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은 미시적인 문제다. 김해을 후보 단일화를 위해 여론조사(50%)와 함께 치르기로 한 국민참여경선(50%)에 참여할 사람들을 어떻게 추출하는지 합의되지 않는 것. 이런 가운데 중재에 나선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0일 "중재안을 만들면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다시 알려달라"고 각 정당에 요청했지만 국민참여당이 이를 끝내 거부했다.
시민단체 4곳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표본추출방식'이라는 문제가 국민적 여망인 야권연합을 파기할 정도의 쟁점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들과 함께 깊은 실망과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국민참여당을 향해 "국민의 입장에서 용서할 수 없다"고 맹비난하면서 4.27 재보선 김해을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유시민 대표를 향한 비판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표본추출방식'이 왜 문제인가?
협상이 표류하게 된 김해을 경선방식의 큰 틀은 이미 정해져 있다. 국민참여당이 요구한 여론조사와 민주당이 요구한 국민참여경선을 각각 50%씩 반영하기로 합의되기까지도 진통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수용한 데 반해 참여당이 "소수당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을 끌었다.
지난달 25일 참여당이 "큰 틀에서 수용"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이로 인해 야권연대 협상은 사실상 타결되는 듯 보였다. 야4당과 시민사회도 같은달 27일 세부적인 경선 방식을 놓고 협상을 재개했다.
그런데 다시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을 '무작위로 선출하자'고 주장하고, 참여당은 '인구에 비례해 선출하자'고 맞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참여당은 '무작위 추출은 다수당에 유리한 방식'이라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인구 비례 선출은 사실상 여론조사 100%와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다.
두 당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시민단체 4곳은 3월 30일 "중재안을 낼테니 그 내용에 관계없이 수용할 수 있는지 야4당은 답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1일 수용의사를 밝혔지만 참여당은 공식 거부했다.
이백만 참여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선거인단 구성에서 지역, 성, 세대별 인구를 고려하는 것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이런 내용이 포함됐는지를 알 수 없는 시민단체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시민 "이인영, 제1야당 프레임에 갇혀" vs 이인영 "유시민, 욕망의 프레임에 갇혀"
이런 사정 탓에 양 측의 비방도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분위기다. 민주당 협상대표인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시민 대표가 나보고 '제1야당의 프레임에 갇혔다'고 했는데 유 대표도 대권주자로서의 프레임, 반드시 자당이 출마해야 한다는 욕망의 프레임에 갇힌 것 아닌지 되돌아 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김해을 경선규칙이 민주당에 유리한 룰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유시민 대표의) 주장은 거짓말로 (유 대표는) 진실을 호도하지 말라"며 "민주당은 시종일관 균형된 룰을 주장하고 있고 국민참여당이 자기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고자 집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협상을 교착상태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해 국민참여당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혁파의 기수라는 이인영 최고위원에게 굉장히 실망했다"며 노골적인 감정을 토로했다. 유시민 대표는 "이 최고위원이 진지하고 매우 좋은 사람이긴 하나, 제1야당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야권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야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기본 도리를 못하는 것"이라면서도 "(시민단체 중재안은) 기본적으로 참여당에 불리한 경선 룰인데 세부 경선규칙에서도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가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 4.27 재보선 김해을 선거에서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유시민 대표.ⓒ연합뉴스 |
시민단체 "이런 사소한 문제로…포괄적 연대 협상은 더이상 없다"
협상에 참여한 시민단체 4곳도 허탈함과 동시에 분노한 표정이다. 희망과대안, 한국진보연대, 민주통합시민행동, 시민주권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참여당을 특정해 "야권연합을 기대한 많은 국민들은 참여당의 이와 같은 쟁점을 이유로 전체연합을 거부한 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포괄적 '4.27 재보선 야권연합' 협상 실패의 책임이 국민참여당에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2월 22일 시작된 '포괄적 연대 협상'의 형식은 이제 더이상 없다고 봐도 된다"며 협상 결렬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이 지나면 물리적으로 경선을 치를 수 없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며 "참여당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한다면 극적 타결도 가능하겠지만 우리 예측 범위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참여당이 이날 거부한 '백지 중재안'에 대해 이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도덕적 우월성을 가지고 심판을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야4당이 이를 모두 수용하면 각 정당들의 입장이 보다 유연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내놓았던 것"이라며 "그것이 협상을 성사시키는 거의 마지막 길이라고 판단했고 그런 입장을 각 정당들에도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의 비판은 참여당에 집중됐다. "이처럼 사소한 문제로 연합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은 통탄할 노릇", "대의가 아니라 소리를 탐하는 것은 시민 4단위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용서할 수 없다"는 등의 격한 표현이 쏟아져나왔다.
중앙 차원의 협상 결렬로 국민참여경선이 불가능해진만큼, 마지막 남은 가능성은 여론조사만을 통한 지역별 후보 단일화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되면 국민참여당의 협상 초기 요구가 100% 충족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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