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지는 것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7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오전 8시 기준으로 구제역 매몰 대상 가축이 107만5015마리를 기록해 100만 마리를 넘어섰다. 현재 구제역이 발생한 지자체는 인천, 경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등 6개 시도, 45개 시군이다. 손 쓰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매몰 현장에서는 규정상 안락사나 마취를 하도록 돼 있지만, 약품이 부족해 마구잡이로 생매장하고 있는 모습이 KBS <9시 뉴스>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농민들 뿐 아니라 방역에 동원되고 있는 공무원, 수의사 등 매몰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살처분 매몰지역에서 핏물이 흘러나오는 침출수 문제로 인근 지역주민들 모두가 공포 상태다.
문제는 정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 그러다보니 설 연휴 이동 자제, 민주노총 등 대규모 집회 자제 등 지엽적인 대책이 메시지로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6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대호야(조카 이름), 금년 설은 전 가족이 모이는 차례는 안되겠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은 사람들이 많이 왕래 안 하는 것이 좋겠다"며 "우리 가족이 30여 명이 넘는데 집안까지 모이면 100여 명이 넘으니까 정부의 구제역 방지 노력에 동참하는 걸로 하자"고 글을 올렸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다음 달 2-6일인 설 연휴에 이동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구제역 대책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설연휴에는 국내는 물론 국외로도 대규모 이동이 불가피한 기간"이라면서 "설연휴 기간 중에 어떻게 하면 구제역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 철저하게 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또 8일 전주에서 열릴 예정인 '전북 버스 총파업 승리 민주노총 2차 결의대회' 개최를 놓고도 정부와 민주노총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규모 집회 때문에 구제역 청정지역인 전북까지 구제역이 확산할 수 있다"며 집회 자체를 요청했다.
민주노총은 자칫 농민들과 노동자들 사이에 감정적인 충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 중이다. 하지만 매일 시외버스, 고속버스, 승용차, 항공기 등 수많은 외부차량을 통해 수천명이 전북으로 들어오는데 민주노총 집회만 '콕' 집어 '구제역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일상적인 집회가 아니라 사측에서 한달 넘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 차원'에서 여는 집회라는 점에서 선뜻 취소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박재완 장관의 자제 요청 때문이 아니라 며칠 전 축산농민들이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며 "오늘 중으로 개최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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