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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파티는 끝났다…이젠 책임질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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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당, 파티는 끝났다…이젠 책임질 차례"

[고성국의 정치in]<58>노웅래 전 의원

2011년 초, 정치권은 어디 가나 선거 얘기다. 눈앞에 닥친 4.27 재보선도 있지만 정치인들의 눈은 모두 내년 4월 총선과 대선으로 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수도권 정치인들의 총선에 대한 관심은 이미 뜨겁다. 매번 선거가 혼전 박빙으로 치러지는 곳인 데다가 내년 총선은 이 혼전 박빙 양상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리라. 이런 상황이 주는 긴장도는 현역의원이 많은 한나라당 쪽이나 원외위원장들이 많은 민주당 쪽이나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런 중에도 민주당 쪽에서는 '내년에는 해볼만하다'는 낙관주의가 상대적으로 많이 느껴졌다. 지난번에 인터뷰한 노원 갑의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과 이번에 인터뷰 하는 마포갑의 민주당 노웅래 위원장이 토로하는 현장감과 지역 정서의 변화를 통해 2012년 총선 양상을 미리 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2월 7일 오전 마포에서 노웅래 전 의원과 마주 앉았다.

"한나라당 '뉴타운 공약'에 '속았다'더라"

"지역에 다니면 민심이 바뀌었다는 게 느껴지나?"
"전보다는, 6.2선거 이후에는 바뀐 게 많이 느껴진다."
"어떤 점에서 바뀐 게 느껴지나?"
"전에는 우리(열린우리당의) 잘못을 얘기하시는데 지금은, 설 때도 다녀보니까 좀 다르더라. 제 지역구(마포갑)의 3분의 2가 재개발 지역이다. 뉴타운이 됐건, 재건축 재개발을 하는 지역이다. 18대 한나라당 의원들을 '타운돌이(뉴타운 광풍으로 대거 당선된 의원들)'라고 하지 않나. 우리를 '탄돌이(노무현 탄핵 역풍으로 대거 당선된 의원들)'라고 했던 것처럼. 그 때 전통적 지지층이 강한 아현동에서도 1000표, 2000표씩 졌다."

▲ 노웅래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뉴타운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실망감'으로 변했나?"
"아현동이 뉴타운 지역이다.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찍은 이유가 '빨리 개발해준다', '관리 처분 빨리해 준다'는게 먹혀서였다. 그런데 그 후로 주민들이 이주했고, 건물을 다 철거해 버렸는데, 벌써 몇 년 째 공사가 중단돼 있다. 그런데도 추가 이주비용 내라고 하고, '정부가 신용불량자 만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돈도 벌게 해주고 좋은 데 살게 해준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없고 이자만 더 부담해야 하고, 전세값은 올라서 갈 데도 없고. '속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 때 '뉴타운 빨리 하겠다'고 공약하는 게 소용이 없겠는데?"
"지금은 뉴타운이고 재개발이고 재건축이고 될 것은 되고, 안될 것은 안 되는 시점이다. 이 지역에 공사 되는거 하나 빼놓고는 다 중단 돼 있다. '개발 빨리 해주겠다'고 해서 당선된 정당은 책임을 져야 한다."
"뉴타운 공약을 내세우고 당선된 한나라당 의원들은 상황이 다 비슷할 것 같은데."
"마포만 그런 게 아니고 서울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체적으로 송두리째 개발한다고 한 것 아닌가. 개발한다고 하니까 개발에 다 묶여서 증개축이 안 된다. 그런데 막상 개발은 안 되고. 개발한다 하니 집 고칠 일이 없다. 그러니 건재상 안 되고 싱크대 판매 안 된다. 이래서 골목 경제가 싹 죽었다. 우리 무역 규모가 세계 7위라고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보다 훨씬 어렵다고 주민들이 느끼지 않나. 이명박 대통령이 '부자들 세금 깎아주면 낙수 효과 때문에 서민층까지 잘 산다'고 했는데 보라. 실제로 세금은 깎아줬지만, 대기업은 경제가 불확실해 투자 안한다. 복지비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래저래 전체적으로 문제다. 뉴타운이나 4대강이나 똑같다. 4대강도 단계적으로 했어야 했듯 뉴타운도 한 군데 해 보고 잘 되는 것을 봐서 다른 곳에 적용했어야 했다. 그런데 동시다발적으로 다 하니까 전세값까지 올라버렸다. 결국 내수 다 죽고, 골목 상권도 다 죽었다."
"뉴타운 문제와 관련해 주민들의 재산 피해를 해결할 대책은 없나?"
"인가절차는 관에서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 아닌가. 구획 지정, 관리 처분 등은 관의 일이긴 하지만. 지금 저 상태에서는 어떻게 손을 대기 어렵게 돼 있다. 한꺼번에 개발하도록 해 놓은 게 근본적인 문제다. 지금은 될 곳, 안 될 곳을 가려내야 한다. 빨리 금을 쳐서, 통째로 개발되고 있는 것 같은 기대 심리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08년 총선 때 위력을 떨친 '욕망의 정치'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은가?"
"그렇다. 재개발을 해서 큰 돈을 벌 수 없게 돼버렸다. 그런 기대심리를 가질 수 없게 돼 있다. 집을 다 부숴놓고, 다시 들어와서 아파트에 사는, 그런 과정에 자신을 희생할만한 개발 이익이 없는 것을 주민들도 다 안다. 자기들끼리 싸우면서 시간이 길어지고, 그러다보니 지금은 '이거 해봐야...'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원주민 입주율이 15%도 안된다. 이익도 그리 크지 않고."

