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신의 저서 <박종철 열사와 6월 민주화 운동>을 재출간하고 대대적인 출판기념회까지 열었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당시 수사검사로 사건을 배정받은 것은 우연이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건의 은폐의혹과 안 대표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를 자신의 '정치적 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인세를 기증하겠다는 안 대표의 제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기도 했다.
"대단히 불쾌하다, 아니 분노한다"
안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많은 신세대들이 이 사건의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라며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젊은 분들이 깨닫을 수 있도록 이 책을 다시 출간했다"고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는 "안상수 대표가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고문에 의한 것임을 밝혀냈다"(이재오 특임장관), "민주화 세력의 주류가 우리 한나라당에 있다"(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찬사가 쏟아졌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민주화 투쟁의 영웅 안상수를 청와대로 보내자"라고 했다.
하지만 기념사업회는 7일 각 언론사에 배포한 공문을 통해 "우리는 안상수 대표의 이러한 모습을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심지어 분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업회는 지난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채택하고 공개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관계기관대책회의 은폐·조작 의혹> 보고서를 언급하며 "박종철의 죽음이 고문에 의한 사망임을 밝히는데 일조한 것은 당시 공안부장이면서 안상수 검사를 지휘했던 최환 검사"라고 강조했다.
사업회는 또 "안상수 당시 검사는 고문에 가담한 자가 구속된 2명 외에 3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를 상부에 보고한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며 "안 검사는 종교계가 당시 이 사실을 폭로하기 전까지 오히려 관계기관대책회의, 안기부 관계자 등의 요구에 따라 이를 은폐하는데 함께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회는 "안상수 대표는 박종철 열사의 의로운 죽음을 자신의 입신을 위해 이용하는 행위를 이제라도 중단하라"며 "당시 담당검사로서 정의롭게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지 못한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유족과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남의 물건으로 뻔뻔한 장사"…야당들도 맹공
야당들도 안 대표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황희 부대변인은 "공교롭게도 부검이 있던 날 형사부 용산경찰서 담당 당직검사라는 이유로 안 대표에게 사건이 배당된 것"이라며 "시켜서 한 일도 기여가 있다고 할 수는 있으나, 동일한 사건에 대해 부실수사까지 한 마당에 책을 출판하고 사람들 불러모아가며 자화자찬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도 "남의 물건을 갖고 하는 뻔뻔한 장사는 그만 하라"며 "민주주의는 안 대표가 그런 식으로 다뤄도 되는 장물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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