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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ㆍ이건희ㆍ조용기, '新3권분립'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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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ㆍ이건희ㆍ조용기, '新3권분립' 대한민국

[기자의 눈] MB는 왜 목사와 재벌 총수에게 발목 잡혔나?

자유민주주의·법치국가를 표방하는 대한민국 헌법은 3권 분립을 모토로 하고 있다.

간혹 '다수 여당이 청와대 거수기 노릇을 한다', '청와대가 법원을 물갈이 한다'는 식의 행정부의 월권 논란이 벌어지긴 한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라는 전국민 직접투표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에 위임된 권한 자체가 막강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든, 제도적으로든 혹은 심리적으로든 행정부 우위가 인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선 독특하고도 새로운 '3권 분립'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계-재벌-정부의 3권 분립이다. 조용기 목사, 이건희 회장, 이명박 대통령이 서로 견제하고 분립된 3권의 대표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국가조찬기도회장에서 무릎꿇고 기도하는 이 대통령 내외ⓒ연합뉴스
"하야 운동 벌이겠다"…"낙제는 아니다"

"정부가 이슬람채권법을 계속 추진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 "이슬람 지하자금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대통령과 현 정부와도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라는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 목사의 발언이 나왔을 때 청와대는 침묵을 지켰다. '친이 직계' 혹은 '친위대'로 불리는 여당 의원 중 누구 하나도 공개적으로 조 목사를 질타하지 못했다.

이후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길자연 한기총 회장의 인도 하에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무릎을 꿇었다. 이 역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팽배했지만 청와대의 공식 대응은 "사전에 몰랐다"는 것 뿐이었다.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한나라당 의원(이 분도 목사다)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뭐가 문제냐? 대통령의 무릎은 하나님의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10일 오후,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안한 이익공유제에 대해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가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면서 "경제학 책에서 배우지도 못했고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참고로, 청와대는 이익공유제에 대해 "아직 우리가 말한 단계는 아니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현 정부의 경제성적표에 대해서도 "흡족하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는 점수를 매겼다.

이건희의 '경제학' 훈수에 '경제학자' 정운찬은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본적 의사표현의 자유는 누구나 갖고 있다. '탄핵 운동'이든 '탄핵반대 운동'이든 우리에겐 모두 익숙한 모습이다. 또한 이익공유제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보내는 사람들도 이미 여럿이고 장삼이사들도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저마다 점수를 매기고 있다.

조용기 목사건, 이건희 회장이건 의견은 자유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의 영향력과 파장, 그에 대한 각계의 대응은 장삼이사의 그것과 다르다. 국회의장이나 대법원장 발언보다 훨씬 더 높은 '권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동반성장위원회에 최지성 부회장을 보내놓고 있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모든 신문들이 대서특필했다. "회장님께서 작심하셨다" "재계는 속시원하다는 반응이다"는 등의 해설도 뒤따랐다.

정운찬 위원장은 1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이 공부한 책에서 본 적이 없다고해서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시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며 "색깔론이나 이념 등의 잣대로 매도하지 말고 진지하고 생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기업 경영의 경험이야 한국에서 이건희 회장 따라갈 사람이 몇 없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와세다 대학 상학과 출신 이건희 회장의 '경제학'과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한국의 대표적 '경제학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경제학'은 한 번 겨뤄봄직 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낙제는 아닌' 성적표를 받은 청와대도 "경제수석실을 중심으로 해서 썩 좋은 분위기는 아니라는 분위기만 전해드리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조용기 목사 발언 파문 때와 정확히 똑같다.

왜 이럴까?

'버르장머리'고치는 데 일가견 있던 YS가 차라리 그리워

이 회장의 10일 발언에 대해선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그의 지난 1995년 베이징 발언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에도 재계는 '맞는 말 아니냐'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분위기였지만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격노했고 삼성그룹은 한 동안 몸을 낮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로 대통령인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지만 그 때 기독교계는 조용했다.

일본을 향해서도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말을 서슴치 않았고, 1992년 대선 이후 정주영 회장의 현대그룹을 확실히 '손 본'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결기가 유별나긴 했다. 물론 재벌의 전방위적 권력이 강화된 것을 이 대통령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선 너무 심각하다. 직접 선거로 당선된 최고의 위임권력인 대통령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건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 대통령 조롱 글이 넘쳐난다든가, 한나라당이 야당시절 환생경제라는 연극으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노가리'라고 원색적으로 폄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한나라당과 MB에게 '지분'요구할 자격 충분한 보수 기독교

군부독재 시절에도 대통령을 떠받드는데 급급했던 보수 기독교계가 '하야 운동' 운운 하는 것을 시대의 변화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 김대중 정부,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법안 논란이 벌어졌을 때 보수 기독교계를 정치적 우군으로 삼았다.

뉴라이트 운동에도 보수 기독교계의 공이 컸다. 보수 기독교계 입장에서는 '장로 대통령'의 신앙 고백 외에 이 정권에 대한 '지분'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 셈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고, 여권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

이건희 회장도 큰 소리 칠 자격은 충분하다?

재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삼성 이건희 회장 단 한 사람을 특별 사면했을 때 참여연대는 "사면한 실제 이유는 올림픽 유치가 아니라 삼성그룹이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부탁하기 위함이라고 본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기업이전과 관련하여 삼성그룹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삼성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수정안 철회로 없던 일이 됐지만. '삼성 X파일'로 촉발된 이건희 회장의 8000억 사재 출연을 종잣돈으로 만들어진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에 이 대통령의 측근인 손병두 KBS이사장이 이사장 자리를 꿰찰 때도 청와대 개입설이 있었다. 심지어 삼성장학재단을 준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에 편입시키려한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당시 삼성 관계자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미소금융의 1호점의 문을 연 것도 삼성이다.

청와대가 한참 동반성장을 강조하며 재벌 회장들을 불러들이던 지난 해 한 4대그룹 임원은 "우리 입장에서 못마땅한 것이 있어도, 법과 제도로 묶이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면서 "그런데 지금 청와대는 법, 제도는 그냥 두고 '이거 하니까 얼마 내고, 저거 하니까 얼마 내라'는 식이다. 딱 5공 식이다"고 말했다. 그는 "할 수 없이 따라는 가는데, (정부가) 우습게 보인다"고 말했다.

위임받은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해 법과 제도를 정비할 생각은 없이 급할 때 마다 "재계가 앞장서야 한다"며 재벌 총수들 호주머니나 들여다보니 만만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단 말이다.

조용기 목사가 거침없는 발언을 할 수 있는 것과 이건희 회장이 당당히 정부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 다 같은 이치다. 각자의 권한행사와 견제가, 균형을 이루는 그들만의 3권 분립이라 부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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