"집 부수고 '불안한 이사'만…이명박 정부는 '가정파괴범'이다"

▲ "이번에 설 인사차 지역에 다녀보니까. '이명박 정부는 가정파괴범이다. 집 다 때려부숴서 갈 곳도 없고 이자 부담만 하라는데,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 집을 안 부쉈으면 아예 개발 그만하자고 할텐데, 집을 다 때려 부숴서 어디 들어갈 때도 없다'는 말씀들을 하시더라."ⓒ프레시안(최형락)
노 전 의원이 전하는 민심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골목을 누비고 다닌다는 그의 말이 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래도 대통령 지지도 조사 하면 50%가 나온다. 대통령 일 잘 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나?"
"그런 사람은 자주 못 보는데, 연세 드신 분 중에 그런 분들이 더러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뽑아 준 것은 경제에 대한 기대 딱 하나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경제가 속빈 강정처럼 됐다. 국민이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킨 대가가 무엇인가. 이번에 설 인사차 지역에 다녀보니까. '이명박 정부는 가정파괴범이다. 집 다 때려부숴서 갈 곳도 없고 이자 부담만 하라는데,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 집을 안 부쉈으면 아예 개발 그만하자고 할텐데, 집을 다 때려 부숴서 어디 들어갈 때도 없다'는 말씀들을 하시더라. 이런 부분은 한나라당이 분명하게 책임을 져야 하고 국민들도 시시비비를 가려 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 신년 TV 좌담회 보셨을 텐데 느낌이 어땠나?"
"전 보다는 덜한지 모르겠지만, 그 분은 좋게 얘기해서 추진력이고, 그냥 한 길로, 그냥 일방적으로 가는 것 같다. 소통과는 다른 모습이다. 우이독경(牛耳讀經)이 아니고 서이독경(鼠耳讀經)이다. '국민들이 찍어줬으니 5년 보장받은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답답하다."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경쟁을 하면 이길 확률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국민들의 생각은 가슴 속을 들여다봐야 하는데...(웃음) 객관적으로 나타난 것만 본다면 야당에게는 상당히 좋은 구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분열된 현재 야당의 모습이라면 또 다른, 예측하기 어려운 싸움이 되지 않을까?"
"내년 총선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 선거, 회고 선거로 치러질 것으로 보나?"
"연평도 사태 때문에, 일부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보여 온 행태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선거가 될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때 시민들이 느낀 전쟁에 대한 위기의식은 높았나?"
"생각보다는 높지 않았다. 오랫동안 남북이 분열된 상황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보는 것만큼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도 며칠 주가가 빠졌지만 바로 회복되지 않았나."

