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당당히 일어서는 게 '노무현 공격' 사건의 역사적 종결편"
"이광재 전 지사와 20년간 정치활동을 같이 했다. 두 사람은 친구였나, 경쟁자였나?(웃음)"
"그 친구와는 경쟁할 일이 없었다.(웃음)"
"이광재 전 지사와 하는 일이 조금 달랐던 것 같은데. 이 전 지사는 기획 쪽이었고 안 지사는 총무 쪽이고."
"이광재는 주로 일을 벌이는 사람이고 저는 수습하는 사람이고(웃음)"
"그렇게 의욕적인 사람이 결국 지사직을 잃었다.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그렇다. 재판 과정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겠다. 그러나 똑같은 진술서를 놓고 어떤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무죄를 내고, 어떤 진술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유죄를 내는 판결에 대해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그래도 일단 덮어두고, 이 일이 왜 시작됐는지 보자."
▲ 안희정 충남도지사 ⓒ프레시안(최형락) |
"어떻게 시작됐다고 보나?"
"이번 일은(박연차 수사) 현 정권이 전 정권을 공격해서 자신의 어려운 정치적 처지를 돌파하려고 했던 데서 시작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취임과 함께 촉발된 촛불 집회가 참여정부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냐. 그냥 숙덕숙덕 해가지고,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 가서 인터넷 하고 사람들 불러모아서 연설도 하고, 저기(노무현)가 진원지다' 그래서 (박연차 수사로) 공격을 시작했던 것 아닌가. 전임 정권을 공격해서 신임 정권이 위기를 극복해 보려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오래 모셔온 한 분(노무현)이 돌아가셨고, 오래 지내온 동지들이 안타깝게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으니 가슴이 아픈 것이다. 하지만 이 고난이 우리에게는 약이 될 것이다. '이겨내자. 이겨내고 우리가 나중에 당당히 일어서면 그것이 이 역사적 사건의 종결편 아니겠느냐. 이겨내자'고 (이광재 지사에게) 격려를 했다."
"이광재 전 지사를 재판 후에 만났나?"
"전화통화만 했다."
"뭐라고 하던가?"
"뭐, 그 친구 워낙 의연한 친구라 '10년 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좀 쉴게' 그러더라. (웃음)"
"6.2 민심은 '아듀 박정희'…낮과 밤이 바뀌듯 정권교체 될 것"
웃음 속에 친구이자 동지인 이 전 지사에 대한 애틋한 정이 묻어나왔다. 주제를 이들이 전면에 등장한 6.2 지방선거와 새로운 리더십 문제로 옮겼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486세대가 광역단체장으로 전면에 등장했고, 연이은 10.3 민주당 전대에서도 486세대가 돌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새로운 기운이 막 올라오다가 이 전 지사의 지사직 상실로 한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2선거는 분단, 전쟁, 산업화, 박정희 시대, 이런 시대로부터 다음 시대로 대한민국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징표다.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정희 시대의 리더십으로 열심히 국정운영을 하고 있지만 본인도 그렇고 국민도 피곤하다. 본인도 재밌을까? 모르겠다. 저 분들은 워낙 권력을 대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더라. 그 분(이명박 대통령)은 충분히 (권력을) 즐길 준비가 돼 있는 분 같은데, 우리쪽 사람들은 권력을 늘 '의무'로만 생각하니까. 결과적으로 지난 6.2선거는 '아듀 20세기', '아듀 박정희' 이런 시대적 전환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6.2선거 때 천안함 사건이 났다. 엄청난 북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는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선거 결과였던 것 같은데?"
▲ "지난 6.2선거는 '아듀 20세기', '아듀 박정희' 이런 시대적 전환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프레시안(최형락) |
"혼재 상태지만 국민들의 마음의 방향은 평화로 가고 있다?"
"그렇다. 평화를 원한다."
"4대강 사업 중 금강 정비 사업 공정률이 빠른 곳은 70%라고 한다. 올해 안에 공사가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사가 끝나면 한나라당이 기대하는 '비주얼 이펙트', 즉 '청계천 효과' 같은 게 있을 것 같나?"
"임기 내에 자기 업적을 증명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정치인들이 하는 사업일 뿐이다. 위대한 건축물은 늘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이 만들었다'고 하지 않나. 가치를 떠나,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나 성과 냈어'라고 하고 싶은 사람들은 토목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 사업으로 대통령이 됐다고 스스로 믿고 있고,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믿고 있지 않나. 그러나 과연 그게 여권 후보들에게 이번에도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무슨 뜻인가?"
