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돌려줄 수도 쓸 수도 없는 '10억엔', 갈등 불씨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돌려줄 수도 쓸 수도 없는 '10억엔', 갈등 불씨

위안부 피해자 반발, 외교적 현실 속에 모호한 절충안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 엔은 전액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이 기금의 향후 처리방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한일 위안부 합의 대처 방향을 밝히며 언급한 '10억 엔' 처리 방침에 정부의 고민이 응축돼 있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한 10억 엔을 일본에 반환하는 대신, 우리 정부의 예산으로 10억 엔을 별도로 조성한 뒤 향후 일본과 처리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10억 엔(108억 원) 가운데 약 40%가 피해자들에게 지급돼 60억 원 정도가 남아있는 상태다. 정부는 이 돈은 화해·치유재단에 그대로 묶어둔 채 10억 엔 전액을 예비비 등 정부 예산으로 별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10억 엔을 일본에 돌려주라"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와 국민적 정서를 감안해 내부적으로는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하고 일본 정부에 이를 반환하자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본 정부가 합의 번복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돈을 반환할 현실적인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10억 엔 반환을 선언할 경우 합의 파기 선언과 다름 없어 한일 관계의 파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외교적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10억 엔의 성격을 '일본 출연금'에서 '정부 충당금'으로 바꿔 피해자들의 정서적 거부감을 낮추고, 외교적 후폭풍이 예상되는 국가간 합의 전면 파기도 피해가기 위한 절충안을 선택한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재단의 향방이나 10억 엔 후속 처리 방안은 시민단체나 관련단체, 국민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같은 방안을 사전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도 전달했다.

하지만 10억 엔의 구체적 처리 방안을 내놓지 못해 논란의 소지는 여전히 남았다.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와 그에 따른 배상이라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의 기본틀도 헝클어지게 됐다.

우리 정부의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해 일본 정부도 크게 반발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실행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시 항의한다"고 했다.

고노 외상은 "한일 합의는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라며 "정권이 변했다고 해서 (합의를) 실현하지 않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10억 엔을 한국 정부의 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강경화 장관의 발표에 대해선 "항의할 것"이라며 "진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반발했다.

일본 언론들도 '10억 엔 해법'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기존 10억 엔에 대한 처분은 일본이 관여한 해결책이라는 인상을 옅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10억 엔을 반환할 경우 일본이 이를 사실상의 파기로 해석할 수 있어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10억 엔에 대한 한국 측의 설명이 애매해 제대로 평가할 수가 없다"고 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위안부 합의에 대해 "1mm도 움직일 생각은 없으며 이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