"의무급식 논란, 정권 안보 차원에서 '밀리지 말자'는 것 같아"

"서울 지역 출마 예비자로서 무상급식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한다고 하는데, 여론이 어떻나?"
"'무상급식'이라고 하면 계층 간의 양분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이게 사실상 의무급식이다. 의무교육 차원에서 급식도 눈치보지 않고 잘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 주자는 것이다. 무상급식 때문에 6.2선거에서 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오세훈씨 뒤에는 청와대의 생각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정권 안보 차원에서 더 이상 밀리지 말라 그런 주문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시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여러 가지 얘기가 있지만 의무 급식은 그래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좀 더 많은 것 같다."
"이 문제가 내년 총선에 주요 이슈가 됐을 때 유리할까 불리할까? 예컨대 한나라당 후보는 무상급식 반대, 민주당 후보는 의무급식 찬성, 이렇게 붙으면?"
"불리하지 않을 것이다, 큰 차이는 나지 않겠지만. 지역을 다녀보면 '있는 사람들에게도 줄 이유가 있느냐'고 하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서울시 예산에서 0.3~0.4%밖에 안되는 예산이고, 서울시가 다 부담하는 것도 아니고 제한적으로 부담을 하면서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서울시가 안 해도 의무급식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의무급식 예산을 보더라도 과도한 게 아니지 않나. 의무급식을 실시하는 게 시기상조라고 보지 않는다."
"오세훈 시장은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하는데, 여론이 어떻나?"
"지역에서는 그렇게 큰 쟁점이 안 된다."
"무상급식도 큰 쟁점이 안된다면 마포갑은 뭐가 큰 문제인가?"
"여기는 개발, 민생, 물가가 주요 이슈다. 무상급식을 다른 이슈랑 비교한다면 그렇게 앞선 이슈가 못된다.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개발이 다 중단돼 주민들이 엄청나게 재산 피해를 보는 부분이다. 이쪽은 녹지도 없다. 녹지 공간, 쉴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다. 개발이 교통정리가 빨리 됐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민노당은 '젊은 이정희'를 대표로 뽑았다. 민주당은?"

"작년 10.3 전당대회에서 이인영 전 의원이 최고위원이 됐다. 원외 최고위원이고, 같은 18대 총선 낙선자다. 이 최고위원 당선이 18대에 낙선했던 사람들이 전열을 다시 정비하고 도전하는 계기가 됐나 어떻나?"
"그렇다. 전당대회가 1인 2표제였다. 우리 지역에서도 당의 미래를 위해 젊은 사람 목소리를 대변할 필요가 있으니 도와주자는 의견이 많았고, 많은 분들이 호응했던 것 같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순수하고, 앞뒤가 분명한 사람이다. 장난 하는 친구가 아니다. 연배로 보면 후배지만 믿을만한 친구다. 학생운동을 했던 친구들 중에서는 가장 순수하고 자기 생각을 확실하게 실천하는 친구다. 잘 됐다. 우리 낙선 그룹에게도 용기를 준 쾌거였다."
"아까 총선은 야당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대선은 어떨까?"
"대선은 여러 가지가 맞물려 있다. 2012년이면 일본, 미국, 중국의 권력에 변화가 있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등 여러 이슈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쪽의 후보가 아직 확실하게 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야권 단일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한나라당 후보의 거품도 빠질 것이다."

▲ "어떤 식의 야권 단일화냐가 문제이긴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얘기다." ⓒ프레시안(최형락)