"시민 의식이라고 하는 것 안에는 물질에 대한, 개발에 대한 욕구도 있지만 정의와 평화의 가치도 있다. 시민들은 정의와 평화의 가치를 가진 민주정부 10년을 거치고 난 후 지난번에는 '돈, 물질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 사람을 한번 선택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선택 후, 과연 우리 국민들은 어떠한 역사적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인지...(생각해 봐야 한다) 낮과 밤이 교체되듯이 교체될 것이다. 정의와 평화를 얘기하는 시대도 있고, 물질을 얘기하는 시대도 있는 것이니까. 정의와 평화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밥 먹고 사는 데는 소홀하지 않았다는 것, 정치에서 경제와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한나라당과 보수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시민들이 곧) 이해하게 될 것이다."
"MB 모시고 살기 얼마나 힘든지 다들 겪었다"
"내년 총선,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될 거라고 보나?"
"정권교체의 시대적 여건은 제가 볼 때 충분하다. '부자 만들어줄게요', '경제 살려 줄게요' 이것을 약속했던 사람의 경제 성적표가 이미 나와 있다. 강력한 추진력? 처음에는 멋있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을 모시고 살아보니까 얼마나 힘든지 다들 겪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금융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외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높다고 하고."
"IMF 구제금융 사태를 치유해 온 민주정부 10년의 업적이 더 높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 거품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오고, 미국이 수천억 달러를 재정으로 메웠다. 그 정도 위기를 극복한 것 보다는 당장 우리집 앞마당에 폭탄(IMF 구제금융)이 떨어진 상황을 재건해낸 민주 정부 10년의 경제적 성과가 더 위대한 것 아니겠나."
"IMF 이후 경제적 기반을 다져온 것이 쌓여서, 이번에 온 위기는 크게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었다?"
"그렇다. 만약 노무현 정부 때, 지금 이명박 대통령 식으로 했었다면 미국발 금융위기는 한국에 핵폭탄이 됐을 것이다."
▲ "이명박 정부는 민주당이 잡으면 경제 실패하고 한나라당이 잡아야만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런 도식은 더 이상 안 통할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경제적 성과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높게 평가하기 어렵다?"
"절대 수치만 놓고 봐도 그렇다. 민주정부 10년 평균 경제 성장률이 4.95%다. 현재까지 이명박 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보면 3.0%를 빠듯하게 넘는다. 4.9% 대의 민주정부 10년을 '경제를 망쳤다'라고 하면서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이니만큼 '맞아, 김대중 노무현 때는 맨날 데모만 하고 시끄러웠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잡으니까 훨씬 경제가 좋아졌네'라고 할 정도로 경기가 체감돼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표 식당에 국민들이 또 밥을 먹으러 갈 것 아닌가. 그런데 체감되는 게 없다. 이명박 정부는 민주당이 잡으면 경제 실패하고 한나라당이 잡아야만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런 도식은 더 이상 안 통할 것이다."
"박근혜, 박정희 때 고통받은 사람에게도 '사랑한다' 말할 수 있나"
"그런데 현재 여권의 유력 주자는 박근혜다. 이명박 정부와 지난 3년 동안 적극적 차별화까지는 아니어도 다른 길을 걸어왔다. 미래 권력에 대한 선택의 차원에서 보면 박근혜에 대한 선택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것 아닌가?"
"아직까지는 대한민국에서 정당의 브랜드 가치는 '지역성'에 있다. '정책 브랜드 가치'가 더 중요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북 정책 노선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정책 등 정책 브랜드의 차별성도 존재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표를 움직이는 정당의 가치는 '지역성'의 브랜드다. 즉 (박근혜의 정책이 아니라) TK(대구 경북)라는 지역적 연고성이 박근혜를 성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지역구도' 속에서 박근혜가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그에 반해서 호남의 민주당은 자기 지역 연고성만 가지고 집권이 안 되기 때문에 그나마 탈 지역적 후보를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지역 구도에 갇혀 있는 정치인이라는 말 같은데,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국민에게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계급, 계층, 지역, 기타 여러 유무형의 칸막이를 초월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박근혜 씨는 박정희 정권 시절에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 앞에서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자기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지도자다. 그것을 하지 못하면 설령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안 되는 것이다. 박근혜씨가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느냐 나는 이것을 묻고 싶다. 이 쪽 진영(야권)의 후보도 마찬가지다. 김대중을 지지해 왔던 사람들, 노무현을 지지해왔던 사람들, 나아가 보수와 수구라고 표현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이 쪽(야권)에 대한 불신을 제거해 줄 수 있는 사람. 분단과 동족상잔과 이념의 대결을 겪었던 시대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박근혜 씨는 박정희 정권 시절에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 앞에서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자기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지도자다. 그것을 하지 못하면 설령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안 되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글쎄... 그 분들이 비전으로 제시한 것을 (모두) 성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분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저쪽 정당에 한 번도 가입해 본적은 없지만 저 사람은 좋다'고 할 수 있는 국민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런 것은 하루 아침에 안 만들어진다. 이것은 자기가 살아온 정치적 이력의 모든 함의다. 그 함의의 측면에서 많은 부족한 점이 생기기 때문에 이쪽 주자들이 확확 안 뜨는 것 아니겠나."
