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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자랑 엄기영이 한나라당? 도민 '자존심'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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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원도 자랑 엄기영이 한나라당? 도민 '자존심' 건드렸다"

[고성국의 정치in]<59>민주당 최문순 강원도지사 예비후보

강원도의 힘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4.27 재보선의 사실상의 승부처로 부상한 강원도. 그러나 중앙 정치와는 너무 먼 강원도. 지난 주 강릉 동해 삼척과 원주를 둘러보고 내처 춘천까지 갔다 왔다. 춘천에서 최문순 후보와 마주 앉은 때가 3월 8일 오전9시 30분이었다.

"민심이 어떻나?"
"정확하게 여론조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박탈감' 같은 게 많이 있다. 강원도가 50년 한나라당 텃밭이다. 그 동안 굉장히 의존적이었다. 여러 현안들을 강자에 의존해 풀려고 해 왔다. 그런데 이광재 지사 때 와서, 더 이상 '정치적으로 기대면 안되겠다'는 정치적 자각, 정치적 깨어남이 있었다. 그래서 야당 출신 도지사를 뽑은 것 아닌가. 이것을 또 중간에 뺏기니 자존심에 손상을 많이 입었다."
"강릉, 삼척 분들은 이렇게 말하더라. '엄기영이나 최문순이나 다 영서 사람 아니냐. 우리는 잘 모르겠다'고 하던데?"
"그런 정서가 좀 있다. 그동안 영동 지방에서, 특히 (강원도 동해 출신) 김진선 지사가 3선을 했는데, 이번에는 영서 사람들끼리 싸움이 붙으니 재미가 덜하다고 보시는 것 같다. 그러나 경선 거치면서 불이 붙을 것이다. 정책 대결을 통해 이슈가 만들어지면 불이 붙을 것이다."
"강릉에 연고가 있나."
"제가 강릉 최씨다. 춘천에서 초중고, 대학교를 나왔지만 집안은 거기에 있다."
"영동 분들은 '최문순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엄기영이 왜 한나라당에 갔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게 맞을 거다. 그런 정서가 여기(춘천)에도 있다. 엄기영 후보의 한나라당 행이 설명이 잘 안 되는 것이다."

▲ 민주당 최문순 강원도지사 예비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이 지역 분들은 그 부분에 대해 뭐라고 하나?"
"그 역시 자존심 상하는 부분인 것 같다. 강원도 출신은 장관도 별로 없고, 차관도 없다. 늘 그랬다. 그 와중에 방송사 사장을, 저와 엄 전 사장이 연속으로 했던 게 자랑거리였다. 플래카드도 붙었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강원도 인구가 적어서 그럴까?"
"강원도 인구가 150만 명이다. 인구는 얼마 안되지만 정치적 의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정치적인 피해의식도 많고, MBC 사장 같은 것을 강원도 사람이 하는 것을 굉장히 귀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런 분(엄기영)이 MBC 사장에서 중도 사퇴를 한 것이다. 그러고 나와서 한나라당으로 가니까...한 때 (강원도 사람의) 자부심이었던 분에 대한 실망감과 정서적 혼란이 많이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김진선 전 지사, 한승수 전 총리 등 동원 가능한 강원도 출신들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그 분들은 옛날 방식의 정치, 한나라당 같은 큰 정치세력에 기대서 문제를 풀려고 하는 세력이고, 우리는 신진세력이다. 강원도가 깨어나서 주체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그런 의식의 깨어남이 중요하다. 구세력과 신진세력의 충돌이다. 이제는 신진세력도 만만치 않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평창올림픽유치특위 고문을 맡았다. 고문 자격으로 최소한 한두 번은 강원도에 오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나오는데, 민심에 영향을 줄까?"
"박근혜 전 대표 뿐 아니라 한나라당은 전력을 다할 것이다. 강원도를 또 내줄 수 없다는 결의가 대단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 저쪽이나 지사 하나 뽑는 선거가 아니다. 지금은 내부 경선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조용하지만, 본선이 시작되면 양 쪽 다 총 동원돼 엄청난 충돌이 있을 것이다."
"강원도 중에서도 원주권은 민주적 질서가 가장 강한 곳이라고 했다. 원주는 민주화의 성지였다. 반면 춘천은 접경지역이기도 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특징이 있다. 강릉권은 오랜 양반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서 보수 색깔이 강하다. 춘천, 강릉에서 보수적인 정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춘천과 강릉이 보수적인건 맞다. 그러나 한 번도 야당 정치인을 배출해낸 적이 없는 춘천, 강릉에서도 지난번 이광재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이겼다. 지금은 그 때보다 조금 더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지난번 선거를 한 분들이 이번 선거 때도 여전히 계시니까."
"어떻게 좋아졌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나?"
"느낌과 분위기다. 예를 들어 관공서에 인사를 하러 가보면 그렇다. 원래 관공서가 반응이 별로 없는 곳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강원도민, '지난번에 바꿨더니 확실히 다르구나' 생각"

