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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로 드러난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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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로 드러난 '불편한 진실'

[정욱식 칼럼] 반전의 기회는 아직 남았다

북한이 29일 새벽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후 이날 12시 30분에 이어진 '중대보도'에서 북한은 신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했다고 공개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에 대해 "최대 고각 발사 체제로 진행"됐다며 "정점고도 4475km까지 상승하여 950km의 거리를 비행하였다"고 밝혔다. 보통 탄도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최고 고도의 3배 정도에 달한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화성-15형을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는 1만 3000km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금까지 쏜 미사일 가운데 가장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이걸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북한이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탄두 중량을 크게 낮췄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핵탄두를 장착하려면 1톤 정도의 탑재물(payload)을 장착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이런 능력을 갖췄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이고 외부에서 이를 탐지하는 것도 대단히 어렵다.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후 여러 차례에 걸쳐 세세한 제원을 자랑하듯 늘여놓곤 했지만, 유독 탄두나 탑재물 중량은 밝힌 적이 없다는 것이다.

▲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오후 12시 30분(평양시간 오후 12시) 정부성명을 통해 신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인 화성-15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로 분명해진 것은 북한 김정은이 직접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물론 "핵무력 건설 완성"이란 있을 수 없다. 세계 최강의 핵보유국들인 미국과 러시아가 끊임없이 현대화에 나서고 있는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다만 북한이 공언해 온 '완성'은 있다. 바로 핵탄두 장착 ICBM의 보유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ICBM 개발이 "마감 단계"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핵무력 건설 완성" 선언을 통해 몇 가지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이다. 첫째는 핵무력 건설이 완성된 만큼 병진노선의 또 다른 축인 "경제건설"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다. 둘째는 평창 올림픽 참가 선언 등 남북관계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셋째는 내년이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미국에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다.

북한의 거침없는 질주가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도 있다. 강력한 경제 재재와 외교적 고립화, 그리고 최첨단 무기를 총동원한 무력시위 등으로 구성된 "최대의 압박"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또다시 실패했다는 점이다.

국내외 일각에선 북한이 9월 15일 이후 "도발"을 자제한 데에는 강력한 대북 압박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사이에 엔진 연소 시험과 같은 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결과 화성-15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한미일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긴 어렵겠지만, 뭔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점도 거듭 확인시켜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당 대회 및 미중 정상회담 직후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대북 특사로 파견해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를 만나주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가 다녀간 지 2주 만에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를 예견한 탓인지, 중국은 쑹타오가 귀국하자마자 자국의 평양행 항공노선을 폐쇄하는 등 추가적인 대북 제재조치를 취했다. 결국 한미일이 중국에 강력히 요구했던 '대북 제제 강화를 통한 대북 영향력 행사'가 이렇다 할 실효가 없다는 점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기실 이러한 악순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쌍중단'을 협상 의제로 삼아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에 진즉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쌍중단'을 일축했을 뿐만 아니라 역대 최강의 군사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북한이 당장 수용할 수 없는 조건도 계속 내걸었다. 이를 목도한 러시아는 이제 한미 양국과 북한을 싸잡아 비판하는 '쌍비난'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반전(反轉)의 기회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평창 대회 기간 한미군사훈련 일시 중단 방침을 보다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또한 비핵화 대화 이후에 평화체제 논의가 가능하다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두 가지 의제를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쌍개시'도 검토해야 한다. 미국 주도의 "최대의 압박"에 동참하면서 "국면 전환"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국이 주도적으로 국면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것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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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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