"야권의 인물들이 대선이 2년도 채 안 남았는데도, 여전히 한 자리 수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면 이미 어느 정도 대중적 평가가 끝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모두가 먹고 살기 바쁘다. 그래서 평상시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 저도 노무현 전 대통령 모시면서 정치권에 한 20년 있었지만, 제가 사업 한다고 나와 있던 2년, 출판사 한다고 나와 있던 2년, 기획사 한다고 나와 있던 2년간을 돌이켜 보면 (신문) 정치면도 잘 안 봤던 것 같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잘 모른다. 그런데 선거 이슈가 축적되면 사람들이 풍문으로 들었던 많은 것들까지 작용해 태도가 분명해 진다. 누구 입에 기름 묻어 있는지 보면 누가 닭 잡아먹었는지 아는 것이다. 후보들이 뭐라고 얘기하든 상관 없다. 어떤 사람이 정말 자기 신념에 의해 고난을 겪고 있으면 그 사람이 의인인 것이고, 굉장한 고난을 겪었다고 말은 하는데 승승장구하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면 일반 시민들이 봤을 때 그것은 고난을 겪은 게 아닌 것이다."
"바로 그런 과정에서 노무현의 기적이 만들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것이 국민이 자기 지도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나보고 '좌파'라고? 지금은 간의 기별도 안 오는 얘기"
"노무현은 어떤 사람인가?"
"인생을 20년을 같이 살았다. 저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줬던 분이다. 광재는 광재대로 배웠고 저는 저대로 배웠다. 각자 배운 만큼의 인생을 살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저는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원칙과 상식, 두 번째는 민주주의, 세 번째는 내가 새로 만든 개념인데, 공존과 평화다."
"설명을 해달라"
"첫째는 원칙과 상식이다. 쉽게 말해 '대통령 측근들도 죄 있으면 감옥 가자', '권력 잡은 놈이 권력 안 잡은 놈보다 더 철저히 하자' 이것이다. 이것은 법도 아니고, 제도도 아니고, 아무 노선도 아니다. 그냥 상식이다. '남의 새끼에게는 따뜻하게, 내 새끼에게는 조금 더 각박하게.' 이게 상식이다. 이 첫 번째 상식이 노무현 대통령의 길이었다. 이걸 두고 '아마추어였다', '철이 덜 들었다'고 비판한 사람들은 노선을 가지고 두들겨 팬 게 아니었다. 그저 (노무현이) 자기와 동화되지 않는다고 불평한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당한 것이다. 원칙과 상식, 이것이 서야만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선다. 민주주의를 제도화시키려고 노력하던 과정 어디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기 임기와 인생을 끝내버렸다."
▲ "인민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민중을 위해서, 이것은 옛날 임금님도 했던 얘기다. 이런 성군정치, 인치, 덕치, 소수 엘리트의 의회 정치로 안 되는 것이 참여 민주주의다. 참여를 보장하려면 언론을 포함해, 제도적 얼개를 바꿔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
"민주주의가 더 나가야 하는 지점, 그 핵심이, '포 더 피플(for the people)'의 시대에서, '바이 더 피플(by the people)' '오브 더 피플(of the people)'의 시대로 완성을 시켜야 한다. 인민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민중을 위해서, 이것은 옛날 임금님도 했던 얘기다. 이런 성군정치, 인치, 덕치, 소수 엘리트의 의회 정치로 안 되는 것이 참여 민주주의다. 참여를 보장하려면 언론을 포함해, 제도적 얼개를 바꿔야 한다. 그런 제도를 성취한다면, 저는 농담처럼 말하는데, 고려 금속활자 이후로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초의 발명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 다음이 공존과 평화인데, 그것은 저도 아직은 정리가 덜 돼 있다. 일단 그렇게 세 가지로 이해해 달라."
