주교도소 앞을 통과하던 차량, 아이들과 함께 광주를 떠나던 사람, 계엄군 주둔지역의 마을 주민 등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3공수여단이 철수해 봉쇄작전을 수행했던 광주교도소 부근에서도 민간인 살상이 발생했다. 당시 3공수여단이 경계했던 광주교도소 부근은 광주-담양을 오가는 길목에 위치했다. 광주교도소는 민간인 학살이 빈번하게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불순분자들의 선동에 따른 폭도들의 습격을 격퇴한 것으로 설명됐다"고 적시한 바 있다.
아울러 전남경찰청이 지난 10월 펴낸 5.18보고서 내용 역시 책의 내용과 정반대라고 소송 측은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서 전남경찰청은 "교도소 공격이 없었다는 당시 교도소장 등 관계자의 증언과 담양경찰서의 피해 경미, 담양거주 비무장 일반시민의 총격피해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시민군의 광주교도소 지속 공격은 오인, 과장되었거나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5.18 당시 계엄군의 대표적 집단발포 사례 중 하나인 5월 21일 13시경 전남도청 앞 무차별 발포의 경우, 책이 무기피탈시각을 조작해 시민 살상을 계엄군의 정당방위로 왜곡했다고 소송 측은 전했다.
전두환 측 주장과 달리 "계엄군이 무고한 비무장 민간인에게 집단발포하고 무차별적인 살상행위를 하는 상황에서 광주시민들이 불가피하게 자구책으로 방어적 차원에서 무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이미 지난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시민이 먼저 무장하고 계엄군을 공격하여 계엄군의 자위권 발동이 불가피하였던 것이 아니라" 계엄군의 과잉진압에 분노한 시민을 향해 "계엄군이 발포함으로써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그 후 일부 시민의 무장저항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법적 판단이 끝난 사실까지 회고록이 왜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소송 측은 아울러 "전남경찰청 5·18보고서와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진상조사보고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내용에 비춰봐도 회고록의 내용은 허위"라고 강조했다.
소송 측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의 문제는 결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고, 상식과 정의의 문제"라며 "채무자들(전두환 및 회고록 발행 측)이 이 사건 도서를 통하여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는 문명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품격을 훼손하고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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