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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공동체로서 '친박'이 과연 의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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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집단 공동체로서 '친박'이 과연 의미 있나?"

[고성국의 정치in]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

공성진 최고위원은 '친이계' 대표성을 갖고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친이계'의 실질적 좌장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아직 당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친이계'의 대표로서 그가 감당하고 있는 정치적 부담 또한 간단치 않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 지명, 정몽준 당대표 승계와 함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당복귀가 정치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유동성 높은 시점에 그를 만났다.

▲ 공성진 최고위원 ⓒ프레시안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어떻게 할건가?"
"본인은 정당인으로서 정치복귀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당으로? 재보선에 관계없이?"
"재보선이 있으면 나가고 없더라도 박희태 대표처럼 원외 위원장으로 당에 복귀할 것이다."
"조기전대가 열리면 당권에 도전하나?"
"물론이다."
"정몽준 대표승계로 최고위원 한자리가 비었다."
"박희태 대표가 낸 안인데 분란의 소지도 있고 모양도 좋지 않다. 지금까지도 기다렸는데 조금을 더 못기다리겠는가."
"입각은 안하는게 확실한가?"
"그렇다. 주변에서 통일부장관, 정무장관 권유를 많이 했는데 그것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당을 통해 개혁을 가속화시키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당인이지 각료가 아니다?"
"그렇다."
"대통령에 부담을 준다는 건 어떤 뜻인가?"
"이 전 최고는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 정권을 창출한 일종의 동지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내각의 일원이 되면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박근혜 의원도 비켜서 있는 게 대통령 도와드리는 거라는 입장인데?"
"좀 다르다. 박 전 대표는 한 말씀씩 던지는 게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것 아닌가?"

▲ 공성진 최고위원 ⓒ프레시안

"집단 공동체로서 '친박'이 과연 의미가 있나?"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서 시작된 얘기가 자연스럽게 박근혜 전 대표로 왔다.

"지난번 심재엽 전 의원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박근혜 전 대표가 '대장감'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런 얘기하면 친박계에서 반응이 있나?"
"일부에서는 호의적인 멘트라고 평가해준다."
"덕담이라면, 덕담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 일부에서는 '비아냥댔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렇지 않다. 친박계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 것도 그 반향이라고 본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하지 않으면 당으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을 몇 차례인가 했다. 왜 그랬나? 당 복귀를 박 전 대표에게 물어볼 일은 아니지 않나?"
"박근혜 전 대표가 당에 몸담고 있는 한 엄연한 실체다. 박근혜 전 대표를 따르는 많은 의원들이 있기 때문에 친박계와의 관계 설정을 상정하지 않고 복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 원론적인 차원의 이야기다."

"홍사덕 의원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왜 그렇게 눈치를 보느냐고 하던데."
"그 분이 친박 의원들과 깊은 교감을 안 가져서 할 수 있는 얘기다. 친박은 친이와 달리 스킨십이 활성화 돼 있지 않다. 거기는 2인자도 3인자도 없고, 모두가 서로 2인자라고 주장할 수 있는 분위기다. 그만큼 박근혜 전 대표의 리더십이 조금 독특한 데가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일언지하에 거절된 것을 보면 된다. 그런 일을 위한 사전 작업도 없고 사전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여당 국회의원 60명 정도가 모여 있는 집단이, 하나의 실체로 존재하는 집단이 내부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도 그렇고, 미디어법 와중에서도 해프닝이 생긴 것 아니냐. 허태열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도 투표하러 올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뒤집어졌다. 집권 여당의 중진 의원이 함부로 말을 던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으로 미뤄보면 집단과 공동체로서 '친박계'가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왜 그런 것 같나?"
"추정하건데 박근혜 전 대표가 여자 분이기 때문에 리더십 스타일이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장점이건 약점이건 박근혜 전 대표 개인의 성향,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한나라당 '주류'가 보는 박근혜, 그리고 정몽준

