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야당과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는 여당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야당에선 '방송장악 종결자', '언론자유 살처분', '언론말살, 방송말살'이라는 날선 비난까지 빗발쳤다.
"이제라도 사퇴하고 MB 멘토 하시라" vs "경청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항간에는 현 정부의 권력 서열 1위는 이상득 의원, 2위는 이명박 대통령, 3위는 최시중 후보자라는 말이 있다"며 "그래서 현 정부가 묻지마 임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정장선 의원은 "방통위는 한국은행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최시중 후보자가 위원장을 맡은 이래 방통위가 청와대의 하부기관이 됐다"며 "이제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나이가 아니냐, 그 동안 악역을 충분히 했으니 좀 더 멋진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천정배 의원은 최 후보자가 지난 2008년 청문회에서 아들에 대한 증여세 탈루 의혹을 부인하다가 증거가 드러나자 세금을 납부한 대목을 두고 "청문회 위증이 명백하게 입증됐고, 이것만으로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의원은 "5공 이후 처음으로 해고 8명을 포함해 240여 명의 언론인 징계가 이뤄졌고, 국경없는 기자회는 우리의 언론자유 지수가 과거 30위에서 무려 69위로 낮아졌다고 발표했다"며 "최시중 후보자는 방송장악 종결자"라고 맹비난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지난 3년 간의 행적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그렇게 가까운 측근은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며 "최 후보자 자신의 말처럼 이 정권을 돕기 위한 '전천후 요격기 긴급투입'아니었느냐"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그런 역할을 3년 했으면 이제는 뒤에서 정부를 돕는 역할을 하는게 어떤가, 그 어려운 일을 또 하지 말고 이 대통령의 멘토가 되는 게 어떤가"라고 거듭 사퇴를 촉구했다.
▲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
"튼튼한 아들 원하지, 군대도 못가는 자식 바라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의 이어진 비난에 최 후보자는 "경청했습니다"라는 원론적 답변으로 피해 갔다.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제기된 각종 도덕성 논란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하도 답답해 말을 이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종편심사가 부실했고 특정 언론사를 밀어주기 위한 심사라는 게 드러나면 사퇴하겠느냐"는 민주당 장병완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불공정하거나 편파적으로 한 일이 있다면 제 책임"이라고 답했다.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심사가 불공정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사퇴할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다.
아들에 대한 증여세 탈루 의혹, 청문회 위증 논란에 대해선 "탈세 의사는 전혀 없었고 당시엔 기억이 안났던 것을 바로잡은 것"이라면서 "부자지간에 거래한 것을 영수증 처리를 하거나 법률적 잣대로 기억하고 메모하느냐"라고 답했다.
또 아들이 고의적으로 체중을 불려 군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최 후보자는 "고등학교 때부터 100kg이 넘었다"며 "튼튼한 건강을 갖고 군대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나오는 자식을 원하지, 군대도 못가는 자식을 바라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답변에 대해서도 민주당 최종원 의원은 "나라도 아들이 어려우면 돕겠다"며 "왜 떳떳하게 도왔다고 말하지 못하냐, 권력이 그렇게도 좋은가"라고 재반박했다.
한나라에선 "경이적인 업적", "경륜의 최시중" 극찬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방어논리를 폈다.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은 "후보자는 대학을 졸업하자마나 언론에 투신해 30년 가까이 언론계에 있었고, 한국 갤럽 대표로 있으면서 우리나라 여론조사의 틀을 잡는 데 기여가 큰 인물이다"하며 "후보자에게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라고 두둔했다.
김 의원은 "야당들은 청문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후보자를 반드시 낙마시킨다는 극단적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병석 의원은 "최시중 후보자가 지난 3년 동안 경이적인 업적을 낸 것이 사실"이라고 극찬했고, 조진형 의원은 "경륜을 갖고 있는 최시중 후보자가 방송통신 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송곳 질문'이 예정된 발언시간을 넘겨서까지 계속되지 "5분씩 배정된 발언시간을 지켜라"며 "근거없는 이야기, 루머성 이야기를 퍼트리는 질문을 하지 말라, 위원장이 철저하게 제지해 달라"고 촉구하는 등 이날 청문회는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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