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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28일 검찰 소환…'정권 실세' 관련 의혹 밝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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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28일 검찰 소환…'정권 실세' 관련 의혹 밝혀질까

갑작스런 귀국 배경에 관심…'천신일 케이스'로 귀결될 수도

'한상률의 입'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연임 로비 의혹 등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지난 24일 미국으로 사실상 도피한지 2년만에 돌연 귀국해 28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혐의점은 크게 인사 청탁, 연임 로비, 직권남용 등 세 가지다. 이른바 '그림 로비'로 불리는 인사 청탁 의혹은 한 전 청장이 자신의 전임인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고 최욱경 화백의 '학동마을'이라는 고가의 그림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임을 위해 현 정권 실세에게 10억 원 가까운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직권 남용 의혹은 한 전 청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세무조사 특별 조사를 직접 지시하고 지휘했나 여부다.

문제는 표면적인 이같은 의혹 뒤에 현 정권 최대 실세인 이상득 의원의 비위 여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검찰 수사,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의혹 등 정권을 뿌리째 흔들만한 이슈들이 잠복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상률, 안원구, 그리고 '정권의 형님' 이상득의 수상한 관계

세 가지 혐의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먼저 의심스러운 부분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의원과 한 전 청장의 관계다. 2008년 12월 25일 한 전 청장은 국세청장 교체설이 나돌 무렵 경주의 한 골프장에서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지역 기업인 8명과 골프를 쳤고, 같은 날 저녁 이명박 대통령의 손위 동서와 저녁을 먹었다. 연임 로비를 위해 이상득 의원 등에게 줄을 대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길 수 있는 지점이다.

▲ 한상률 전 국세청장 ⓒ뉴시스
의심스러운 지점은 한 전 청장에 의해 국세청에서 밀려났다고 하는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진술에서도 나타난다. 안 전 국장의 부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가 '학동마을'을 한 전 청장에게 제공한 장본인이다. 이 외에도 한 전 청장이 로비를 위해 그림 4점을 추가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또 안 전 국장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은 "현 정권 실세에게 10억 원을 전달해야 하는데, 내가 7억 원을 마련할테니 당신(안원구)이 3억 원을 마련해달라. 그러면 국세청 차장을 시켜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권 실세'가 누군지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원구 전 국장은 또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과 동갑으로 대구 출신이다. 안 전 국장은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박영준과는 친구의 친구 사이"라고 전했다.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 씨와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 출신이어서 현 정부와 연줄이 없는 한 전 청장이 TK 인맥이 많은 안원구 전 국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전 청장의 부탁을 받은 안 전 국장은 지난 2008년 초 이상득 의원을 국회 사무실과 포항 사무실에서 두 차례 만났던 적도 있다. 이 때 이 의원과 안 국장을 연결시켜준 것이 이지형 씨였다. 안 전 국장은 당시 이 의원에게 "한상률 전 청장이 전 정권 사람이지만, 좋은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로비를 했다고 한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해보면, 정권 실세인 이상득 의원과 안 전 국장, 그리고 한 전 청장간에는 모종의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전 청장은 안 전 국장의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검찰 수사에서는 이처럼 엇갈리는 진술에 대한 확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간 대질신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盧 서거 촉발한 '박연차 수사'는 한상률의 작품?

한 전 청장은 또 2007년 재계 620위, 연 매출 3000억 원에 불과한 태광실업 사무조사를 국세청 조사4국에서 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산 지역 기업인만큼 부산지방국세청 관할이었으나 교차조사(관할청이 아닌 곳에서 조사를 대신 하는 것)를 통해 '국세청의 중수부'라고 하는 조사4국에 배당했다는 것이다.

안원구 전 국장은 한 전 청장은 태광실업 세무조사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1주일에 두 차례씩 독대 보고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한 전 청장이 조사를 지휘하면서 확보한 여직원 수첩이 바로 '정관계 로비 리스트'가 됐고, '박연차 리스트'의 원본인 '한상률 리스트'의 토대가 됐다는 게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주장이기도 하다. 안 전 국장도 한 전 청장의 부탁 때문에 당시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일부 관여하기도 했다.

이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표적 조사'이고, 이 대통령까지 관여된 '전 정권 손보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간 검찰 수사에 이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주장이기 때문에 '메가톤급 핵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안원구 전 국장이 대선 경선 당시 문제가 됐던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라는 것을 입증할 문건을 발견하자 한 전 청장이 이를 덮었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 전 청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던 안 전 국장이 국세청 감찰반의 조사를 받은 후 비리 혐의로 밀려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당시 안 전 국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2007년 대구청장으로 재직하면서 포스코건설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우연히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으로 기록된 전표를 발견했다"고 말했었다. 이 사건의 열쇠도 결국 한 전 청장이 쥐고 있는 셈이지만 한 전 청장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고장난 '핵폭탄'?…"현 정권이 힘있을 때 엄호받으려 귀국한 것"

문제는 이같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 전 청장의 돌연한 귀국과 관련해 정권과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의 경우와 같은 케이스라는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임기를 2년 남겨둔 시점에 귀국한 것과 관련해, 본격적인 레임적이 시작되기 전 검찰 조사를 받아야 자신의 신변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주장인 셈.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한 전 청장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해임됐던 나주세무서 전 직원 김동일(49)씨는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현 정권이 힘이 있을 때 (자신의 비리를) 엄호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현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려고 들어온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고 그러려면 내년에 들어왔어야 맞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도 "2년간 어떤 결정적 증거도 찾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한 전 청장을 소환한다고 갑자기 수사가 진척되겠느냐"는 기류가 많다고 한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이날 "내일부터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다. 이번에도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계속한다면 이번에야말로 국민이 검찰을 봐줄 수가 없을 것"이라고 공세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한 전 청장 귀국을 계기로 현재 구속수감 중인 안원구 전 국장을 면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률이 입을 열면 정권 실세 OOO는 바로 간다(한나라당 고위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 될지, 혹은 무색해질지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 28일 있을 검찰 조사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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