'박근혜 리더십'은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주제다. 그의 약점까지도. 이에 비해 친이계는 논의대상이 될 만한 리더십 자체를 갖고 있지 못하다. 적어도 차기 대선 후보라는 차원에서 보면 그렇다. '친이계'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다음 대선에서 박근혜에 대항하는 친이계 후보를 낼 것인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다 열려있다. 친이계는 박근혜 전 대표를 지원할 수도 있다. 지금은 적과의 동침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대선 때는 경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옳다는 확신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원했다. 얼마 전, 박근혜 전 대표도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제의를 흔쾌히 따라줬다. 그런 측면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친이계의 선택에서 완전히 배제된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 개헌을 하면 '제왕적 대통령제는 불가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 많은 가능성을 가진다."
▲ 공성진 최고위원 ⓒ프레시안
"권력 분점으로 가자는 것인가?"
"그것은 친이계 뿐 아니라 친박계도 마찬가지고 야당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다원화 되고 정당 정치가 쇠락해가는 시기에는 제도와 시스템으로 리더십을 확보해야지 한 인물의 통치력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지금은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 체제가 아니다. 친이 친박도 사적으로 편하게 지낼 수 있다. 주이야박이라는 말로 매도할 필요가 없다."

대권 유동성의 한 축은 정몽준 대표다. 입당 1년 10개월 만에 집권당 대표자리를 승계한 그에게 당장 10.28 재보선이라는 벽이 기다리고 있다. 그가 이 벽을 정면돌파할 수 있을지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릴지에 따라 1,2월 조기전대 여부와 그와 연동된 이재오 전 최고의 향후 행보가 결정될 수 있다.

"정몽준 대표가 당의 변화, 쇄신, 서민 중심, 개방을 얘기했는데 어떻게 보나?"
"'당 쇄신안'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특위가 가동되고 있다. 거기에 대통령도 근원적 처방을 주문한 상태다. 누가 대표직을 승계해도 쇄신, 개혁, 서민 구도로 갈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집단 지도체제다. 김영선 의원도 대표직을 승계해서 28일간 대표직을 수행한 적이 있다. 정몽준 대표도 그런 맥락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당이라는 정치공동체 생활을 안 하다가 100만 당원, 15만 책임 당원이 있는 거대 집권 여당 대표를 처음 해보는 것이다. 이 기회를 호기로 전환시키기 위해 애를 많이 쓸 것이다. 그런데 대권 주자로서 행보가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드라이브하는데 상충될 수 있다. 이 때 어떻게 처신하는 가에 따라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에서는 내년 초 조기 전대를 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정 대표의 임기와도 관련이 있다. 이것을 당내 합의로 봐도 되나?"
"합의는 아니고 의견으로 제안된 안이다. 조기전대는 가능성이지 당론이 아니다."

정몽준 대표가 1월까지 갈지 7월까지 갈지, 가능성이 다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렇다면 '쇄신'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일단 특위 등을 통해 쇄신안을 구체화 하고, 전당대회는 새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다. 지방선거, 개헌 등의 근원적 처방도 강력히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전당대회만이 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없다. 일단 당의 면모는 박희태에서 정몽준으로 바뀐 거다. 지금은 실험 중이다."
"정몽준 대표 하기 나름인가?"
"그렇다."
"한국 최고 재벌의 오너가 서민 행보를 얘기하니까 안 맞는 것 같다는 얘기가 많다."
"첫 행보가 현충원과 노량진 수산시장이었다.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려 애를 쓰고 있다. 부자집 아들이 죄는 아니다. 어떻게 부를 잘 쓰느냐 하는 것이 이 분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 같다. 본인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축구협회 회장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것도 업적일 수 있고, 6선 의원도 장점일 수 있다. 다만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당원들이 있다. 정 대표는 이 모든 것을 감안해서 당에서 더욱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 공성진 최고위원 ⓒ프레시안

"정운찬, 앞으로 사견 얘기할 수 없을 것"…"결국 대통령이 조율할 문제"

여권 유동성의 또 다른 축은 정운찬 총리 후보자다. '친이계'는 정운찬 후보자를 어떻게 볼까?