"공존과 평화를 강조한 것과는 달리 보수 세력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갈등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해 왔다. 오해일까, 아니면 의도적인 왜곡일까?"
"원칙과 상식을 지켰기 때문에 기존의 질서로부터 갈등을 불러일으켰다고 말을 듣는 것이다. 4.3사건 등 과거사 문제도 노선을 가지고 이야기한 게 아니다. 국가 폭력이 일반 양민을 학살됐다면 그 양민이 빨갱이든 평민이든, 사과해야하는 것 아니냐. 노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거 좌파라서 그런다'고 한다. 제가 대한민국 보수주의자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은 무슨 노선이든 다 존중해줄 테니까 상식만은 가지고 얘기하자는 것이다."
"상식으로 얘기하는데 '좌파'라고 공격하면 참 듣기 싫었겠다."
"듣기 싫을 것도 없다.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제 간에 기별도 안 오는 얘기다."
"과학벨트 문제, 주권자로써 대통령의 '신의 없음'을 탓하자"
"대통령 TV 좌담회를 봤을 텐데, 느낌이 어땠나?"
"못 봤다. 그날 공식 일정이 있었다. 충남 지역과 관련된 몇 가지만 텍스트로 (보고받아) 봤다."
"과학비즈니스벨트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에 없었다'고 말한 대목은 어떻게 보나. '실언'일까?"
▲ "저는 오히려 도민들에게 이것을 '지역적 괄시'라고 하는 관점에서 보지 말자고 얘기한다. 이것을 '지역적 괄시로 보지 말고 주권자로서 대통령의 신의 없음을 탓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지역 민심은 어떻나?"
"벌써 여러 차례 겪는 일이라 도민들이 가지고 있는 분노는 굉장히 크다. 괄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도민들에게 이것을 '지역적 괄시'라고 하는 관점에서 보지 말자고 얘기한다. 이것을 '지역적 괄시로 보지 말고 주권자로서 대통령의 신의 없음을 탓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신의 없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지, 우리 지역이 괄시당했다고 하는 것으로 가면 올바른 것 같지는 않다."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데 이렇게 일이 전개되자마자 민주당 소속의 광주 시장과 광주 지역 의원들이 유치를 공언하고 나섰다. 안 지사는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는데, 대구, 경북은 한나라당 쪽이니 그렇다 치고, 민주당이 그렇게 나오는 것도 신의 없는 일 아닌가?"
"저에게는 분명히 서운한 일이다. (강운태 시장을 포함해) 다른 시도지사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남이 흥정 중인 물건을 끼어들어서 뺏어 가는 것 아닙니다. 일본은 기업들끼리도 부도난 기업을 헐값으로 인수 안하는 게 미덕이라고 합디다. 남이 피땀 흘려 일군 기업 부도났다고 헐값으로 가져가면 복 못 받는다고 해서 기업 사냥을 안한다고 합디다. 대통령의 신의 없음에 대해 비판해야 하는 시점에 남의 입에서 사탕 떨어졌다고 싸우는 꼴은 뭡니까.'라고 했다. 지금은 충청권이랑 약속을 번복하는 대통령이 한판 뜨겁게 붙고 있는데, 그 와중에 얼른 '나 달라'고 하는 것은, 참 이웃 간에 좀 그렇다. 물론 자기 지역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데 대해서는 뭐라하지 않겠다. 그래서 제가 말을 자제하려고 한다."
"도지사 안희정 뽑은 가치는 '기업 몇개 유치' 그 이상일 것"
"'안희정표 행정'이라는 얘기가 있더라. 홍보 문구인가?"
"그런 표현은 제가 안 쓴다. 다만 제가 도지사가 됐을 때 '뭘 하려고 하느냐' 하면 '뭐라고 대답할까' 생각했다. 저는 '정치는 이익을 주는 게 아니다'라고 생각해왔다. 당장 현물로, 물질적 이익을 주는 게 정치가 아니다. 그걸로만 어필하면 정치는 망한다. '당신 업적이 뭐냐' 할 때 '기업 유치를 몇 개 했다'고 한다면, 그것이 안희정의 가치인가. 도지사 안희정을 뽑은 가치가 기업 몇 개 유치해 투자 받는건가?"
"대개 지자체장들이 그런 업적을 항상 열거하지 않나? 기업 유치 몇 개 하고 해외투자 얼마 유치했다는 식으로."
