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시작부터 눈물을 보였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자신을 '방송장악 위원장'이라고 규정하며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데 대한 심경을 토로한 것. 최 위원장은 이달 초 열린 방통위 월례조회에서도 "지난 3년 간 일에 흠뻑 젖어 고달픔도 잊었다,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눈물을 보인 바 있다.
"내가 언론자유 억압한 당사자라고?"
최시중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지난 3년 간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며 "방통위라는 조직도 처음 만들어졌고, 방통위가 했던 많은 일들이 새로운 규범을 세우는 것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후보자는 "한국의 방송통신 산업을 세계 초일류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거웠다"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제 일생에 가장 의미있는 헌신이었기에 그 무거움이 오히려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 대목부터 최 후보자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최 후보자는 "(차기 방통위원장) 내정 통보를 받은 뒤 일부 언론에서 제가 언론자유를 억압한 당사자라고 비난하는 보도를 보고 비통한 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하며 끝내 울먹였다. 때때로 말을 잊지 못하고 호흡을 가다듬는 모습도 보였다.
최 후보자는 "저는 1964년 동양통신 기자로 출발해서 동아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을 지나면서 30년 간 역사의 현장을 지킨 언론인"이라며 "독재정권에 항거해 고문도 당했고, 투옥되기도 했다"고 했다.
최 후보자는 "언론인으로서의 기사도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다해 온 저에게 그같은 비난은 참기 힘든 모욕과 다름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후보자는 "하지난 저는 이런 비판에 겸손하게 귀를 기울이겠다"며 "정치권과 상업방송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 달라는 충고의 격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언론장악 논란'에 대해선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그는 "방송과 통신을 통칭하는 개념인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의 혈관이자 사회의 심장"이라며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도미노처럼 번지는 자스민 혁명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스마트폰과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가 오랜 기간 억압받던 시민들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어떤 권력자도, 어떤 제도적 만리장성을 쌓아도 언론을 억압하거나 정보를 독점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증인 채택 등을 이유로 연기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여당이 묵살하면서 증인 한명 없이 강행하게 됐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문방위원 대책회의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증인 한 사람 없이 인사청문회를 할 수 있냐"며 "이명박 정권 독재의 오늘을 국회가 스스로 입증하는 불행한 날"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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