"한나라당 유력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를 거품이라고 보나?"
"지지도도 높고, 정치적으로 검증된 부분이 있지만, 그분의 개인적인 삶 자체는 검증이 안 된 부분이 많다. 직장 생활을 해본 분도 아니고."
"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얘기가 나오나?"
"그런 얘기는 별로 없다."
"지역민들이 대선에 별로 관심이 없나?"
"아직까지는 그런 것 같다. 한나라당이 유지될 수 있느냐도 사실 잘 모르는 일 아닌가. 사사건건 각을 세우고 했던 박근혜 전 대표를 저쪽에서 공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문제 아닌가. 저들은 (야당에게) '너나 잘하세요'라고 하지만 '저 당은 끝난 당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웃음) 야권이 분열된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민심의 요구가 바닥에 있나?"
"어떤 식의 야권 단일화냐가 문제이긴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얘기다. 총선 대선 때 당을 합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고 야권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묶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 같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유력 주자다. 박근혜를 상정할 때 제일 경쟁력 있는 후보는 야권에서 누구라고 생각하나?"
"경선 방식에 의해서 당원들이 판단해 줘야 할 것이다.(웃음) 손학규 대표가 대표가 됐기 때문에 현재 제일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한번 실패한 정동영 후보도 있지만."
"야권에서는 역시 손학규, 정동영 두 사람이 제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유시민의 경쟁력은 어떻게 보나?"
"확고한 지지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표의 확장성이 없다. 새로운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확실한 지지층은 있는데 중간 그룹을 끌어오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젊고 진취적이고 개혁적인 젊은 세대들이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대선 주자들끼리) 역할 분담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만큼 새로운 얼굴이 나와야 한다. 새로운 얼굴이 나오려면 뭔가를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이정희 대표가 민노당 대표로 나온 것처럼 조금이라도 단초를 만들고 당을 변화시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정희 대표가 관악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관악을에서 내리 5선을 했던 이해찬 전 총리와도 조율이 있었던 것 같은데, 문제는 민주당 김희철 의원이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현역 의원을 양보시키는 것이 어렵겠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임팩트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렇게 해서 민주당이 먼저 대승적으로 야권 연대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저도 지역위원장이다. 자기의 모든 게 걸린 문제 아닌가. 굉장히 예민한 문제여서 (특정 지역의) 남의 문제라고 쉽게 얘기할 수 없다. 여하튼 큰 틀에서 야권연합이라는 대의명분은 일회성으로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 나는 반드시 이기는 야권 연대, 야권 단일화가 됐으면 좋겠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민주당 후보가 약하더라도 민노당이나 다른 후보가 얼추 비슷한 지지율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어느 지역이라도..."
"그래서 경쟁력 갖고 단일화하자는 것은 민주당 독식하자는 얘기나 같은 것 아닌가."
"물론 그렇다. 그렇지만 다른 야당도 최소한 어느 정도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이기는 단일화가 된다. 한나라당이 강남이나 영남 같은 유리한 지역에서 전략공천 하듯 우리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곳이 있는데 전략적으로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욕먹을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고양이에게 방울을 누가 달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노무현이 꿈꾼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정치 하고싶다"

예민한 부분에 이르면 노 전 의원은 단어를 가려 말하느라 애를 먹곤 했다. 그러나 문제를 피하지 않았고 내년 총선 정면돌파 의지를 감추지도 굽히지도 않았다. "절치부심"이란 단어가 떠오를만큼.

▲ "저는 노무현 정신만큼은 우리 당의 중심 모토로 가져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치밀하고 정교하지 못해서 실천을 못했지만, 그 정신만큼은 계속 가져가야 하지 않겠나." ⓒ프레시안(최형락)