"정운찬 후보자와 인연이 있나?"
"교수 시절에 자주 만나서 얘기도 나눴다. 그 분이 서울대 있고 내가 한양대에 있을 때 교분이 있었다. 5년 선배다."
"총리 소식 듣고 어땠나?"
"놀랐다. 호남 출신으로 가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대통령이 화합, 통합을 2기 총리의 개념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정운찬 카드'를 성사시킨 것은 중도 실용이라는 좌표와 부합되는 인물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적절한 승부수를 적절한 타이밍에 잘 던졌다고 평가하나?"
"그렇다."
"정운찬 후보자는 며칠 전까지 비판적 지식인이었다가 이제는 총리가 됐다. 같은 문제를 다르게 얘기할 처지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런 분은 많다. 한나라당에도 있고, 민주당에도 장관, 차관 시절 보수적 이념과 행보를 보였던 분들이 있다. 그런 점은 앞으로 많이 불거질 것이다. 예를 들어 세종시 논란도 학자적 양심에 의해 툭 뱉은 사견으로 보여지지만, 총리가 되면 당의 기조 청와대 기조, 정부 기조를 조율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사견을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공동체(청와대 정부)와 개인(정운찬)의 의견이 더 이상 조화롭지 않다면..."
"그때는 사표를 내야 하나"
"그렇다. 하지만 이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세종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원칙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보지만,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5년 단임제의 폐해다. 인기 영합적 정책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정 후보자가 학자적 양심에서 (세종시가)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공성진 최고위원 ⓒ프레시안
"지명 당일 날 발언 치고는 말이 너무 많지 않았나?"
"학자들은 논리의 견결함을 증명하기 위해 계속 얘기를 한다. 그게 오히려 설화(舌禍)가 될 수 있다. 그런 게 조금 걱정된다."
"정 후보자의 '전문 분야'인 경제와 관련해 주요 발언권을 행사하는 인물들만해도 강만수 경제특보, 윤진식 정책실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여기에 정운찬 후보자가 들어가는 건데, 서로 철학과 기조가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다른 것 같다."
"어떻게 조율될 것 같나?"
"이명박 대통령이 일을 최전방에서 하는 분이고 본인이 경제에 대해 경험도 많고 이론도 충분하다. 그래서 강만수, 윤진식, 윤증현 등 이런 분들이 크게 튀거나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정운찬 후보자도 크게 튀거나 어긋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그때그때 비판적인 시각을 던져 중화시키거나 강성 기조를 누그러뜨리는 이런 역할을 하지 않겠나. 좋은 '조언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대통령이 조율해갈 수밖에 없다고 보는가?"
"그렇다."
"대통령한테 너무 하중이 몰리지 않을까?"
"그래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할 것이 아니라 웬만한 것은 내각에 맡기고 4대강, R&D같은 미래 지향형 국정과제를 집중적으로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MB, 지금까지, '위임'보다는 '독주'하는 감 있어"

박근혜, 정운찬, 정몽준 간 조기 경쟁구도로 여권의 유동성이 높아지는 것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조기 레임덕으로 연결될 수도 있고 주자들의 충성경쟁으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강화될 수도 있을 것인데 '친이계'는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근혜 독주체제에 제동이 걸렸다. 이제는 박근혜, 정운찬, 정몽준의 '삼각 구도'라고 국민들이 보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나?"
"박근혜 전 대표의 인지도가 높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당에는 정몽준 대표도 있고 김문수 지사도 있다. 또 정운찬 후보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의미있는 흐름이다."
"대권 경쟁이 조기에 시작되면 그게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 않나?"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경쟁 과열'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선의의 경쟁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경쟁'으로 국민적 관심사가 쏠렸을 때 대통령은 국책 과제를 착착 진행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다원화된 세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올바른 사람을 배치하고 많은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위임보다는 독주하는 감이 없지 않았다. 2기 내각에서는 그런 것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유럽 특사로 보냈던 것은 잘한 일이다."
"이번 입각에서 '차세대 지도자 육성'이 고려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게 보지 않는다. 입각한 장관들 모두 공무원 출신이다. 친박계 최경환 의원을 포함해 경선 대선 총선 거쳐서 대통령과 호흡을 같이 한 사람들이고 전부 공무원 경력이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조직을 아는 사람들이다. '차세대'를 보고 하려면 남경필, 원희룡 의원이 낫지 않았겠나?"
"일 중심, 능력 중심으로만 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첩첩산중이다. 지금 출구전략을 애기할 때가 아니다. 위기는 계속되고 일자리는 줄고 기업 투자는 없으니까 이것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사람이 해야 했다. 그런데 정치권이 요구를 하고, 실제로 정당 협조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대통령이 알았기 때문에 정치인을 입각시켰다. 앞으로는 '당정청 소통이 안 된다'고 변명 할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통령이 배수진을 친 것이다."
▲ 공성진 최고위원 ⓒ프레시안
"이번 개편으로 정무능력이 강화됐다고 보나?"
"한결 좋아졌다."
"역대 정권과 비교하면?"
"역대 정권과 비교해도 최강이다.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정치를 아는 사람들이 더 붙어야 한다."
"대통령이 정무 감각이 약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나?"
"인정한다."
"상대적으로 정무라인의 조언을 많이 듣나?"
"앞으로는 그럴 것이다."