▲ "민주당이 들어가니까 같이 구르고 같이 자고 같이 먹고, 선거 때만 그런 게 아니라 평소에도 그런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저 사람들이, 민주 세력이 우리를 진짜 모시는 세력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신 것이다. '지난번에 바꿨더니 확실히 다르구나' 하고 느끼시는 것이다."ⓒ프레시안(최형락)
"최근 여론 조사에서 엄기영이 최문순을 7% 정도 앞섰다. 좀 의외였다.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사람과 인지도가 굉장히 낮은 후보간 대결인데도 생각보다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 때문이다. 다녀보면 어떻나?"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신다. 자존심의 손상이 있었던 것 같다. 몇 년 동안 강원도민의 정치의식이 굉장히 상승되지 않았나. 지난 번 지방선거 때도 도의원 시의원에 야당이 많이 진출했는데 확실히 다른 것을 느끼시는 것 같다. 한나라당은 지배하고 군림하는 체제였다. 그야말로 '모시는' 존재였는데, 민주당이 들어가니까 같이 구르고 같이 자고 같이 먹고, 선거 때만 그런 게 아니라 평소에도 그런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저 사람들이, 민주 세력이 우리를 진짜 모시는 세력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신 것이다. '지난번에 바꿨더니 확실히 다르구나' 하고 느끼시는 것이다."

"'이광재 효과'가 큰가 보다."
"굉장히 큰 것 같다. 민주당이 도의회 시의회에도 많이 진출했고. 지금 18개 기초 자치단체 중에 4개 지자체장에 진출해 있다. 민주당 자치단체장이 당선된 곳이 원주, 정선, 평창, 횡성이다. 4곳은 무소속이고."

"엄기영 사장 지키려 해고당한 후배들에게 뭐라 할 건가"

"강원도 지역에서도 엄기영 후보는 대통령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다고 하던데, 실제로 그렇나?"
"사실 인지도로만 보면 대통령보다도 높을 것이다.(웃음) 우리나라에서 TV에 그렇게 많이 나온 분은 없을 것이다. 저는 언론에 나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MBC 사장을 할 때도 기자간담회를 딱 한번 했다. 경영에 전념해야지 사장이 언론에 신경 쓰면 안 된다는 얘기를 누가 하더라. 그러다보니 인지도도 낮다."
"재보선 특성이 선거 레이스가 짧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인지도 차이까지 나면 이것을 극복하는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할 계획인가?"
"생각보다는 분위기가 좋다. 지역 언론이 매일 다루니까. 강원도가 이렇게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게 아마 처음인 것 같다. 강원도민들이 한편으로는 즐거워하고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 같다. 중앙에 유력 정치인들도 많이 내려오고, 매일 TV에서 다루고 또 (후보끼리) 치고 받고 그러니까."
"강원도가 이렇게 주목받는 것은 나도 처음 보는 것 같다."
"그 전에는 무조건 한나라당이었으니까..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역 언론이 아침 저녁으로 매일 다루고 있어서 인지도가 비교적 빨리 올라가고 있다."
"그런가? 그런 상황은 이미 인지도가 정점에 있는 엄기영 후보에게는 도움이 안될 것 같다."
"그렇다."