"다시 원내로 들어가면 뭘 하고 싶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로 있을 수 있다. 저는 노무현 정신만큼은 우리 당의 중심 모토로 가져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치밀하고 정교하지 못해서 실천을 못했지만, 그 정신만큼은 계속 가져가야 하지 않겠나."
"노무현 정신이 무엇인가?"
"정치 개혁이다. 기득권, 권력 집단들, 정치인들 포함한 권력 기관들이 제대로 자리매김 되도록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그런 정치를 해보고 싶다. 최근 뉴욕의 록펠러 빌딩을 상징하는 사진을 봤다. 우리 기준으로 하면 록펠러 빌딩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번쩍번쩍한 빌딩 모습을 생각하기 쉬운데, 옥상에서 일하는 11명의 작업부들이 쉬고 있는 사진이 록펠러 빌딩의 상징이더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따뜻한 사회,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회복하는 그런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사회와 그런 정치가 자리매김 되도록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낙선했을 때 표차가 그렇게 많이 안 났던 것 같은데."
"1600표 차이다."
"역전을 당했나?"
"중간에 당했다. 마지막에는 엎치락뒤치락 했었다."
"개표날 심정은 어땠나?"
"낙선한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자기 떨어질 줄 몰랐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선거 3~4일 전부터 '잘못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더라. 적극 지지자들, 특히 아현동 달동네가 있는 곳이 전통적 지지층이 많은 동네인데, 분명히 그 분은 적극적인 지지자였는데 180도로 완전히 변했더라. 그 분이 한나라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더라. 왜 그러느냐 했더니 '개발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더라. 아무리 설명해도 설득이 안 되더라. 그게 뉴타운 바람이었다."
"대선 참패 후 경황이 없었던 것 아닌가?"
"그 때는 쓰나미처럼 떠밀려갔다. 선거 며칠 전에 '야, 이게 아닐 수 있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굉장히 불길했다."
"낙선을 확인하고 나서의 심정은?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처음에는 '내가 국회의원 4년 하면셔 어께 힘주고 다니지도 않고 지역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닌데' 하는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내가 참으로 부족한 게 많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억울한 감정은?"
"처음엔 그랬다. 당이 인기가 없었으니까, 지역에 온지 15일밖에 안 된 사람한테 그렇게 당하니까 배신감도 컸다. 지역에서 지도 보고 다니던 사람(한나라당 후보)에게 졌으니까. 내가 너무 무능해보이고 참담하더라."
"더구나 이곳은 아버지(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오랜 지역구 아닌가?"
"그렇다. 여기에서 100년을 살았으니까.(웃음) 아버지가 저보다 더 충격을 받으셨던 것 같다. 마포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 같은 것 때문에. 건강도 안 좋아지셨다. 떨어지고 한 달, 두 달 정도 됐을 때는 위험한 정도까지 갔었다. 분을 못 삭이셔서. 적어도 마포 바닥에서는 당신께서 그렇게 안 살았는데, 마포 사람들이 당신을 떨어뜨렸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한 두달 힘드셨는데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셨다. 선거 떨어지고 불효까지 저지를 뻔 했다. 처음에는 그 정도로 억울했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이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못 봤던 부분을 볼 수 있게 됐다. 나도 어느새 기득권자처럼 돼 있었던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그래서 모든 것 버리고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결심했다."
"낙선자에 대해서는 중앙당에서 배려가 없나?"
"없다. 법적으로 지구당 개념이 아니니까. 예산 지원 자체가 없다. 조직으로는 있는데, 지구당은 아니니 지원 방법이 없다. 현역 때는 법적으로 허용된 후원인이 500여 명 있었다. 낙선하고 나서 이 분들에게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도와달라고 편지를 보냈는데, 반응을 보이시는 분이 몇 분이 안 됐다. 액수와 상관없이 도와달라고 했는데도 반응을 나타낸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세상이 이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끝까지 도와주신 분들도 있다. 그분들 믿고 버티면서 여기까지 왔다."

▲ 노웅래 전 의원과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최형락)

"어떻게 버텼나?"
"지역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지만 민원도 받고 봉사도 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로부터 덜 잊혀진다. 언론을 통해 활동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제약되기 때문에 지역에서 몸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꼭 필요하다. 그렇게 버텼다."
"잘 이겨내면 담금질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 내 인생에 이처럼 혹독한 '담금질'은 따로 없었다."
"선거 준비는 잘 되나?"
"4년이란 세월, 아주 안 갈 줄 알았는데, 어느새 3년 됐다. 열심히 지역 분들의 소리를 듣고 다니는게 제일 좋은 선거준비 아니겠나. 그렇게 할 것이다."
"내년 총선 끝나고 나서 다시 인터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1년 동안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확인해 볼 겸해서."
"꼭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 지켜봐달라."

노웅래 전 의원을 마포에 있는 좁은 사무실에서 인터뷰 한 날은 아주 추웠다. 사무실은 작았지만 전기스토브 하나로 방을 덥히기에는 어림없었다. 1시간 반 쯤 인터뷰를 하자 몸이 떨려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그토록 추운 세 번의 겨울을 버텨낸 낙선자들에게 내년 총선은 과연 따뜻한 봄바람을 가져다줄까? 큰길까지 따라 나온 노웅래 전 의원과 헤어져 돌아서는데 휙 하고 찬 강바람이 한 번 더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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