'정무라인의 조언'을 들을 것이라고 하지만 '대야 관계'는 아직도 꽁꽁 얼어있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은 장외투쟁 한 달 만에 조건 없이 복귀했다. 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항의했던 것인데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파동에 대해서는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민주당이 내건 5대 선결 조건에 대해서조차 지금껏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권당의 정국운영 책임을 물었다.

"너무 야박한 것 아닌가"
"야박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중심제를 시행하는 미국을 보자. 미국은 상임위원장을 절대 야당에 주지 않는다. 그리고 하원 선거에서 중간 평가한다. 승복의 문화가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론이 없다. 반면에 일본은 개인 의견이 없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의 제도가 뒤섞여있다. 그래서 어떨 때는 미국식 잣대를 갖다 대고, 또 어떨 때는 '야박하다'며 일본식 잣대를 댄다. 법사위원장 자리도 야당이 차지한다.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 내각제든 4년 중임제든 해야 한다. 현 제도로는 이런 문제들을 풀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에서 만들어진 관행과 전통이 있다. 통상적으로 독재정권 때도 집권당이 야당에 숨통을 터주고, 명분도 주고 해오지 않았나.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협량하게 하나?"
"정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해 달라."

"이명박 정부는 다음 시대 위한 '원포인트 정권'"

공성진 최고위원은 미래학자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연구하는 것이 '본업'이었다. '미래 사회'로 가는 와중에 이명박 정부는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까? 이명박 정부의 포지션에 대한 공 최고위원의 입장은 단순명쾌했다.

"이명박 정부는 원포인트 정권이다. 경제 회생과 서민 생활 안정, 그리고 다음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적 교량 역할, 이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 시대는?"
"통일 시대다. 통일이라는 것이,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 영토가 된다는 의미의 통일이 아니라 한반도와 주변 열강의 관계가 독립적으로 전개된다는 의미의 통일이다. 북한까지 포함한 사회 시스템, 법 체계 등을 조망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DJ식 연방제나 점진적 통일론보다, 북한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둔 통일론에 가깝다. 공 최고위원은 내년 '서울시장 출마'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전망하나?"
"수도권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과 경기 인천까지 해서 한나라당이 필승해야 한다는 게 지도부의 생각이고, 이기기 위해서 어떤 후보를 내세울 것인가 하는 것이 이번 지도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광역단체장을 대권 도전의 교두보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단체장들의 정권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개인의 사심으로 돌변했을 경우 정국 파행이 될까 걱정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누구든 당선되면 이 정권에 충성 서약을 해야 한다. 개인의 입신 도구로 활용되면 안 된다. 역사는, 특히 후기 산업 사회는 똑같은 경험을 두 번 주지 않는다."

▲ 공성진 최고위원과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

서울시장을 발판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일이 다시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로 들렸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은 어떤 인물이어야 할까?

"통일 정국이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스토리텔링, 자기 회고록과 자서전을 남달리 쓸 수 있는 사람이 각광받았다면 이제는 생활정치로 갈 수밖에 없다. 전혀 다른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나는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처럼 스토리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삶을 드라마틱하게 산 사람이 아니다. 과연 내가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라갈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합리적이고, 사랑을 줄줄 알고, 공동체 일환으로 자기를 낮출 수 있고, 사심보다는 공명정대한 정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런 품성은 생활환경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최고지도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고 보지만, 과연 가까운 시일 내에 오겠느냐 하는 생각도 한다. 그 시점이 일찍 오면 나도 국민들에게 부름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공성진 최고위원의 화법은 전형적으로 두괄식이었다. 먼저 결론을 말하고 부연설명하는 화법은 토론과 연설을 업으로 삼는 정치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화법이지만 누구나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에 대한 입장의 정리와 확신이 없이는 구사하기 어려운 화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이런 화법으로 말했다. 자신을 객관화시켜보는데 익숙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력한 권력의지와 언제든 끈을 놓아버릴 수 있는 허허로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인터뷰 내내 현실 정치인보다는 미래학자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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