"2009년 상황을 엄기영 전 사장은 '정부와 본인 사이에 언론 자유에 관한 이견이 있었지만 쫓겨 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더라. 당시 상황을 잘 알 것 같은데, 실제 사정이 어땠나?"
"본인이 제일 잘 알텐데, 공영방송 사장이 임기를 중도에 중단한 것은 쿠데타 아니면 없었다. 그럴 일이 없으니까. 중도에 그만 둘 이유가 없는데, 그 전부터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압박을 가하고 그것 때문에 노조, 언론 단체가 '엄기영 지키기'를 굉장히 치열하게 했다. 저도 싸웠다. 그런데 지금 와서 자발적으로 물러났다고 하는 것은 좀.. 만약 자발적으로 물러났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 "엄 후보가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날 춘천 MBC의 한 기자가 '후배들에게 하실 말씀 없냐'는 취지로 질문을 했다고 한다. 후배들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쯤 듣고 싶었지 않았을까?"ⓒ프레시안(최형락)
"왜 그런가?"
"특별한 사유 없이 그만 뒀다는 것인데, 공영 방송을 책임지는 사장이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무책임한 행동이다."
"당시 한나라당 초선의원 40여 명이 엄 사장에게 '사퇴하라'고 성명을 냈었다."
"제 기억에도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렇게 노골적으로 엄 사장에게 압력을 넣었다. 우리는 그 엄 사장을 지키기 위해 '절대 (사퇴는) 안 된다'고 했었다."
"'엄기영 구하기'에 동참했다고 하는데, 뭘 어떤 방식으로 했나?"
"국회에서 엄기영 사장에 대한 압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치 색깔이 분명한 저 같은 사람한테는 우파 정권이 들어섰으니 그만두라고 할 수 있었겠는데, 엄 사장은 (정치적 색깔이) 분명하지도 않은 사람인데, 너무 과도하게 압박을 하는 게 부당하다고 했다. 프로그램 폐지 압박도 있었는데, 사실 프로그램 존폐같은 것은 방송사의 자율권에 속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방문진도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을 폐지하라고 하지는 못했다. 그것이 오랜 시절 투쟁해 얻은 방송 독립의 핵심 요소들 아니었나."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후에 MBC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이 허탈해 한다는 얘기도 들리더라. 최 후보에게도 후배들일텐데, 들은 얘기 없나?"
"엄 후보가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날 춘천 MBC의 한 기자가 '후배들에게 하실 말씀 없냐'는 취지로 질문을 했다고 한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쯤 듣고 싶었지 않았을까? 엄 전 사장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뭘 어쩌겠나. 다만 엄기영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것들이 있다. 엄 전 사장은 MBC를 나온 것으로 끝났지만, 그 후로도 두 명의 MBC 구성원이 해고됐고, 여러 명이 사법처리됐고, 삭발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MBC 지키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엄 전 사장이 사퇴했다고) 종료된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이므로 후배들은 정서적인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미안하다'는 한 마디 쯤은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자기 감정이 정리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엄 후보가 그 질문에 답변을 했나?"
"답변을 안했다고 들었다."


"이제 '한나라당 리더십'으로는 안된다. '창의적 리더십'이어야 한다"

"선거를 치르려면 강원도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텐데.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나?"
"강원도가 우리나라 축소판이다. 남북으로 갈라져 있고, 동서로 갈라져 있고, 좌우로 갈라져 있다. 규모는 작지만 이리저리 갈라져 있는데 여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렇게 인구 수도 얼마 안되는데 분열에 의한 분산까지 있어서 정치의 힘이 현저히 약하다. 이것을 결집시켜서 하나의 강원도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강원도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구제역 문제, 동해안 자유경제구역 문제 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했고, 중앙 정부에서 내려주는 식으로만 진행이 돼 왔다. 이제는 정치적인 리더십, 창의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강원도가 개발 욕구가 강한가?"
"개발 욕구가 강하다. 그러나 도로 같은 인프라는 많이 깔려 있다. 강릉에는 고속도로를 놓았더니 오히려 인구가 줄었다. 방송 채널이 많아진다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게 아니지 않나. 채널 안에 좋은 콘텐츠가 있어야 보듯이 사람들이 강릉이든 속초든 찾아오게 하려면 콘텐츠 개발을 잘 해야 한다. 인프라는 늘고 있는데 인구는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과는 획기적으로 다른 사고 체계를 갖고 대처해야만 한다."