"그것을 안 하겠다거나 가볍게 볼 것은 아니지만, 제가 정말 제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게 있다. 도청 직원이 3500명이다. 내가 3500명의 대장이 된 것이다. 그러면 내가 대장이 돼서 일을 할 때 3500명이 뭘 느끼게 될까 하는 것이다. 수십년간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만남으로 해서 뭐가 바뀔까. 그런 것을 생각한다. 이들의 '변화'를 제 업적으로 만들고 싶다. 사회 변화는 '말 전달'과 같아서 변화가 변화를 낳게 된다. 그래서 첫 번째가 행정개혁이다.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행정개혁하면 선출직들이 철밥통 공직자 두들겨 잡아서 납세자들에게 칭찬을 받는 구조였다."
"그것을 성과로 내세우는 단체장들이 많이 있다."
▲ 인터뷰를 진행한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최형락) |
"지역민들이 '저놈이 굵게 커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열망을 느낀다"
벌써부터 비서실 직원들이 안절부절이었다. 안 지사의 다음 일정 때문이었다. 서둘러 마무리를 짓는데 역시 화두는 새로운 리더십니다.
"지역에 다녀보면 강원도 분들 중에 '우리 광재' 이런 표현을 쓰는 분들이 꽤 있더라. 충청도를 돌면서는 '우리 희정이'라고 하는 분들을 더러 만났다. 지역에서 키워보고 싶은 동생, 후배 이런 느낌이 강하게 전달이 되던데."
"제가 도지사로 선출됐던 가장 큰 동력 중 하나가, 지역에서 젊은 세대, 다음 세대, 대를 이을 젊은 사람을 키워보자는 열망이었다. 이게 우리 아버지 세대부터 있었다. 그런 열망으로 봤을 때 제가 살아온 이력이 그렇게 못 미덥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싹수는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런 분들이 정당과 상관없이 저에게 표를 줬다. 그 분들 입장에서는 정당의 노선을 떠나 지역의 후배고 내 자식 세대다. 저 놈이 좀 커서 충청도 선배 정치인들과 다르게, 좀 더 굵게 커줬으면 좋겠다. 그런 열망들을 느낀다. 그런 열망들이 저의 도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대와 열망을 일상적으로 느끼나? 부담이 클 것 같다."
"부담되기도 한다. 그러나 좀 지나면 편해지겠죠. 저도 지금은 많이 편해졌는데, 지역 분들도 과거 도지사들 대한 것과는 달리 편하게 대해 주신다. 웬만하면 아버지 세대고, 웬만하면 형님 세대니까. (도청에) 오셨던 분들이 어떻게 느끼실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니까 좀 더 편하게 느끼실거다."
"무상급식에 대처하는 광역단체장들의 태도가 세 가지다. 서울 케이스, 충돌하는 케이스다. 경기도는 우회했고, 충남 케이스는 정면으로 부딪혀 타협을 했다. 충남의 사례를 중앙에서는 잘 모르더라. 리더십의 차이라고 봐야 할까. 이 지역의 교육감, 도의회가 통합적으로 행정을 끌고 가려고 하는 컨센서스가 있었던 것인가?"
"한판의 고스톱은 광파는 사람을 포함해 네 명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충남형'이 나온 것은 의회, 교육감, 도지사 모두 그런 리더십을 함께 형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는 타협을 추구했다. 저는 도의회에 그 리더십을 넘겨줬다. 도의회에 맡기고 승복했다."
"합의에 이르렀을 때 어땠나?"
"아주 좋았다. 의회 의원님들도 젊은 도지사가 모처럼 해보려고 이렇게 섰는데, 너무 어려움을 주기보다 가능한 면을 세워줘야 하겠다고 마음을 많이 써주셨다. 저에게 크게 도움이 됐다."
"도정에 있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충남은 농업 지역이다. 농업, 농촌, 농민 문제, 이 삼농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모든 정치권력이 이 문제를 외면해 왔다. 저는 3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서 그 고향을 지키고 있는,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우리 아저씨들에게 농업 문제를 풀자고 얘기하고 있다. (농업 부문에 있어서) 과거의 지도자들과 달랐다고 하는 평가가 나온다면 그것이 정치인으로서 저의 앞길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전 KBS에서 있었던 신년 특집 좌담에서 만난지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난 안 지사는 그 사이에 훨씬 여유를 갖게 된 것 같았다. 충청 지역민들의 기대와 새로운 리더십을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지역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강한 자신감까지 느껴졌다. 빠듯한 일정을 쪼개서 갔다 온 대전이었지만 오고 가는 길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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