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두 신문의 전언은 한 측면에서는 현실성을 담고 있다. 에리카 김이 2008년 2월 미국 법원으로부터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가택연금 6개월에 보호관찰 3년을 선고 받은 만큼 그곳에서 사업을 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점은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두 신문의 전언이 또 다른 측면, 즉 한국에서의 사업 가능성까지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두 신문의 전언이 아귀를 맞추려면 마저 풀어야 한다. 사법처리다.
에리카 김은 기소중지 된 상태다. 동생 김경준 씨와 공모해 옵셔널벤처스(BBK의 후신격) 자금 319억 원을 횡령하고, 언론을 통해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란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중지 된 상태다. 따라서 풀려야 한다. 에리카 김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자신에게 내려진 기소중지 조치가 풀려야 하고, 나아가 불구속 처분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에리카 김은 사업 활동 여지를 확보하고, 두 신문의 전언은 아귀를 맞춘다.
▲ 에리카 김 ⓒ연합 |
관련해서 '중앙일보'가 전했다. 에리카 김이 귀국 전 대리인을 통해 검찰에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검찰로부터 "동생이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마당에 누나까지 구속할 사안은 아니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어떨까? 이러면 모든 게 풀리는 걸까? 에리카 김의 돌연 귀국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한 방에 풀리는 걸까? 그렇지가 않다.
'중앙일보'의 전언이 제2의 조건을 부각시킨다. 검찰이 '동생 복역'을 명분 삼아 에리카 김에게 불구속 처분을 하려면 그가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자백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에리카 김이 최소한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다'는 정도의 '자백'을 해야 검찰이 정상참작의 여지를 확보한다는 점이다.
공교롭다. 에리카 김이 이렇게 순순히 '자백'하면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 한상률 사건이다.
에리카 김이 귀국하기 하루 전(24일)에 국내에 들어온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씌워진 의혹 가운데 하나가 도곡동 땅이다. 구속 중인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 측이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문서를 발견했는데 이때문에 한상률 전 청장으로부터 퇴직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한상률 전 청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에리카 김의 '자백'은 바로 이 지점에서 긴요하게 쓰인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한상률 수사에 윤활유를 쳐준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은 씨와 처남인 고 김재정 씨가 소유했던 (주)다스가 BBK에 190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 돈의 출처가 생명보험회사에 맡긴 도곡동 땅 매각대금 200억 원의 일부라는 것이었다. 바로 이 같은 의혹이 '도곡동 땅 문서'와 연결되면서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추가 의혹을 파생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깨진다. BBK의 창업 주역인 에리카 김이 '자백'하면 안원구 국장 측의 '문서' 주장을 잠재운다. 에리카 김의 '따끈따끈한' 자백이 한상률 수사의 시름을 덜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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