▲ "강릉에는 고속도로를 놓았더니 오히려 인구가 줄었다. 방송 채널이 많아진다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게 아니지 않나. 채널 안에 좋은 콘텐츠가 있어야 보듯이 사람들이 강릉이든 속초든 찾아오게 하려면 콘텐츠 개발을 잘 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평창 올림픽 유치 문제는 어떻나? 지역별로 견해가 다른가?"
"다소 편차는 있지만 큰 틀은 강원도에서 유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동계올림픽 유치도 그렇지만 앞으로 강원도를 발전시키는데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의 관계도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거의 한나라당이다. 민주당은 최종원, 박우순 의원 둘 뿐이다. 도지사가 된다면 이런 문제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국회에서도 보면, 평창동계올림픽, DMZ 접경지역 특별법, 동해안자유경제지구 같은 현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더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당 도지사라고 해서 반대하거나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지역 정책의 특징이 그렇다. 큰 문제 안 된다."
"내년 총선에서 다 바꾸면 된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웃음)"
"그렇진 않다.(웃음) 물론 내년 총선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 그리고 많이 진출할 것 같다. 어차피 큰 싸움이 될 곳은 수도권 제외하고는 강원도밖에 없다. 호남, 영남은 거의 결정돼 있다. 충청도 쪽도 이제는 좀 다르다. 그래서 강원도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선 전초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강원도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엄청 싫어한다.(웃음) 큰 싸움에 막 끌려들어가는 느낌이니까.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그런 면이 있다."
"강원도에도 구제역 피해가 심각한 것 같다."
"구제역 피해가 크다. 철원의 경우 90%를 매몰 처분했다. 너무 급히 매몰을 하다 보니 졸속으로 된 부분도 많이 있다. 눈 녹고 날씨가 풀리면 침출수가 나오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지역이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가 어떻게 돼 있는지 현황파악도 잘 안 돼 있다."
"정부 여당은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한다. 한나라당 정운천 최고위원은 '침출수로 퇴비를 만들 수 있다'고 하면서 시연을 하고 그 자리에서 침출수 퇴비를 들고 냄새를 맡으며 '구수하다'고 하더라."
"그 분을 한번 (매몰지) 옆에 가둬놓든지 해야지.(웃음) 현장에 가보면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없다. 수천마리 씩 구덩이를 파고 비닐을 밑에 깔고 묻었는데 산채로 묻다보니 비닐이 찢어진 경우가 생기고, 비닐 밑으로 침출수가 흘러갈 우려가 많다. 강원도 마을들 중에는 지하수를 식수로 먹는 곳이 많은데 지하수 오염 우려도 있다. 냄새가 아주 심하다. 바로 동네 한가운데에 사체들을 묻었다. 동네 한가운데 막 있다. 지금도 냄새가 나고 그런 상황인데 그것을 퇴비로 쓴다고 하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최문순, 엄기영, 무엇이 다른가?"
"여기는 각 지역마다 현안이 다 다르다. 어제 풍물 시장을 갔는데, 당임리에서 오신 아주머니가 자기네 동네 가로등이 하나 남고 다 망가졌다고 한다. 화천에 구제역 매립 현장을 갔는데, 동네 한가운데에 돼지를 묻어놓은 곳이 있었다. 이렇게 현장마다 다 다르다. 그래서 '멋'을 부려서는 안되고, 실제 현장가서 듣고 발로 뛰면서 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엄 후보가 인지도가 높아서 도시 지역에서는 소구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발로 뛰어다닐 수 있는 사람이다. 도지사가 되더라도 그렇게 해야 하는 곳이 바로 강원도다."

"이광재에 투사한 강원도민의 민주적 열정 살려나갈 것"

▲ "이광재는 강원도민이 처음으로 선택한 야당 도지사였다. 강원 도민들이 처음으로 주체적인 투표를 해봤다. 이런 데 대한 박탈감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원주권역에는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여론이 폭넓게 있다고 하던데 실제로는 어느 정도인가?"
"원주, 강릉, 춘천이 다 그 지역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 특히 원주는 강원도에서 민주주의 질서가 가장 앞서 있는 곳이다. 지학순 주교 이래로 전통이 있다. 민주세력의 본거지가 거기에 있다. 그래서 박탈감도 클 것이다."
"이광재 동정표가 선거 때 최문순 지지로 결집할 것이라고 보나?"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강원도당에 걸어놓은 플래카드에 '이광재와 함께 한 시간은 행복했습니다.'라고 써있더라. 이광재 마케팅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인데."
"이광재 전 지사가 탁월하게 정치를 잘 했다. 이광재는 강원도민이 처음으로 선택한 야당 도지사였다. 강원 도민들이 처음으로 주체적인 투표를 해봤다. 이런 데 대한 박탈감이 있다. 이 전 지사에게 투사한 자신들의 민주적인 열정과 의지, 이것을 계속 살려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강원도민들에게 있는 것이다."
"이 전 지사가 역할을 하고 있나?"
"지금은 당내 경선이 진행되고 있다. 어제도 만나서 술 한잔 했는데 지금은 중립이다. 경선 끝나면 같이 손잡고 '엄청 열심히 하겠다' 하고 다닐 것이다."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여론을 말씀하셨는데 강원도민들은 이광재 전 지사가 재기 가능하다고 보나?"
"이 전 지사의 재기가 이번 선거와 내년 대선 결과에 달려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이번 선거 이기고 내년에도 이기면 사면 복권되서 다시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지면 그것도 힘들고."

