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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적폐는 그대로? "한국을 불법조업국으로 내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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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적폐는 그대로? "한국을 불법조업국으로 내모나"

'원산법 개정안은 불법조업 무력화'...이유는?

한국이 유럽연합(EU)의 예비불법어업국 지정 해제 2년 8개월 만에 정부가 원양산업발전법(이하 원산법) 완화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나서서 원양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한국이 다시금 불법조업국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은 원양어선의 불법 조업 행위로 인해 지난 2013년 EU로부터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됐다. 주된 이유는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원양선박에 최대 6개월의 허가정지 및 100만 원가량의 벌금을 매기는 한국정부의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데 있었다.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될 경우 무역제재로까지 이어질 상황이 되자, 정부는 선박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원산법을 개정해 2015년 3월, 예비불법어업국 지정 1년 5개월 만에 지정 해제됐다.

5일 환경정의재단과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그린피스 등은 규제를 강화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아 정부가 다시금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며 원산법 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22일부터 사흘간 '원산법 전부개정 민관 태스크포스(TF)'를 열어 원산법 완화를 논의했고, 그 결과 원산법 개정안을 만들어 내년 1월 의원입법을 통해 개정안 발의를 도모한다는 이유였다.

해당 TF는 해수부 관계자 5명과 원양업계 인사 7명, 법조 관련인 1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원양업계 인사 명단을 보면 동원산업, 사조산업, 신라교역, 아그네스수산 등 원양어업이 주목적인 회사 관계자와 한국원양산업협회 관계자 등이 주축이다.

환경단체 등이 가장 문제시하는 개정안의 핵심은 원양어업자가 '중대한 위반행위'를 하더라도 원양어업 허가권은 잃지 않도록 처벌 수위를 낮춘 부분이다.

'중대한 위반행위'란 다국 차원의 합동 규제가 필요한 원양어업의 특성상 다른 나라와 중대한 이익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의 행위로, 원산법 제13조(원양어업자등의 준수사항) 2항(개정안 기준 제25조 2항)에 열거된 행위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유효한 면허 등이 없이 조업하거나 △국제수산기구가 요구하는 어획량 규정 등을 지키지 않거나 △조업 금지 해양자원을 조업하거나 △허가되지 않은 기구로 조업하는 등의 행위다.

원안은 이들 행위가 적발될 경우, 징역 5년 이하의 형사처벌 혹은 5억 원~10억 원 수준의 벌금을 부과토록 했다. 만일 징역형이 선고될 경우, 해당 사업자는 원양어업 허가를 잃게 된다.

하지만 개정안은 제57조(과징금 처분)를 신설해 '중대한 위반행위'가 적발되더라도 5억 원~10억 원 수준의 과징금 처분만 하도록 했다. '중대한 위반행위'를 징역 가능성을 없앤 행정처분 대상으로 격하해, 결과적으로 사업자가 소액의 과징금만 내고 계속 불법어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수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김현정 환경정의재단 캠페이너는 "벌금(형차처벌)이 과징금(행정처분)으로 완화된 게 개정안의 핵심"이라며 "중대한 위반행위를 저지른 사업자도 소위 ‘빨간줄’ 처벌을 받지 않으니, 그만큼 불법 어업 행위 억지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중대한 IUU 어업 행위인 무허가·허가 위조 행위 적발 시 벌금 수준은 종전 5억 원~10억 원에서 5000만 원 이하로, 어획량·어획실적 등 미보고·거짓보고 행위 적발 시 처벌 수준은 징역 5년을 2년으로, 5억 원~10억 원 벌금은 2000만 원 이하로 대폭 완화했다.

IUU 어업에 대한 해수부의 조사·수사권도 없어, 약화된 행정처분의 실효성 역시 태부족하다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했다.

개정안 제27조(자료제공 요청)와 제60조(벌칙)에 따르면 해수부의 자료 제공 요청을 사업자가 거부하더라도 1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만 규정되었을 뿐, 해수부가 강제조사할 권한을 규정하지 않아 제대로 된 위반 행위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원안은 '중대한 위반행위' 적발 시 조업 활동을 즉시 중단토록 규정했으나, 개정안은 이마저도 없앴다.

개정안 제26조(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의 의심에 대한 즉시 조치)의 1항을 보면 "해양수산부장관은 제25조 제1항 및 제3항에 따른 위반행위"를 할 시 '조업 활동의 즉시 중단'을 취하도록 했다. 그런데 여기서 누락된 '제25조 제2항'이 바로 개정안의 '중대한 위반 행위' 목록이다.

즉 국제적으로 합의된 '중대한 위반행위'를 국내 원양어업자가 취하더라도, 해수부 장관이 조업 중단 조치를 내리고 관련 수사를 지휘할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환경단체들은 "IUU 어업에 (형사처벌이 아니라 개정안 기준 한국처럼) 행정처분으로 제재하는 스페인의 경우, 행정당국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권한이 법안에 자세하게 명시되어 있다"며 "실제 스페인 수산청은 타국적 선박으로 불법조업을 일삼던 스페인 국적자와 법인에 각각 약 216억3500만 원과 7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 적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국내 사업자가 외국인 선원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 원양어업허가 취소가 가능한 현 규제 수준도 사실상 훈시조항으로 무력화했다고 환경단체는 비판했다.

해수부는 지난 2012년 선원 인권 침해 문제로 논란이 된 사조오양 75호 사건 이후 선원 인권 침해가 적발될 경우 원양어업허가를 취소하도록 원산법을 개정, 현행 제13조(원양어업자등의 준수사항) 3항에 해당 항목을 넣었다.

하지만 개정안은 해당 항목을 원양어업자의 준수사항에서 빼고 제46조에 별도 편성했다. 즉, 원양어업자가 외국인 선원의 인권을 침해해도 제재를 받지 않게 됐다.

보다 크게는 개정안이 불법 어업 선박을 국제 공조해 적발하자는 국제협력 촉진 목적에도 정면 위배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고 환경단체는 설명했다. 불법조업을 근절하자는 국제협력 원칙에도 한국 정부가 등 돌렸다는 뜻이다.

원안 제14조(항만국 검색)은 항만국 검색 대상 선박으로 △국제수산기구가 관리하는 어종의 수산물을 적재한 선박 △국제수산기구 또는 외국 정부에 IUU 어업 선박으로 등재된 선박 혹은 IUU 어업 의심 선박으로 통보된 선박 △외국 정부가 IUU 어업 국가로 지정한 국적 선박을 항만국 검색 대상 선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해당 항목이 열거된 개정안 제32조(항만국 검색)를 보면 IUU 선박은 검색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항만국 검색을 위한 국제공조 대상을 '국제수산기구나 외국 정부'에서 '국제수산기구나 연안국'으로 한정했다.

이들 개정 명목을 보면, 개정안이 사실상 한국 원양어업자의 IUU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했다는 지적이 타당해 보인다. 불법조업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원산법이 결과적으로 '한국은 IUU를 계속하겠다'는 방향으로 개악되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부분이다.

환경단체들은 공동 성명서에서 개정안이 "결국 원양어업자의 불법행위를 양산하거나 방조하는 결과로 이어져,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다시금 추락케할 것"이라며 "해수부가 불법조업자를 적극적으로 억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산법 개정안 민관합동 TF에 원양어업자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도 들어가,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해수부는 원안의 지나친 규제 부문은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원양어업자 규제를 완화하는 원산법 개정안을 해수부가 앞장서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원양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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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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