"조일현 전 의원이 경선을 하자고 했다."
"3월 20일 경에 후보가 결정된다. 처음 강원도에 올 때는 나오실 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나왔는데 조금 당혹스럽다. 그렇다고 경선을 안하겠다고 하는 것도 어렵다.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경선에 응하되 아주 깨끗하고 아름다운 경선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일현 전 의원이 최 후보를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에 비유했다. 느낌이 어땠나?"
"나도 들었다. 참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한테 그런 정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라는 게 이렇다. (내가 출마를 결심하기) 그 전까지 판이 만들어지지 않고 전부 눈치를 보고 안 나왔다. 그래서 흥행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제가 나오면서 흥행이 되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경선이 진행된 것이다. 저는 그 분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러나 정치라는 게 용기가 필요하고, '이게 정치적으로 득이 되나, 실이 되나' 따지기 전에 자기 가치관과 신념을 실천하기 위한 행위여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적 득실로만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저도 (지역에서) 발언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 후보가 국회의원 직을 던지니까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고 한다.(웃음)"
"(웃음) 최시중 위원장이 제일 좋아했을 것이다. KBS 사장도 좋아했을 것이고 MBC 사장도 좋아했을 것이다. 언론계에서는 가면 안 된다는 후배들이 꽤 있었다. 언론을 지켜야지 어딜 가냐고.."

"목숨 걸고 있다…어떻게든 이기겠다"

최 후보를 만났을 때 최 후보 앞에 아이패드가 놓여 있었다. 최 후보는 부지런한 트위터리안이고, '문순C'로 트위터계의 '스타'이기도 하다. 젊은 감각이 살아있는 것이다.

"아이패드를 놓고 쓰시네. 트위터도 이것으로 하나?"
"출마 선언한 후 트위터를 하나도 못 올렸다. 괜히 (강원지사에 출마하겠다고) 성질냈다가 후회스럽기도 하다. 앞으로 다시는 성질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웃음)"
"춘천이 원래 고향인가?"
"그렇다. 정족2리라고 과거 신남역(지금은 김유정역) 있는 곳이다. 김유정 문학관과 같은 동네다."
"김유정 문학관 있는 마을이 참 좋더라."
"그 산이 금정산이라고, 김유정의 봄봄, 동백꽃의 배경인데 그 산자락에 있는 마을이다."
"좋은 동네더라. 노모가 거기 사시나."
"지금은 시내로 나오셨다. 어머니 집에서 밥 먹고 다닌다."
"최 후보는 어머니 댁에서 집밥을 먹고 다니고 보좌관들은 어떻나?"
"여관에서 (웃음)"
"졸지에 실업자 백수를 만들어놓고 대책없이 끌고 내려와서 여관방에 재우나?"

보좌관에게 '괜찮냐'고 물었더니 보좌관이 "안 괜찮다"고 했다. 사무실이 웃음바다가 됐다.

▲고성국 박사와 최문순 예비후보 ⓒ프레시안(최형락)

"강릉에는 연고가 있나?"
"내가 강릉 최가다."
"그럼 강릉가면 다 통하겠네?"
"거기서는 강릉 최가가 '대장'이다.(웃음)"
"이길 것 같나?"
"이길 수 있다. 이겨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지면 강원도 정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강원도가 우리나라의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제주도, 충청도 모두 다 깨어났는데, 강원도만 이렇게 남아 있다. 이 정치적 자산을 잃으면 안 된다."
"춘천고등학교 선후배들은 '동문 간 대결'을 어떻게 보나?"
"굉장히 곤혹스러워한다. 동창회 가보면... 그런데 위아래로 갈릴 것 같다. 젊은 사람들과 선배 그룹들 사이에서."
"후보토론회도 활발하게 열릴 것 같은데, 강원도에도 대학이 많고, 아주 활동적인 지식인들도 많이 있는 곳 아닌가?"
"이번에 후보로 등록하고 제일 먼저 강원대를 찾았다. 학생들이 투표 참여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프레시안>도 절 여기로 밀어낸 매체죠.(웃음) 저희는 이번 선거를 아주 목숨 걸고 해야 하는 선거로 인식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전선의 첨병처럼 서게 됐는데, 어떻게 해서든 이겨볼 생각이다."
"고생하시라."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막국수라도 한 그릇 대접해야 하는데..."

사무실을 나섰는데 최 후보와 보좌관이 굳이 찻길까지 내려와 손을 흔들어주었다. 푸짐한 시골 인심으로 배를 채워서인지 서울로 오는 길이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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